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추석에는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 친지들도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고, 풍성한 먹을거리를 주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며 차례를 지내게 된다. 돌아가신 후에도 효도를 한다는 의미에서 추석이면 차례상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주부의 당연한 의무로 여겨졌던 차례상을 직접 장만하는 가정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상FNF에서 자사 주부마케터 ‘Fine& Fresh Lady’ 및 2~40대 주부 640명을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방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모두 직접 만들어 차린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46%에 불과했다(2011.8.25일자). 일부 음식만 반제품이나 완제품을 이용하거나 아예 차례상을 대행업체에 맡겨버리는 주부들도 많다.
“직접 장만한 음식으로 조상에 대한 공경을”
전춘자(66·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씨는 추석에 차례상 차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조상을 위하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씨는 차례상 차리는 일을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정성껏 장만한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친척들과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는 추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젊은 주부 표옥연(38·서구 둔산동)씨도 ‘음식을 만들 때는 정성이 들어가야 되고, 음식을 나눌 때는 정이 전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례상을 준비할 때 시누이들에게 나눠줄 양까지 계산하여 아주 풍성하게 장만한다. 표 씨는 “차례상을 장만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학습이 되지 않겠냐”며 직접 장만할 것을 권했다.
권미숙(46·중구 태평동)씨는 직장 생활을 하지만 추석 차례상만큼은 직접 장만한다. 차례상에다 추석에 찾아오는 40명 정도의 친척을 대접할 음식까지 장만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외며느리라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장을 봐놓고 퇴근 후에 틈틈이 준비해야 된다. 시어머니가 힘드니까 대행업체에 맡기라고 하지만 직접 장만하는 이유에 대해 권 씨는 “조상님께 드리는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황영나(48·공주시 반포면 봉암리)씨도 차례상을 직접 장만한다. 황씨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결혼 전에 제사를 지내 본 적이 없었다. 떨어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려서는 안된다는 것, 차례상에 올릴 밥은 최대한 꾹꾹 눌러서 퍼야 된다는 것도 몰랐었다. 시집와서 처음에는 차례상 차리는 방법도 생소하고 음식 장만하는 것도 힘이 들어 추석만 다가오면 명절증후군이 생겼다. ‘음식을 장만하는 주부의 표정에 따라 추석을 함께 보내는 가족들의 기분이 좌우된다’는 걸 깨달은 황씨는 ‘이왕하는 거 기분좋게 정성껏 장만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차례상을 직접 장만하는 장점에 대해 황씨는 “우리 집안 고유의 음식 맛을 배울 수 있고, 음식과 관련된 조상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차례지내는 것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조상을 공경하는 것은 우상숭배가 아니다. 가족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것이 더 큰 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행업체 이용하니까 명절 스트레스 줄어”
오순영(40·대전광역시 서구 도마동)씨도 올 해부터는 차례상을 대행업체에 맡겨 볼 생각이다. 직장을 다녀서 바쁘기도 하지만 시어머니가 지난 겨울 갑자기 돌아가셔서 차례상을 혼자 준비하려니 막막하기 때문이다.
김옥자(71·중구 용두동)씨는 3년 전부터 차례상을 주문해 명절을 보낸다. 50년 가까이 차례상을 직접 장만했던 김 씨가 제례음식 대행업체를 이용하게 된 이유는 며느리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김 씨는 “맞벌이하는 며느리가 4~5시간 동안 차를 타고 내려와 바로 차례 음식을 장만하는 것도 미안하고, 허리가 불편한 내가 직접 만드는 것도 힘들어 맡겼다”고 말했다. 준비할 음식을 미리 알려주고 대행업체에 맡겨서 그런지 평소 차례상과 별반 다르지 않고, “바빠서 자주 만나기 힘든 아들 내외와 이야기 나눌 시간도 많아지고 근교로 여행도 떠날 수 있어서 가족관계가 더 화목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제례음식 대행업체인 제례당의 이순옥 대표는 “차례상은 대개 젊은 층에서 많이 주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젊은층과 노년층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시아버님이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직접 소개시켜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의 종류와 양도 조절이 가능하고 추석날 아침에 집으로 직접 배달을 해주기 때문에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음식의 일부를 사다가 차례상을 차리는 주부들도 많다. 김미숙(36?서구 월평동)씨는 “추석에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이기 위해 전을 사가지고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다.
엑스포 코아에 있는 오병이어의 권덕순 대표는 “추석 전날 피크 시간대에 전을 사려면 3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고 알려줬다. 이런 현상에 대해 권 대표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물가가 많이 오르지만 우리 집은 평소와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힘은 덜 들고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같이 와서 가족의 입맛에 맞게 특별 주문해서 가져가기도 한다.
