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유형과 전형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 보다 중요해졌다. 일반계 고교의 중상위권 성적으로는 서울권 대학에 안정적으로 합격하기 힘들어진 게 현실이다. 모든 아이들을 성적 경쟁으로만 치닫게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특기가 있는 학생이라면 적성에 맞는 특성화고의 진학은 자신의 진로를 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진로 개척이 가능한 우리 지역 특성화고에 대해 알아본다.
특성화고에서 다양한 길을 찾다
취재를 위해 찾은 수원시내 특성화고는 무척 바빠 보였다. 학생들의 특기·적성과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조건에 맞춰 취업을 시키거나, 면접을 준비하는 등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각 분야에서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진로와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는 특성화고의 변화된 모습이 느껴졌다.
특성화고의 장점을 우선 꼽자면, 다양한 진로개척을 할 수 있다는 것. 남학생의 경우 산업 기능요원으로 특례업체에 취업하면 급여도 받으면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고, 자신의 분야에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그 후에 대학진학을 원하면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중소기업들도 있고, 대학 졸업 후 복귀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경제적 부담을 덜고 경력을 쌓으면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성화고교는 또 우수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 협약 MOU 체결 등을 통해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특히 올해는 금융권이나 우수기업에서 전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특성화고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소식.
대학과도 MOU를 체결해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학과로 진학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성화고교 졸업생이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주목된다.
특성화고 졸업생이 취업 후 3년 정도 경력을 쌓은 뒤 필요에 따라 직무 연관성이 높은 학과에 진학하는 재직자 전형은 내신, 수능점수 없이 기업체장의 추천서로 입학이 가능한 제도. 2012학년도에는 건국대·중앙대·공주대 등 총 20개교(2011년 6월 기준)가 실시할 예정이다. 2015년부터 정원 외 7%까지 선발할 예정이며, 지방국립대를 포함해 참여하는 대학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고교시절 충분한 적성 검토, 미래 개척 쉬워
그동안 특성화고 동일계 특별전형, 직업탐구영역선택 등 특성화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요소들이 있었다. 하지만 교과부는 현 중3이 치르게 될 2015학 입시부터 이 특별전형을 폐지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올 하반기에 시행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어떤 분야에 소질과 적성이 나타나면 특성화고를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중상위권 중학생이라면 특성화고 선택이 유리할 수 있다.
“중학교 중상위권 학생들이 일반계고교로 진학하면 대개 중하위 또는 하위권으로 떨어진다. 특성화고에서는 노력 여하에 따라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삼일공고 김현정 홍보부장은 “상위권으로 성적이 오르면서 리더십을 발휘, 사회적응 및 생활을 훌륭히 해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성화고교에서는 3년 동안 ERP정보관리사, 웹디자인 기능사, 전자계산기기능사, 전자캐드기능사, CCNA(국제자격증) 등 전문자격증을 학교교육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른 동아리활동과 방과후활동 등으로 보다 전문화된 지식과 기능을 쌓으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고에 비해 특성화고교에서는 자신의 개성, 취미,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진로개척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각종 대회나 전시회 등에 참여해 특별한 수상실적을 쌓을 기회도 많다. 이는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도전한다면 일관된 열정을 보여 줄 수 있어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성화고교는 또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 진학하기 때문에 눈높이에 맞춘 수업이 가능한 것도 장점 중의 하나. 수시로 진행되는 학교 특성에 맞춘 전문강사들의 강의는 자기 발전이나 계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고민해 왔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춘 학과를 선택한다. 삼일상고 이소윤 홍보기획부장의 설명이다.
“꿈에 대한 확신과 목표의식이 뚜렷해 더욱 열심히 공부한다. 회계1등급 자격증을 취득 후 회계과에 진학했을 경우 오히려 3,4학년보다 실력이 우수한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서도 전공분야를 미리 경험하고와 전공과목의 수학능력이 높다고 인정한다.”
진로를 향한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특성화고에 입학하고자 한다면 염두에 둬야 할 것들도 있다. 수원정보고 윤기태 특성화부장의 조언이다. “실기 수업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자기와 맞지 않으면 학교생활까지도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진로를 향한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어떤 분야에 대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스펙이나 객관적인 자료를 모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윤 부장은 “그렇다고 특성화고교에서는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란다.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 모든 것은 역시 성적과 연관되어 있다. 진학은 물론이고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도 학교 성적은 중요한 평가 항목. 학업 성적은 성실성을 반영하는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성화고가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학벌과 학력 위주인 사회전반의 의식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 특성화고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학을 보내야만 부모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해 대학만을 목표로 두는 의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영어, 수학 등의 공부가 맞지 않는 아이에게 그것만을 강요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한일전산여고 김진석 교무부장은 “부모가 아이의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고 관심이 높을 때,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확률도 높은 편”이라며 “사고의 폭을 넓혀 아이의 소질을 잘 관찰하고 도전의식을 갖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움말 삼일상고 이소윤 홍보기획부장
삼일공고 김현정 홍보부장
수원정보과학고 윤기태 특성화부장
한일전산여고 김진석 교무부장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