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집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오후 3시 점심때가 훨씬 지난 시간이다. 손님들은 매콤달콤한 떡볶이 냄새를 맡으며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차례를 기다린다. 자리가 나면 앉아서 먹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포장해 간다. 떡볶이를 먹고 가는 손님이나 포장해 가는 손님 모두 웃음을 지으며 가게를 나간다. 이곳은 바로 ‘김현정 떡볶이’ 집이다.
며칠이라도 한국을 떠나 본 사람들은 다 안다. 매운맛이 얼마나 그리운지, 라면과 떡볶이가 얼마나 훌륭한 음식인지. 그 중 떡볶이는 세계 어디를 둘러 봐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분식 메뉴다. 비 올 때나 출출한 밤에 먹으면 더 맛있는 떡볶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 한다. 어려운 외국 손님 음식 접대에도 ‘딱’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추장 문화를 어떤 음식보다 간결하게 맛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떡볶이를 먹어 본 외국인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떡볶이는 유별나다. 집에서 온갖 좋은 재료와 맛집에서 공개한 래시피로 요리를 해봐도 길거리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재현해 내기 어렵다. 한 끼 적당하게 먹을 양을 사오는 게 낫다. 그렇다면 어디서 사올까?
자칭 ‘주부 9단 아줌마’들이 이구동성 추천하는 곳은 김현정 떡볶이집이다. 둔산동 타임 월드 뒷골목에 위치해 있다. 사장 이름이 김현정. 올해 나이 서른여덟인데, 8년간 떡볶이 장사를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떡볶이를 판매할 정도로 김 사장은 맛과 서비스에 자신이 있다. 빨간 유니폼에 깔끔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손님들에게 던지는 멘트 또한 수준급이다. 그래서 즐겁다. 손님들은 음식을 단순히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즐기러 오는 것이다.
매장의 한쪽 면과 주방은 시원스럽게 오픈했다. 때문에 조리 과정을 손님들은 빠짐없이 지켜볼 수 있다. 매장 곳곳엔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소품들이 많다. 화장품 교육 강사 출신인 김 사장의 아이디가 돋보인다.
맛과 서비스로 손님 감동시켜
카페를 연상하게 하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남다르다. 김 사장과 종업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미소와 함께 손님을 반기며 인사한다. 헤드셋으로 주문 내용을 주방에 전달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종업원이 와서 가위바위보를 청한다. 이 깜찍한 도전에서 손님이 이긴다면 먹기 좋은 크기의 쿨피스는 손님 것이 된다. 칼칼하게 매운 떡볶이와 달콤한 쿨피스는 궁합이 딱 맞는다. 속이 알차게 들어간 김밥도 떡볶이와 절친한 메뉴다. ‘땡초김밥’은 이곳의 인기 메뉴. 곱게 다져진 청량초가 김밥 위에 수북이 뿌려져 있다. 쓸데없이 맵기만 한 맛이 아니라 개운하고 식감을 자극해 중독성이 강하다.
‘길거리 떡볶이’는 소스가 감칠맛이 있다. 매콤하지만 끝 맛이 부드럽다. 떡볶이 소스에 잘 버무려 놓은 순대를 찍어 먹으면 명품 스테이크도 부럽지 않다. 사골국물이 들어갔는지 김 사장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준다. 이 비밀 소스로 김 사장은 침대 매트리스 대신 현찰 매트리스 위에서 잠을 자게 됐단다.
김 사장은 늘 이곳을 ‘즐거운 일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전해졌는지 종업원들도 일을 즐긴다. 각자 유니폼을 개성 있는 액세서리로 꾸미고 한 살짜리 아기 손님에게도 최선을 다해 접대(?)한다. 손님이 먼저 요구하기 전에 먼저 달려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음식을 매워하는 손님을 보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살짝 테이블에 놓고 간다.
김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따로 서비스 교육을 하지는 않는다”며 “직원들과 회식을 많이 하다 보니 내 ‘해피바이러스’가 종업원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1천만원으로 창업 가능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 이곳은 더욱 바빠졌다. ‘불 난 호떡집’ 보다 더 바쁘다. 오전에 사 간 손님이 오후에 또 올 때도 많다. 멀리서 오는 손님이 많아 얼마 전 만년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김 사장은 내친 김에 100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얼마 안 있으면 지금 일하는 곳, 혹은 사는 곳 가까이서 ‘김현정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현정 떡볶이 : 042-477-1588 / 창업문의 1599-0985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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