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벽화마을을 찾아서

벽, 꽃을 피우다

지역내일 2011-09-02 (수정 2011-09-02 오전 8:50:48)

집안과 집밖을 나눠주는 벽. 회색빛 돌담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던 그 벽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바다 빛을 닮은 시원한 코발트블루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로, 때로는 화사한 꽃으로.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하나둘씩 자리 잡더니 어느새 벽화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무심코 걸어 다니던 거리에서 생각지도 않게 만나는 벽화. 마음에 여백을 주는 거리의 그림, 부산의 벽화마을을 찾았다.


우2동 행복마을 벽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동화 속 궁전 벽화


해운대 우2동 벽화마을

우2동 입구 굴다리 앞에서면 佑(우)2洞(동)이라고 쓴 벽화와 만나게 된다. 도울 우(佑)를 쓰는 우2동은 뜻 그대로 ‘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동네’다. 시장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군데군데 그려진 벽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운대 초고층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우2동은 오래전 우리 동네 모습 그대로다. 좁은 골목길에 나란히 서 있는 나지막한 건물, 오래된 간판에서 느껴지는 구수한 풍경. 게다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흐르는 실개천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도시의 재발견이랄까. 시간도 느릿느릿 흘러가는 것 같다. 번화한 해운대에서 이렇게 정다운 마을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우2동은 재개발 예정 구역이라 곳곳에 철거 예정지임을 알리는 표식이 있다.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아 온기가 빠져나간 집이지만 벽화가 있어 따스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벽을 도화지 삼아 그려진 그림들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창문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아이 그림은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웃음을 흘리게 한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또다시 도시의 한가운데로 던져진다. 시간은 언제나 그랬듯이 빠르게 흘러가고 도심의 소음과 텁텁한 열기로 답답하다. 그 한적했던 마을로 되돌아 가고파진다.


죽전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킴스아트필드미술관



죽전마을 벽화


금정구 금성동 죽전마을 벽화

죽전마을은 좀 멀다. 화명동이나 온천장 밑에서 차를 타고 구불구불 한참을 올라가야 다다른다. 보통 산성마을이라고 불리는 이 동네는 오리고기와 금정산성막걸리로 유명하다. 이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명물은 ‘킴스아트필드미술관’. 리포터 역시 부끄럽게도 몰랐다. 그저 벽화가 있다는 정보만 듣고 갔던 터라 아담하지만 멋지고 세련미 넘쳐 반드시 둘러보게 만드는 이 갤러리를 발견했을 때 정말 신선했다.
1층은 전시 준비 중, 2층은 상설 전시장으로 김정명교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찾은 이광연·이경희 부부(개금1동)는 산성마을에 왔다가 우연히 관광안내판을 보고 벽화를 찾게 됐다고. “벽화는 한 사람만의 작품이 아니죠. 모두의 소망을 담아 보여주는 그림이에요. 지향하는 바를 소리 없이 보여주는 벽화는 무엇보다 보기 예뻐서 좋아요”라는 이경희 씨는 통영 동피랑 마을의 벽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오로지 벽화만을 보기 위해 간 죽전마을은 부산이되 부산 같지 않은 느낌이다. 맛난 오리고기에 시원한 막걸리가 생각나거든 금성동에 들러보자. 생각지도 않게 벽화와 갤러리를 만날 수 있는 깜짝 이벤트로 눈과 입 모두 즐거운 곳 되시겠다.


문현 안동네 벽화마을 전경



평화로워 보이는 벽화가 인상적이다


문현동 안동네 돌산벽화마을

문현동 안동네는 가끔 운전하면서 지나가던 곳이다.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과 땅에 발을 디디고 바라보는 풍경은 참으로 다르다. 돌산벽화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 동네는 ‘2008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주거주분 최우수상’ 수상의 내공을 자랑하는 벽화마을이다.
하늘과 맞닿은 이곳에 들어서자 친절하게도 벽화지도가 방문객을 반긴다. ‘따뜻한 사람들의 벽화 이야기’라고 써놓은 지도에는 밝고 명랑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적혀 있다. 오랜만에 좁은 골목을 걷는다. 당연히 다른 골목과 연결되겠거니 싶어 가면 막다른 골목이고 막혀있을까 조마조마 조심스레 다가가면 또 다른 길이 나온다. 골목마다 색다른 벽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벽화마다 번호와 제목을 붙여 그림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벽화를 그린 사람과 주민 모두의 애정이 묻어있어 더욱 정답다.




대단한 작품일지라도 집 안 거실에 걸려 있으면 한 개인만을 위한 그림이다. 사람들이 벽화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누구나 보고 감상할 수 있는 모두의 작품이기 때문일 게다. 기꺼이 자신들의 담을 내어준 주민들의 친절한 협조가 있기에 탄생 가능한 벽화. 고가의 그림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아니지만 재치 있는 글귀로, 아기자기한 재미로, 다정한 표현으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청명한 가을 아래, 거리의 그림 몇 점 감상하러 떠날 준비가 되셨는지.




tip
부산 벽화마을




복천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동래구 복산동, 동구 안창마을 벽화, 서구 대신동의 꽃마을, 서구 대신동 대신여자중학교 근처의 닥밭골,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진구 개금3동에 가면 정겨운 벽화를 만날 수 있다. 벽화마을은 중에는 재개발 예정인 곳이 더러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머물다 오는 예의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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