전 뿐만 아니라 송편을 사서 차례상에 올리는 경우는 흔하지만, 치킨 집에서 통닭을 통째로 튀겨다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먹게 될 가족을 고려해서 산적 대신 떡갈비를, 한과 대신 생과자를 준비하기도 한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직접 장만한 음식으로 조상에 대한 공경을”
전춘자(66·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씨는 추석에 차례상 차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조상을 위하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씨는 차례상 차리는 일을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정성껏 장만한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친척들과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는 추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젊은 주부 표옥연(38·서구 둔산동)씨도 ‘음식을 만들 때는 정성이 들어가야 되고, 음식을 나눌 때는 정이 전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례상을 준비할 때 시누이들에게 나눠줄 양까지 계산하여 아주 풍성하게 장만한다. 표 씨는 “차례상을 장만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학습이 되지 않겠냐”며 직접 장만할 것을 권했다.
권미숙(46·중구 태평동)씨는 직장 생활을 하지만 추석 차례상만큼은 직접 장만한다. 차례상에다 추석에 찾아오는 40명 정도의 친척을 대접할 음식까지 장만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외며느리라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장을 봐놓고 퇴근 후에 틈틈이 준비해야 된다. 시어머니가 힘드니까 대행업체에 맡기라고 하지만 직접 장만하는 이유에 대해 권 씨는 “조상님께 드리는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황영나(48·공주시 반포면 봉암리)씨도 차례상을 직접 장만한다. 황씨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결혼 전에 제사를 지내 본 적이 없었다. 떨어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려서는 안된다는 것, 차례상에 올릴 밥은 최대한 꾹꾹 눌러서 퍼야 된다는 것도 몰랐었다. 시집와서 처음에는 차례상 차리는 방법도 생소하고 음식 장만하는 것도 힘이 들어 추석만 다가오면 명절증후군이 생겼다. ‘음식을 장만하는 주부의 표정에 따라 추석을 함께 보내는 가족들의 기분이 좌우된다’는 걸 깨달은 황씨는 ‘이왕하는 거 기분좋게 정성껏 장만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차례상을 직접 장만하는 장점에 대해 황씨는 “우리 집안 고유의 음식 맛을 배울 수 있고, 음식과 관련된 조상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차례지내는 것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조상을 공경하는 것은 우상숭배가 아니다. 가족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것이 더 큰 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행업체 이용하니까 명절 스트레스 줄어”
오순영(40·대전광역시 서구 도마동)씨도 올 해부터는 차례상을 대행업체에 맡겨 볼 생각이다. 직장을 다녀서 바쁘기도 하지만 시어머니가 지난 겨울 갑자기 돌아가셔서 차례상을 혼자 준비하려니 막막하기 때문이다.
김옥자(71·중구 용두동)씨는 3년 전부터 차례상을 주문해 명절을 보낸다. 50년 가까이 차례상을 직접 장만했던 김 씨가 제례음식 대행업체를 이용하게 된 이유는 며느리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김 씨는 “맞벌이하는 며느리가 4~5시간 동안 차를 타고 내려와 바로 차례 음식을 장만하는 것도 미안하고, 허리가 불편한 내가 직접 만드는 것도 힘들어 맡겼다”고 말했다. 준비할 음식을 미리 알려주고 대행업체에 맡겨서 그런지 평소 차례상과 별반 다르지 않고, “바빠서 자주 만나기 힘든 아들 내외와 이야기 나눌 시간도 많아지고 근교로 여행도 떠날 수 있어서 가족관계가 더 화목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제례음식 대행업체인 제례당의 이순옥 대표는 “차례상은 대개 젊은 층에서 많이 주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젊은층과 노년층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시아버님이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직접 소개시켜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의 종류와 양도 조절이 가능하고 추석날 아침에 집으로 직접 배달을 해주기 때문에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음식의 일부를 사다가 차례상을 차리는 주부들도 많다. 김미숙(36?서구 월평동)씨는 “추석에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이기 위해 전을 사가지고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다.
엑스포 코아에 있는 오병이어의 권덕순 대표는 “추석 전날 피크 시간대에 전을 사려면 3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고 알려줬다. 이런 현상에 대해 권 대표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물가가 많이 오르지만 우리 집은 평소와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힘은 덜 들고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같이 와서 가족의 입맛에 맞게 특별 주문해서 가져가기도 한다.
전 뿐만 아니라 송편을 사서 차례상에 올리는 경우는 흔하지만, 치킨 집에서 통닭을 통째로 튀겨다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먹게 될 가족을 고려해서 산적 대신 떡갈비를, 한과 대신 생과자를 준비하기도 한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