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근에, 아이들 등교까지 분주한 아침나절을 보내고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학교 엄마들과 만나 티타임겸 수다를 떨며 불타는 자녀교육열을 새삼 확인해 볼까? 아니면 아래층 엄마와 백화점으로 고고씽 쇼핑을 즐겨볼까? 이것도 저것도 다해봤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면, 이번엔 문화센터로 가보자. 마음의 허기를 내실있게 채워가기 위해 문화센터를 찾아가 공부하는 주부들이 많다. 머리 싸매고 배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살면서 배우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모두 공부다.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돌쟁이 아기부터 머리 희끗한 할머니까지 배움을 위해 찾아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우리동네 문화센터다. 낮은 울타리 열린 생활문화 공간으로 가까이 자리한 우리동네 문화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①농협고양하나로 YWCA 문화센터 ‘라인댄스반’
“영화 써니의 칠공주처럼 함께 춤춰볼까요?”
영화 ‘써니’에서 관객의 눈과 귀, 마음마저 사로잡은 칠공주의 유쾌한 댄스를 기억하는지요? 요즘 유행하는 현란한 댄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보는 사람들도 스텝을 밟게 만드는 흥겨운 그 춤, 그 춤 한번 춰보시렵니까? 단순하지만 경쾌하고, 춤을 추다보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라인댄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라인댄스는 내 인생의 비타민
라인댄스 수업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된다. 수요일 오전 11시 수업에 맞춰 문화센터 2층 대강당을 찾았다. 김영신 강사의 리드에 맞춰 즐겁고 신나는 수업이 시작됐다. 줄을 맞춰 선 회원들은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같은 안무를 반복하며 춤을 췄다. 그동안 봐왔던 다양한 댄스들 중 비교적 따라하기 수월해 보였다. 한 곡이 끝나자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회원들. “라인댄스는 쉬워 보이지만 운동량이 상당해 땀이 흠뻑 난다”며 라인댄스 예찬을 시작했다. 회원들 중 왕언니인 이도자(덕이동 68세) 회원은 “라인댄스를 배운지 5년째라며 근력과 유연성을 함께 키울 수 있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며 “라인댄스는 내 생활의 비타민”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 손주를 봐 할머니가 됐다는 김희숙(대화마을 57세) 회원도 거든다.
“딸 산후조리를 해주는데 얼마나 춤이 추고 싶던지, 딸에게 잠깐 애보라고 맡기고 문화센터로 달려 나와 수업에 참여한 적도 있어요. 재미있고 신나고, 수업을 마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라 좋아요. 라인댄스 수업이 있는 수요일만 애타게 기다린답니다.”
라인댄스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제자리, 앞으로, 뒤로, 옆으로 춤을 추며 걷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 서부개척 시대, 카우보이들이 활기 치던 시절, 카우보이들은 함께 모여 줄을 맞춰 춤을 추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 냈고, 그것이 바로 라인댄스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웨스턴 댄스, 컨츄리 댄스라고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쉽고 운동량이 많은 라인댄스를 실버세대들을 위한 건강댄스로 장려하고 있다.
우리 나이에 이만한 운동 없어요
라인댄스의 운동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고 한다. 활기차게 걷는 스텝이 반복돼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을 기르는데 좋고, 무릎 관절을 강화할 수 있어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에게 좋다고 한다. 3년째 라인댄스를 즐기고 있는 백마리아(파주 교하 62세) 회원은 “무릎이 안 좋아 운동도 잘 못했는데 라인댄스를 배우고 나선 무릎의 통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제가 직업상 야근을 할 때가 있는데 야근을 마치고 꼭 수업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피곤하지만 라인댄스로 몸을 풀고 나면 한결 개운하고 피로가 풀린답니다. 몸도 가벼워지고, 건강해지고 우리 나이에 이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권월중 회원(파주 산남면 64세)은 “허리가 안 좋았는데 바른 자세로 춤을 추다보니 허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나이 들면서 방향감각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는데 춤을 추며 방향감각을 익히고, 동작을 반복해 외우다보면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올드 팝송부터 최신 유행곡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라인댄스반 수업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주1회 수업으로 현재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진행한다. 건강과 활력을 찾기 위해 땀을 흘리는 회원들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다.
하나로 YWCA 문화센터에서 라인댄스 김영신 강사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 춤을 추세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회원들을 리드하는 김영신 강사. 그는 “50대 이후엔 대부분 정적인 운동을 권하는데 과격하지 않고 적당히 활기찬 라인댄스가 중장년층에게 딱 좋다”고 말한다.
“50대에 들어서니 ‘나도 늙어가는구나’하며 우울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활기를 되찾을 무엇인가 필요했는데 우연히 라인댄스를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 라인댄스의 매력에 푹 빠져 강사과정까지 마치고 이렇게 회원들과 함께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답니다.”
최근엔 실버세대의 문화생활이 확산되면서 라인댄스도 조금씩 붐이 일고 있다. 걷기를 기본으로 하는 라인댄스는 운동을 해도 몸에 힘이 빠지지 않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김영신 강사는 “라인댄스를 추고 땀을 흘리고 나면 엔돌핀과 세라토닌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행복해지고 싶다면 라인댄스에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또한 “최근엔 춤이 격하고 복잡해지는 추세지만 라인댄스는 언제나 쉽고 건강해지는 댄스를 지향한다”며 “스트레스없이 춤을 배울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이 바로 라인댄스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세계라인댄스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김영신 강사는 그곳에서 80대 어르신들이 라인댄스를 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구보다 활기차고 건강해 보이는 어르신들을 보며 라인댄스의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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