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진로 상담에서 친구관계 고민까지~

지역내일 2011-10-01

Wee 클래스로 우리학교 상담실이 달라졌어요!

 상담실이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문제아’들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직업진로상담, 친구관계개선,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돕고 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해진 것은 2010년부터 시행된 학생안전통합 위(Wee)프로젝트 중 하나인 위클래스 덕분이다. 고양시 22개, 파주시 14개교에서 상담실을 위클래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학생들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활발하게 위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세 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상담실 이용 늘면서 학교폭력 줄었어요”
파주 지산초등학교
 지산초등학교(교장 강수원) 위클래스는 조용할 틈이 없다. 쉬는 시간과 점심 급식 후, 방과 후에 늘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상담실에서 얘기하고 나서 속이 시원해지고 문제가 해결됐어요.” (4학년 박서현)
“그림도 그리고 도미노도 할 수 있고 애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아요.” (4학년 김지혜)
지산초교는 2010년 9월부터 세 학기 째 위클래스 프로그램으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영 교사는 “도농복합지역인데다 갑자기 운정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기존에 살던 주민들의 자녀들이 소외되는 등 학생 인성 문제가 중요한 과제였다”고 위클래스 도입 배경을 말한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 가족과 함께 친밀한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위클래스 프로그램은 단비와도 같았다.
일대일로 진행하는 개인상담,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한 친친교실, 전 학년이 실시한 인성수업과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을 실시했다. 올해로 일 년 반째, 효과가 나타났다. 상담실 이용 횟수가 50% 늘어난 것과 비례해 교내 폭력은 50%이상 줄어들었다. 활발한 활동을 인정받아 현재 다른 학교의 위클래스 운영을 돕는 컨설팅도 맡고 있다.
상담교사 원연실 씨는 “상담을 하러 들렀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편안하게 놀러 찾아온다”면서 “전반적으로 아이들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 친구와 비교하는 부모님 때문에 속상한 일, 담임선생님에게 혼났던 일도 단골 상담 사례다.
남궁정도 교사는 “아이들이 위클래스를 찾아가 부담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면서 “학교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상담실은 비밀유지가 원칙이나 교사,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강수원 교장은 “가장 큰 어려움은 지속성”이라면서 “현재 상담교사가 분기별 계약직으로 배치된다. 소명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카페 찾아왔다 고민까지 풀고 가요”
일산 안곡중학교 
 안곡중학교(교장 문영애) 위클래스는 2010년 9월에 운영을 시작했다. ‘문제아들만 오는 곳’이라는 편견에 주저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쉼터처럼 편안하게 들른다. 순회 상담 교사가 가끔 들르던 기존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위클래스를 운영하면서 달라졌다. 안곡중 위클래스는 개인 상담과 집단상담, 직업적성검사, 전 학급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프로그램 등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안곡중 위클래스를 북적거리게 만든 비밀이 하나 숨어 있었으니, 바로 따뜻한 차 한 잔이다.
“위카페라고 해서 아이들이 컵을 가져오면 차를 한잔씩 타줬어요. 사탕을 받으러 오기도 했죠. 문제 있는 아이들만 간다고 생각하던 아이들도 친근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유미경 상담교사의 말이다. 평소에 퍼즐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상담실을 이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상담을 신청한다. 그 밖에 무단결석 등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담임교사가 의뢰해 상담실을 찾는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맡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이 일어날 때 상담을 요청한다. 상담사례는 담임교사와 연계해 학생 지도를 돕는다.
 안곡중 학생들은 어떤 문제로 상담실 문을 두드릴까? 유미경 상담교사에 따르면 여학생은 친구관계, 남학생은 자신감 문제를 가장 많이 호소한다. 공통된 문제는 진로 고민이다.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부모의 반대로 좌절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유 교사는 “감정 흐름이 막히면 공부가 안 된다. 아이들의 마음속을 시원하게 해주면 학업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래상담으로 친구 고민 함께 풀어요”
일산 신일비즈니스고등학교
 신일비즈니스고등학교(교장 주정보)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진로 문제다. 위클래스에서 진행해온 진로탐색, 미술치료, 성격유형검사, 미술치료, 대인관계개선, 인성검사, 음악치료 등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학생들은 ‘성격과 진로’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드러지는 것은 또래상담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교사의 성격유형에 맞는 학생지도방법 교육, 교사 대상 감수성훈련 프로그램이 꾸준히 운영된다. 또래상담은 상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을 대상으로 상담해 주는 것이다. 현재 1, 2학년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반에서 남자애들한테 놀림받는 아이가 상담을 받으러 왔어요. 상담 선생님이 저희한테 그 친구를 도와주라고 얘기해서 저희가 다독이고 위로해 주었어요. 그 친구 심정을 이해하고 도움되는 말도 해주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남자애들이 괴롭히는 모습도 이제는 보이지 않아요.”
또래상담에 참여하는 2학년 김선영 학생의 말이다. 친구 없으면 못 살듯 뭉쳐 다니는 고등학생들도 정작 속 깊은 고민은 혼자 끙끙거리고 사는 일이 많다고 고백한다. 신일비즈니스고 위클래스는 그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중학교때는 상담실이 없었어요. 아픈 기억이 있어도 친구한테 말 못하고 속으로 숨기면서 더 우울해졌거든요. 고등학교 와서 상담실을 보니 진로도 도와주고 상담도 해주고 깊은 얘기도 해주니까 내 편이 하나 있다는 느낌이에요.” (2학년 김은별)
 1학년 박수영 양도 “친구한테도 얘기하기 힘든 문제를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전문상담교사가 운영하는 것도 내실 있는 운영의 비결이다. 이지원 교사는 “이유 없는 반항이란 없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보기엔 이유 없이 짜증내는 것 같아도 아이들 마음속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귀 기울여 들어주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Wee프로그램이란?
 안전통합시스템(Wee) 프로젝트는 Wee클래스와 Wee센터, Wee스쿨로 구분된다. Wee클래스는 일선 학교에, Wee센터는 교육지원청에 속해 있다. 규모가 훨씬 큰 Wee스쿨은 일부 권역마다 설치돼 있다. 세 기관은 단위 학교와 교육청으로 나뉘어 학생 상담 및 위기학생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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