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제사음식 대행업

추석 앞두고 인기, 벌초와 차례상 대행

지역내일 2011-08-29 (수정 2011-08-30 오전 12:12:59)

어느 해보다도 비가 많았던 여름이 자취를 감추고 아침저녁 집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이 선선하다. 바짝 다가온 가을과 함께 추석이 코앞에 있다.
각 가정은 벌초와 차례음식 장만으로 벌써부터 고민이다. 서민들은 잔뜩 오른 기름 값 때문에 먼 거리를 다녀오는 일이 부담스럽다. 또한 폭염과 폭우를 뚫고 고공행진중인 제수용품 가격 때문에 한숨이 푹푹 나온다.
최근 들어 정성과 허례로 양분하지 않고 각기 맞는 방법을 찾아 추석에 대한 걱정과 부담을 덜고 있는 가정이 많다. 수요가 급증, 명절 특수를 누리는 벌초대행과 제사음식대행서비스에 대해 알아봤다.




새로운 성묘문화의 한 장 ‘벌초대행’



묘소가 가깝고 시간이 여유로워 벌초에 대한 부담이 적다면 굳이 대행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분초를 다퉈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마음처럼 벌초를 위한 고향방문은 쉽지 않다. 직장 때문에 바쁘고 거리가 멀다면 왕복 경비도 만만치 않다.
벌초대행은 예초기를 사거나 대여하는 것보다 다소 비용이 상승한다. 반면 벌초를 위해 일부러 다녀가는 시간과 경비가 줄고 그만큼 힘도 덜 드는 게 장점이다.
천안 근처에 선산이 있는 김경민(가명)씨는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정성으로 가꿔온 묘소를 아들에게 부탁했다. 바쁜 아들은 이를 벌초대행업체에 맡겼다. 처음엔 아들이 계속 벌초를 하는 줄 알았다가 대행업체가 관리한 사실을 알고는 놀란 김씨. 하지만 묘소를 둘러본 후 “내가 관리한 것보다 더 넓게, 깔끔하게, 원하는 수준으로 해주었다"며 업체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천안지역의 오래된 벌초대행 ''ㅅ'' 업체 대표는 "예전엔 나도 남한테 안 맡기고 낫으로 직접 풀을 베어야만 조상에 대한 예라고 생각했다“며 ”최근에는 시간에 쫓겨 벌초를 못하기보다 전문 업체에 맡기고 추석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을 오는 분들이 늘고 있어 벌써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예초기 사용이 서툴러 다치거나 무심코 건드린 벌집 때문에 벌에 쏘이기라도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대행이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업체나 이용할 수는 없다. 경험이 많고 약속을 잘 지키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관건. 현장여건과 업체 기준에 따라 대행료는 다르다.
최근엔 농협의 벌초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농협은 비교적 대행료가 저렴하고 수익금으로 나눔 활동을 하는 곳도 있다. 묘소 관련 종합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라면 사초, 이장, 석물설치 등도 한꺼번에 가능하다.
대부분 벌초 후 인증 샷까지 찍어서 보내준다. 이를 통해 벌초를 제대로 했는지 손쉽게 확인된다. 홈페이지 게시판이 활발하면 이용자의 경험을 토대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성과 여가를 함께 드려요 ‘제사음식대행’



제수용품을 구입할 때마다 물가는 날개를 단 양 껑충껑충 뛴다. 주부들은 여기저기 할인 몰을 뒤져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손품 발품 팔아 장을 본다. 물론 남자들이 음식 장만을 돕거나 주도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허리도 못 펴고 종일 음식 장만에 매달리는 이들은 주부들이다.
주부뿐만 아니라 요즘은 노인 가정 맞벌이 가정 기러기아빠가정 독신가정 등이 증가함에 따라 일손을 감당하기 힘든 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제사음식을 대신해 주는 대행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두정동에 사는 한수정(가명)씨는 바쁜 일과 때문에 대행업체를 이용하여 차례상을 차리곤 했다. 한씨는 "처음엔 음식을 직접 안 만들고 대행을 부른 것을 못마땅해 하던 시누이가 이제는 오히려 나보다 대행을 더 선호한다"며 "음식 만들 시간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안 지역 ''ㅈ''대행업체는 "가까운 곳에서 당일제조, 당일배송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더 신뢰하고 편하게 음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원하는 상도 가능하고 대부분 세트 예약제로 판매한다.
대행 이용 시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홈페이지를 보고 게시내용과 실제가 맞는지 확인한다. 음식물 배상책임보험 가입은 필수다. 음식이 상하거나 주문과 다른 음식이 오는 등 기대에 못 미칠 경우가 없도록 업체와 확실히 확인해둔다. 원산지와 수량 등의 일치, 신선배송여부도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차례상인 만큼 제 시간에 배송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 배송 받은 즉시 냉장보관은 필수다.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꿔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다. 이용증가와 더불어 소비자원에 접수되는 불만도 늘고 있으므로 대행 이용 시는 이 모든 것을 꼼꼼히 짚도록 한다.




다양한 가족 형태만큼이나 명절을 보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오랜만에 보는 형제자매와의 소통이 늘고 차례상 준비를 통해 가족애가 두터워지는 가정은 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집안어른을 자주 대하는 아이들은 뿌리에 대한 생각을 담금질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대행에 맡길 때 그 본질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풍성하고 실속 있는 명절을 보낼 수 있다.




노준희 리포터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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