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맛 낼 줄 아는 젊은 청년들의 음식이야기
위치상으로 서울 강남과 분당의 중간지점. 청계산 아래 자락에 위치한 ‘두둑한 상’을 찾아가는 길은 유쾌한 일이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높은 요즘과 같은 때에 짧은 거리나마 도심을 잊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은 더 마음을 들뜨게 한다.
분당에서 판교 임시 IC를 지나 달래네 고개 넘기 직전 왼쪽편에 ‘두둑한상’의 간판이 보인다. 커다란 감나무가 반기는 이곳은 콩요리 전문점. 콩을 주제로 한 푸짐한 한식 상으로 웰빙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곳의 쉐프들은 한국 대표 스타 쉐프인 에드워드 권의 수제자들로 젊은 감각의 한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젊은 열정과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6명의 쉐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고소하고 진한 두부
청계산자락 600여 평 넓은 대지에 2층 한옥으로 지어진 ‘두둑한상’에서는 한국적인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특히 자연과 어우러지는 분위기는 실내로도 이어지는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뒷산의 풍경을 고스란히 안고 식사를 할 수 있어 참 운치가 있다.
기왓장에 비단을 깔고 담겨진 수저와 젓가락을 보니 얼마나 세심한 곳 까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앞으로 나올 음식들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말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두둑한 상(1만5000원)과 전골한상(2인 기준, 3만원)이다. 청국장, 강된장, 고소콩탕 세 가지 콩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두둑한상’ 차림에는 에피타이저로 호박죽과 동치미가 예쁜 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숯불에 구운 석쇠불고기와 두부, 묵은지가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내는 석쇠불고기 두부삼합은 별미 중의 별미. 이외에도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단백하고 정갈한 반찬이 10여 가지가 나온다.
청국장하면 쿰쿰한 냄새가 떠오르지만 이 집의 청국장에선 거북한 냄새가 나지 않아 누구나 먹기에 부담이 없다. 콩이 많이 들어가 진하면서도 부드럽고 걸쭉한 청국장을 보리와 쌀로 지은 밥에 비벼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전골한상’''은 두둑한 상과 밑반찬은 똑같은데 주 메뉴가 전골로 바뀐 셈. 갑오징어, 주꾸미, 홍합 등 갖가지 해산물이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얼큰하다. 이외의 인기 메뉴로는 김치전(8000원), 불고기 두부삼합(2만3000원), 두부 완자전(1만1000원) 등이 있다. 음식들은 저마다 특성에 맞는 식기들에 담겨 나오는데 스타일링이 독특해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다.
할머니의 뛰어난 손맛 재현
‘두둑한상’의 이성모 대표는 “웰빙 요리를 추구하는 만큼 식재료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며 “청국장은 경기도 광주에서 띄운 것을 사용하고 두부는 화학 간수를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있으며 각종 채소들도 농장에서 직거래를 통해 공급 받는다”고 말한다. 두부를 만들 때 일어나는 거품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용하는 소포제 대신 들기름으로 사용하고 화학 응고제보다 3배나 시간이 더 걸리는 천연간수를 사용하는 것은 이곳만의 철칙이다. 그렇기에 더 진하고 더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설명.
이 음식점을 오픈하기 위해 콩요리 전문점을 운영 중인 어머니에게 3년 동안 한식 요리를 배웠다는 이 대표는 “할머니 대에서부터 손맛이 좋은 가풍 속에 자라서인지 요리가 자연스럽다”며 “앞으로 할머니의 깊은 손맛을 재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입맛 까다로운 마니아층까지 두둑이 확보한 ‘두둑한상’이 성공적인 첫걸음을 뗄 수 있었던 비결은 함께 뜻을 모으는 쉐프들의 팀워크에서 발휘되었다.
절대 식재료에서 꾀를 부리지 않는다는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일치했기에 음식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음식의 단가를 낮추거나 이익이 많게 하려면 분명히 식재료를 하급으로 쓰는 것인데 그런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청년들의 고집이죠. 우리가 만든 음식은 우리의 자존심이니까요.”
계산을 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네는 손님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이들의 정성은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이 되었나 보다.
가을 단풍으로 제대로 멋을 낸 청계산 자락,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황토로 지은 이집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잘 차려진 한상 두둑이 받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겨울에는 들깨순두부와 쌈과 함께 하는 두부깡장이 새로 나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위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87-2
문의 031-8017-2213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