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인형으로 소통과 공감 나누니 행복해요!!

지역내일 2011-08-28

 ‘닥종이인형연구소’ 전진숙 작가와 지인회

 가늘게 옆으로 찢어진 눈매, 뭉뚝한 코, 동글납작한 얼굴, 통통하고 짧은 다리, 못 생긴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표정에 익살이 뚝뚝 묻어난다. 바라보기만 해도 동심에 빠지게 하는 닥종이인형, 화정동 ‘닥종이인형연구소’ 전진숙 작가는 이 전통종이를 소재로 ‘고양두레농악’ ‘세종’ 등 주제를 정해 우리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인물.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작업실에서 닥종이인형을 만들다보면 시간이 언제 가는 줄 모른다”는 전진숙 작가,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평생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닥종이인형에 빠졌다고 한다. 처음엔 지호공예(닥종이나 쓰다만 창호지, 폐지 등으로 종이죽을 만든 후 그릇이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예)부터 시작해 전지공예(한지를 여러 겹 덧발라 만든 틀에 다양한 색지로 옷을 입힌 후 문양을 오려붙이는 전통공예), 전통부채 등 7년 동안 종이와 관련된 작품 활동을 했다고. 그러다 만난 것이 닥종이인형,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지만 만들 때마다 다른 천 가지 얼굴 표정이 나타나는 닥종이인형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단다.
 화정동 작업실은 말 그대로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만의 작업 공간”으로 마련한 것. 하지만 이런 저런 작품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이 세상에 선보이면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닥종이인형연구소라는 이름 그대로 그냥 제 작업을 하고 공부를 하는 곳으로 마련한 공간인데, 한 사람 두 사람 수강문의를 하고 또 작품의뢰도 들어오고 그러다보니 수강도 하게 됐지만 아직 바깥으로 내세우거나 드러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웃음)”는 작가. 그는 닥종이인형을 만들면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처럼 닥종이 인형 하나하나 완성할 때마다 자식처럼 소중하고 예쁘다고 말한다. “인형엔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그것을 만들 때의 마음상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그는 그러다 보니 신기하게도 자신이 만든 닥종이인형은 자신의 얼굴모습과 많이 닮았다고들 한단다.

지인회와 함께 우리전통 민속 문화와 생활상을 표현하는 連作 선보여
 전진숙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닥종이 예술가 중 한명으로, 주로 우리전통 민속 문화와 생활상을 주제로 한 연작을 만든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작가는 닥종이 인형 작업을 시작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전주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한지미술을 전공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유적답사를 자주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전통문화나 문화재의 아름다움, 선조들의 생활상을 한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처음엔 단편적인 닥종이인형 작업을 주로 했었고, 물론 지금도 그런 작업들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이왕이면 닥종이인형을 보면서 그냥 정겹다, 표정이 재미있다는 느낌보다 여기에 이왕이면 스토리가 있고 아이들에겐 교육적인 의미를 줄 수 없을까 하는 의미에서 주제를 가진 연작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는 그동안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여주 목아미술관 한글새김전, 예원조형전 등 수많은 전시회를 통해 실력 있는 닥종이인형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또 그의 닥종이인형연구소에서 수년간 수강한 수강생들로 구성된 지인회와 공동 작업을 통해 남다른 작품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지(紙)인(人)회’는 그의 수강생 10여명이 결성한 한지공예창작동아리로 지난 2008년 원자력국제협력재단과 광림교회가 후원한 ‘암환자 후원을 위한 따뜻한 닥종이 인형 전시회’를 통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원자력국제협력재단과의 인연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IAEA 50주년 국제 컨퍼런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영식 원자력국제협력재단 실장의 부탁으로 전진숙 작가가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인형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던 것. 그것을 계기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51차 IAEA 총회 때 원자력 교육 변천사를 닥종이로 만들어 전시했고, 한국전통닥종이인형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원자력국제협력재단 IAEA의 암환자 치료사업인 PACT 모금을 위한 닥종이인형전시회를 또 다시 기획하게 됐고 지인회의 작품들은 또 한 번 암환자와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
 지인회 회원들은 전진숙 작가에게 수강을 받은 이들이지만, 그 이전부터 종이공예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전의 배운 경력은 접어두고 전진숙 작가의 작품에 반해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를 자청한 이들로 저마다 경력이 짧게는 2, 3년 길게는 10년에 이른다. 이들은 모임을 꾸린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혼자 하는 작업도 좋지만 함께 모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지인회는 지난 해 8월 세종호텔 세종갤러리에서 ‘세종이야기’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지인회닥종이인형전’을 열었다. 전진숙 작가를 비롯한 구본숙, 김근화, 김두희, 김미순, 노순화, 박지영, 신명숙, 오연숙, 임순흥, 정명선 씨 등 11명이 참여한 이 전시회에는 ‘훈민정음 반포도’ ‘집현전 학사도’ 등 뛰어난 작품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1년여의 준비기간 동안 복식 하나하나 철저한 고증과 자료 수집을 위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는 그들. 특히 훈민정음 반포 당일을 재현한 ‘훈민정음 반포도’는 길이 4m가 넘는 대형작품으로 길게 늘어선 문무백관들의 복식과 대열, 소품 하나하나까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고증 및 재현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취미로 시작해 이제는 행복한 일상이 된 닥종이인형과의 만남이 자신의 삶에 큰 행운”이라는 지인회 회원들은 오는 11월 경인미술관에서 ‘해인사8만대장경’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전진숙 작가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닥종이인형을 강의하고 있으며, 화정동 닥종이인형연구소에서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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