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에 갔더니

울산이 다시 보이네~

다양한 시민 참여 교육프로그램으로 인기 끌어

지역내일 2011-08-26 (수정 2011-08-26 오전 8:07:27)

“박물관에 왜 가야 되요?”
쉬고 싶은 토요일, 아이는 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얼마 전 개관한 박물관이라서 시설도 좋고 가까운 도시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냐는 말에 그다지 수긍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따라나서는 걸 보면 박물관 나들이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눈치다.




울산의 역사와 산업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울산박물관은 시민과 지역 기업의 자발적인 유물 기증과 기부로 꾸려진 박물관이다. 현재 박물관의 유물 총 3120여점 중에서 1770여점은 시민들이 기증한 것이고, 나머지 1350여점은 전국 각지 박물관에 흩어져 있던 울산 출토 유물 가운데 일부를 대여 형식으로 가져온 것이다.
울산박물관은 역사관, 산업사관ⅠㆍⅡ, 해울이관(어린이관), 2D영상관, 기획전시실, 야외전시관 등을 갖추고 선사시대부터 현대의 산업역사까지를 다루고 있다.
해울이관(어린이관)은 울산의 옛날이야기,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역사, 울산의 역사와 문화, 산업 등을 체험과 놀이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인터넷 예약(40명)과 현장접수(20명)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일로부터 30~3일전까지 예약)


역사관에 설치되어 있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모형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가 가장 눈길 끌어

울산박물관에 들어서면 본관 정문 외벽에 새겨진 웅장한 암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 대부분은 이 반구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0시 40분 경. 마침 도슨트 설명이 11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을 포함해 10명 남짓 되는 관람객들은 정각에 역사관 앞으로 모였다. 
도슨트는 2010년에 구석기 유물이 발견되기 이전까지 구석기 시대 때 울산 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는 이야기로 설명을 시작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역사관의 한 벽면을 가득 메운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모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는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포경유적으로 울산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울산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보물 제441호인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도 처음 접하는 유물이었다. 
울산은 오래 전 영남지방 최대의 철 생산지로 동아시아 철기문명의 원류지인 달천철장이 있어왔다고 한다. 이 유적지의 중요성을 계승시키고자 현재 울산에서는 ‘쇠부리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산업사관에서는 실제 모형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된 산업사관

산업사관은 울산 산업 발달사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울산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전시실이다. 원래 일제시대 때부터 울산을 산업단지화하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196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업지구로 설정된 이후 현재 명실상부한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 조선해양산업, 전기전자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산업사관에는 자동차 엔진을 비롯해 석유정제공장, 최초선박 축소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흥미를 더했다. 산업사관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가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시게 성장해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운 좋게 현장 예약으로 들어간 해울이관(어린이관)은 다양한 체험 시설이 있었는데 저학년정도의 아이들에게 좀 더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이와 함께라면 추천한다.


해울이관(어린이관)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들


울산박물관 시민참여 교육프로그램 인기

울산박물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박물관을 친숙한 곳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시민 참여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개관 후 처음으로 마련한 ''1일 박물관학교''을 시작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체험교실, 중·고교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펀(fun)-펀(fun) 뮤지움(museum)’까지 모두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9월 22일(목) ~ 11월 10일(목)에는 총8회에 걸쳐 ‘울산을 통해 한국역사를 읽다’는 주제로 제1회 울산박물관 아카데미프로그램 수강생을 모집한다.
10월 21일까지는 대영박물관 소장 유물 169점을 전시하는 특별전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 이야기’가 열린다.

돌아오는 길 아이는 “가기 전에는 귀찮았는데 박물관에서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어 괜찮았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박물관에도 들릴까?”라는 말에는 노코멘트. 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를 못 찾는데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유물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눈을 길렀으면 하는 욕심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박물관에 자주 들러보며 친근감을 가지게 되면 언젠가는 제 발로 박물관을 찾을 때가 올 것이다. 부모가 할 일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아닐까?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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