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방학 나들이 장소로 빠뜨릴 수 없는 곳 어린이도서관. 도서관 어린이열람실에서 책에 빠져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한 감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지식을 쉽고 재밌게 알려주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작가들의 역량은 놀랍기 그지없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끌벅적한 학교생활을 애정으로 풀어내고 있는 송언 동화작가(56세, 광진구 중광초 재직)를 만났다. 송 작가는 30여권의 어린이 동화를 출간한 중견 아동문학가로 방학이면 아이들을 위한 동화작업에 몰두해 새로운 작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25개 도서관에서 강연 러브콜 받다
“이번 방학에는 봉사하라는 팔자인지 도서관에 가서 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어요. 개학 전까지 6개 도서관을 더 가야하고 10월까지 강연 스케줄이 잡혔어요. 사실 인기 동화작가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도서관에서 저를 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송언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한 문학 작가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서울경기지역의 25개 도서관에서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받았다. 때문에 창작 작업에 몰두하던 방학 일과에 큰 변화가 있었던 듯하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문학재능기부에 참여해달라는 메일을 받고 사실 고민했었어요. 내가 이런데 참여해도 될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그러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동참의사를 밝혔는데 생각보다 일이 훨씬 커진 거죠”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문학재능기부에 동참한 다른 작가들은 1~3곳에서 강연하는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많긴 많다.
망설여졌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에 25번의 축제를 즐기기로 결심했다. 강연 주제는 ‘동화 속 아이들, 동화 밖 아이들’로 잡았다. 아동문학을 매개로 아이들과 학부모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동화를 통해 문학이야기와 교육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학교와 사회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거기에 끼어 맞추는 학부모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죠. 동화 속 아이들처럼 키워보지 않겠느냐, 과거를 돌아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소설가, 동화의 소중함 일깨우다
송 작가의 어릴 적 꿈은 소설가였고 교사로 임용되기 전인 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다. 78년에는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시가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80년대만 해도 아동문학은 문학의 한 장르로 대접받지 못했던 시절이라 문학을 한다면 당연히 시 아니면 소설 이었다”면서 “교대에 진학하면서 교사의 꿈을 키웠지만 교사가 된 후에도 문학이 좋아서 수년을 소설가로의 삶을 병행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아동문학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전교조 내에서 어린이 교육 사업을 맡아하면서다.
“현실에서는 초등학생들과 생활하고 동화 운운하면서 속으로는 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죠. 당연히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심했죠. 그러다 우리 아이들 곁에 있는 동화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순수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화가 재밌더라고요.”
동화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좋아하던 담배도 끊었다. 일상이 소재들이었고 그것을 토대로 상상력을 펼치다보니 글이 술술 풀렸다. 궁합이 딱 맞았나보다.
사실, 동화와 인연을 맺어준 전교조 활동은 해직교사라는 아픔을 안겨줬다. 그렇게 9년을 학교 밖에서 보냈다. 하지만 송 작가는 이 시간은 기회였다고 당당히 얘기한다. “삶의 변화를 준 확실한 계기가 됐죠. 동화에 대해 재발견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해줬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건강한 교육관, 문학관이 생겼다는 점에서 가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동화로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고 싶어
송 작가는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이 시대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겠다는 사명감으로 동화를 쓴다고 했다.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고 싶고 이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접 쓴 수십여 권의 동화들 중에도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기 마련. ‘김구천구백이’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 ‘멋지다 썩은 떡’ ‘마법사 똥맨’이 대표적이다.
“묘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책이랑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대체로 비슷해요. 얼마 전에 강연 때문에 찾아간 도서관에서 사서 선생이 그러더군요. 열람실 책상에서 얌전히 책을 보던 초등학생이 갑자기 혼자 좋아서 데굴데굴 구르는 광경을 보고, 어떤 책인지 들춰봤더니 제 책이었다고요. 그래서 그 후로 제 작품을 유심히 봤고 도서관에 초대하고 싶었다고요.”
동화를 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로 이름난 책은 없지만 함께 부대끼는 아이들의 모습을 녹여 동화로 만들다보니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생생하게 읽힌다는 것. 송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몇 년 안에 교직을 정리하고 동화작가로 올인 할 생각이다. 학교 밖 아이들과 도시 밖 아이들을 마음껏 만나보며 작품의 세계를 넓히고 싶어서다.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위해 모험을 떠날 생각이에요. 그런 시간을 통해 저의 범주를 뛰어넘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싶어요. 인간이란 미물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모험심과 기지가 더욱 발휘되잖아요.”
학급 아이들에게 1년에 100권 이상 책을 읽어주면서 동화의 재미를 깨우쳐준다는 송언 선생님. 그의 의미 있는 일상은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진행 중이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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