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은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곳이 아닙니다. 습지로서 생태계를 보전해주고 그 속에 다양한 생물들이 먹이사슬을 이루고 공생하며 살고 있는 생명의 공간입니다.”
한살림 천안아산 논생태위원회 고복남 위원장은 논의 농업적 가치와 더불어 생태·환경·문화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논이 식량기지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습지로서 토양보존, 대기정화, 지하수저장 등의 기능을 하는 생태·환경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살림 논생물조사팀은 2010년 17군데의 논에서 식물 182종, 수서생물 71종, 거미류 8종, 잠자리류 29종, 조류 26종을 조사,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논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복합 생태계를 이루고 살고 있으며 물새들의 서식처가 된다.
고 위원장은 2008년 제10차 람사르 총회에서 채택된 ‘습지 시스템으로써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결의문’ 준비 과정에 참여한 이후 지속적인 조사와 홍보의 필요성을 느껴 지역 한살림 논생태위원회에 가입,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고 위원장은 회원들과 함께 아산 도고 오암리 한살림 생산자 논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기본 조사활동을 하고, 피사리 등 농사짓는 과정에 참여해 왔다. 또 도농교류를 통한 소비자 인식 증진을 위해 각종 체험활동과 활동가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고 위원장은 특히 아이들과 논 체험 활동을 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작년에는 ‘논 학교’를 열어 1년 동안 아이들과 벼를 심고 수확하는 전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놀이도 배웠고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논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체험하고 생태계의 흐름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체험을 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농업, 생명,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논이 놀이·문화·교육의 공간도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논 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이다.
고 위원장은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논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기농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해 화학물질을 다량 사용하는 논에서 생태계가 온전히 보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살림에서는 ‘유기농 쌀 한말(8kg)을 이용하면 7평의 논 습지를 살려낸다’고 말한다.
“논밭을 없애고 아파트, 골프장을 지으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계속할 때 생태계가 파괴됨은 물론이고 식량 주권마저 지킬 수 없습니다. 논의 농업적·생태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하는 일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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