민간자격증만 1842개 ‘자격증 홍수시대’

비공인 자격증 범람에 주부·학생 피해 속출

지역내일 2011-10-12 (수정 2011-10-12 오후 10:05:26)
정진선(45·서구 둔산동)씨는 최근 생활광고지를 보고 ‘노인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다. 이를 위해 교재비로 58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 자격증이 국가고인 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라는 것을 알고는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업체가 환불을 해주지 않아 소비자보호원을 찾았다. 정씨는 “민간 자격증이라 취업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또 회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환불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리더십 지도사, 요리 치료사 등등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자격을 증명하는지 알 수 없는 별별 자격증이 늘고 있다. 자격증이 취업과 대학 진학을 위한 필수조건처럼 돼 버린 탓이다. 경제난에 재취업을 원하는 주부들까지 각종 자격증 취득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자격증 홍수’ 시대다.
하지만 이런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자격증이 공인된 것인지, 아니면 민간단체에서 자체로 발급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또한 실제로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이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 국가공인 자격증 84개 뿐 =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인민간자격증은 한국어능력시험, 텝스, 한자능력검정시험, 회계관리사, PC관리사 등 84개 종목이다. 12개 정부부처에서 공인하고 49개 기관에서 관리한다. 소관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7개로 가장 많고 지식경제부 14개, 방송통신위원회 10개 등의 순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직업능령개발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민간 자격증이다. 국가자격증과 공인자격증에 대해서는 소관부처에서 어느 정도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민간자격증은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민간자격제도는 급변하고 있는 산업구조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국민들의 직업능력 향상을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2007년 민간자격증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검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이 넘쳐나고 있다. 단체나 기업은 물론 개인도 서류신청만으로 등록할 수 있다. 관리·감독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등록 상태에서 자격증을 발급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2011년 3월 기준 민간자격증은 모두 1842개에 이른다.
 
◆ ‘방과후 학습’ 관련 66개 모두 비공인 = 방과후 학교 제도가 도입된 뒤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방과후 학습’ 관련 자격증도 6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다. 특정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친 뒤 자격증을 발급하거나 ‘웃음’ 등 한 가지 소재로 수십 건의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도 많다. 이런 ‘자격증 홍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만 살펴봐도 금방 확인이 된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자격증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08년 1531건에서 지난해 2094건으로 급증했다. 소비자보호원 측은 “국가 공인이라거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내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난 뒤 비공인 자격증이라는 점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피해 보상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현재 민간자격증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매년 1회 관리·운영 실태를 조사해 등록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자격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번 회기에 반드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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