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 - 완주군 소양면 위봉산성-위봉사-위봉폭포
여름을 빼앗긴 위봉 들녘에서 가을을 만나다!
전주역에서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멋진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봄이면 벗꽃으로 유명한 송광사 벗꽃 터널을 지나 꼬불꼬불 고갯길을 조금만 더 넘어가면 황금빛 들녘이 층층이 보이는 곳, 바로 완주군 소양면의 위봉마을 일대이다.
드라이브 길로도 유명한 이 길을 찾기에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추수가 끝나기 전 지금이 딱 적기이다.
위봉산성의 근엄함을 만나다
송광사에서 위봉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차도 양옆으로 늘어선 성벽이 보인다. 바로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위봉산성이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꼭 찾아볼 마음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그저 쉽게 지나칠만한 규모로 여느 이름난 성들과 달리 웅대하지는 않다.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에 위치하고 있는 위봉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년)에 7년의 세월과 7개 군민을 동원하여 쌓은 것이다. 전주에 모셔진 태조 이성계의 영정과 전주이씨 시조의 위패를 유사 시 보관하기 위하여 전주에서 가까운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 전주 부성이 동학군에 의해서 함락되자 태조의 영정과 시조의 위패를 이곳에 피난시킨 일이 있다.
이 성은 높이 4∼5m, 길이 16㎞로 3개의 성문과 8개의 암문(성벽에서 잘 보이지 않는 지점을 택하여 몰래 출입하도록 만든 작은 문)이 있으며, 성안에는 4∼5개의 우물과 9개의 못을 팠고 군대를 두어 지키게 하였다. 지금은 일부 성벽과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으며 그 위에 높이 3m의 아치형 성문이 있다.
아담하고 평안한 여승들의 수행터 위봉사
위봉산성 옆으로 둘레길이 나 있어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 안내도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위봉사로 이어진 길은 아닌 듯 해 다시 고개를 넘어 위봉사로 향한다.
가을이 머문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나면 산그늘 아래 위봉사가 보인다. 위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의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이다. 604년(백제 무왕 5년) 서암(瑞巖)이 창건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1359년(고려 공민왕 8년) 나옹(懶翁)이 중건하여 대가람이 되었으며 1911년 31본산 중의 하나가 되었다. 현재는 여러 번의 화재로 많은 당우가 소실되어 보광명전(보물 제608호)·시왕전(十王殿)·칠성각 등만이 남아 있다.
위봉사에 얽힌 또 다른 설화로는 신라 말기, 최용각이 세 마리 봉황새가 노는 것을 보고 위봉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담한 규모의 위봉사 안에는 배롱나무 한 그루와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꽤 오래 되어 보이는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와 수령이 500년이나 된다는 소나무가 참 인상적이다.
추락하는 폭포수와 황금들녘의 조화
위봉사를 나와 위봉터널을 지나면 오른쪽에 “쏴~"하고 폭포수가 떨어진다. 한여름의 소나기가 지난 후였다면 물이 떨어지는 그 소리가 십리까지 퍼졌을 법한데 가을 가뭄에 찾은 위봉폭포는 어린사내아이 오줌줄기 마냥 가늘다. 하지만 60m가 넘어 됨직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장관이다.
예전 위봉산성의 동문이 바로 위봉폭포 인근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늘 지나만 다녔지 폭포를 찾아보진 못했기에 오늘은 다리에 힘을 주고 잘 정비된 나무데크를 걸어본다.
아래로 약100미터, 물안개가 피어오르지 않아 운치는 덜 하지만 한여름이었다면 소(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법하다.
위봉폭포를 벗어나며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참 평화롭다. 남해 다랭이 마을의 겹겹이층을 이룬 들녘은 아니지만 전라도 사람들이 작고 섬세한 손으로 빚어 놓은 작품 같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TIP>봉강도예 - 위봉사로 들어가기 전 오른편에 위치한 봉강도예는 원광대 도예가를 졸업한 진정욱씨가 도자기, 다도,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학교나 단체, 모임, 가족단위 예약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잠시 들린 봉강도예에서는 전시된 도예품을 감상할 수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좋은 이와 나누는 차 한 잔으로 이 가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문의 : 063-244-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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