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여성기예대회 최우수상 수상 이은미, 김경춘 씨

제 ‘솜씨’ 어때요? 이정도면 예쁘죠!

타고난 눈썰미와 노력이 비결,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느껴

지역내일 2011-08-31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우리는 ‘솜씨’라고 한다. 솜씨 좋은 사람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고 부러워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타고난 눈썰미와 오랜 기간 노력으로 한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사람들. POP와 꽃꽂이에서 남들이 인정하는 솜씨를 발휘한 이은미(사동), 김경춘(장하동)씨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한명이다. 이들은 얼마 전, 안산의 손재주 많은 사람들의 경연대회(안산여성기예경진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수상을 한 이력의 소유자들.


POP로 자신감을 찾은 이은미 씨
이은미 씨에게 POP는 단순히 ‘예쁜 글씨쓰기’가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오는 통로였다. 우여곡절 많은 개인사와 병마로 지친 그녀에게 자신감과 힘을 준 도구다. 밝고 명랑했던 그녀는 재혼과 갑상선암으로 대인관계 없이 혼자 힘들어 했다. 마음의 병인 우울증도 왔다. 그나마 위로가 됐던 것은 가족과 종교. 집과 교회를 시계추처럼 오갔던 그녀의 눈에 오래된 교회 환경이 잡혔다. 게시판 등에 있는 글자만 바꿔도 새로운 분위기가 되겠다 싶어 이미 POP를 배우고 있던 교인에게 글씨를 배웠다. 그러다 인근 주민자치센터에 POP과정이 개설된 것을 알고 등록했다. “잘 쓴 글씨도 아닌데, 열심히 갔다 부쳤어요. 나중엔 온통 교회가 알록달록 했어요. ‘유치원 같다’고 말씀하는 교인도 있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POP를 배우면서 어릴 적 그림을 좋아했던 자신이 생각나 가슴이 뭉클한 순간도 있었고, 점점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끼게 됐다. 글씨에 느낌을 주고 생동감을 주는 POP가 점점 더 좋아졌다. 좋아하니까 더 노력하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들었다. “선생님이 숙제를 하나 내 주면 2~3개를 해 갔어요. 일러스트의 머리결과 표정도 다양하게 표현하는 등 시도를 많이 했어요. 잘하는 것 보다는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 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예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POP는 이번 경연대회에서 처음 신설된 부문. 2시간 동안 제시된 글씨와 그림을 적절하게 표현해야 했다. 밝은 노랑바탕에 ‘행복도시 안산’을 큰 제목으로, 부제 ‘행복이 넘치는 살기좋은 행복도시, 안산으로 오세요!’를 바람체로 썼다. 안산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생동감과 활기가 느껴지는 바람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선택은 적중했다. 다른 참가자들의 예쁘거나 귀여운 글씨 사이에 그녀의 글씨는 눈에 띄었다. 과감한 색 선택도 시선 끌기에 충분했다. “최우수상이란 결과가 나왔을 때 눈물이 쏟아졌어요. 글씨를 쓰다가도 몸이 아파 누운 적이 많거든요. 무엇보다 저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 가장 커요. 앞으로 있을 도(道)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꽃향기 나는 플로리스트 김경춘 씨
꽃꽂이의 미덕은 아름다움과 절제가 아닐까? 여성기예대회 꽃꽂이부문에서 최우수상을 탄 김경춘 씨의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꽂이에 문외한 사람이 봐도 아름다움 속에 담긴 절제미가 느껴진다. 항아리에 풍성하게 담긴 꽃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것. 꽃 하나하나의 특성을 살리고, 각각의 어울림을 도모하는 것이 꽃꽂이라는 그녀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꽃꽂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멀쩡한 꽃을 자른다고 말하지요. 저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꽃꽂이를 배우면서 자기의 아픔을 감내하고 아름다움을 또 다른 미(美)로 승화하는 꽃의 힘을 알게 됐어요. 도도한 장미꽃도 때로는 다른 꽃의 아름다움을 위해 키를 낮추고 향을 잠재워요. 믿겨지지 않으시죠? 꽃꽂이를 하면서 내가 빛나는 삶도 중요하지만 남을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의 삶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워요”
경연대회 작품의 제목은 ‘무한의 아침.’ 직선의 ‘무들’과 곡선의 ‘알륨’을 이용해 아침이 주는 희망과 소중함을 표현했다. 화기(화분) 안에 현무암의 작은 화기를 넣어 작가의 상상력을 더했고, 작게 꽂은 꽃들은 부지런히 일상을 일구는 모습을 표현했다. 심사위원은 그녀의 작품을 다음과 평했다고 한다. ‘오아시스(꽃을 꽂기 위해 화기 안에 넣는 초록색 스티로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어진 소재를 활용했고, 꽃의 특성을 잘 살펴 표현했다. 화기 안의 작은 화기로 공간성을 확보하면서 뒤처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2005년, 꽃이 좋아 무작정 시작한 꽃꽂이가 취미가 되고 직업이 됐다는 그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고객도 만족하고 작가도 흡족한 창의성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꽃처럼 향기 나는 사람이 되는 것.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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