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나이 30을 일컬어 ''이립(而立)''이라 했다. 본격적으로 뜻을 세우는 나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올해로 딱 30년, 이립의 해를 맞았다. 출범 초창기에는 자본주의 첨단을 걷는 상업스포츠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제는 온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관중 700만 명을 바라보고 있고 스포츠 향유의 즐거움 제공은 물론 지역통합이라는 사회적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우리 전라북도는 프로야구와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70~80년대 온 국민을 TV 앞에 붙들어 맸던 고교야구의 전설 군산상고가 있고, 쌍방울 레이더스의 추억이 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는 김봉연, 김성한, 김일권, 조계현 등 숱한 야구스타를 배출했고,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자랑스럽게 장식하고 있다. 지금도 전북에는 야구를 사랑하는 동호인들과 꿈나무들이 ''역전의 전설''을 가슴에 품고 재기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때 KBO(한국야구위원회)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지는 우리 전북도민들의 야구사랑에 불을 붙였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북도민의 85% 이상이 프로야구단 유치를 희망하고 있고, 적극적인 관람의사를 밝히고 있다. 출범 3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이러한 지역민의 열망을 받아들이고 더 큰 뜻을 세울 때가 됐다.
한국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구단이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해야 한다. 그래야 전 국민이 야구를 즐기고 야구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수도권에 4개, 영남권에 3개가 편중돼 있고 광주와 대전에 하나씩 있을 뿐이다.
야구사의 전설을 쓴 전라북도는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 이후 10년간 광주에 연고를 두고 있는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군산경기장에서 기아타이거즈 경기가 열리면 주차장이 부족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고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응원의 함성을 보내고 있다. 전북에는 야구의 혼이 살아있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라북도는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신청했고, KBO와 기업들을 상대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야구저변확대를 위해, 궁극적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프로야구 10구단은 전북으로 와야 한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전북은 타시도와 유치경쟁에서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돈이 되는 수도권도 아니고 인구도 적다. 기업 입장에서 굳이 전북을 택할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스포츠에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선진적인 기업들은 기업이윤의 사회적 환원 차원에서 스포츠에 투자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4.0''이 각광받으면서 유수의 대기업들이 사회적기업과 문화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품격 높은 여가 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전라북도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최첨단 복합문화시설을 겸비한 신규 야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용야구장 건립은 프로야구단 유치의 제 1조건인 만큼 기존의 군산과 익산야구장을 리모델링하고 전주야구장을 이전하여 2만5000석 규모의 스포츠 문화복합시설로 준공할 계획이다. 야구장 운영도 구단에게 자율권을 부여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전북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 도민들의 열정, 4개 시·군 공동연고지 등은 어디서도 따라올 수 없는 전라북도만의 강점이다.
전북도민들은 여름날 저녁 가족들과 손잡고 야구장으로 가고 싶은 소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지역팀 선수이름을 목 터지게 외쳐보고 싶은 간절함도 있다.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도 지역연고 구단이 없어서 타 지역 선수로 생활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 "플레이, 플레이, 우리전북!"을 외치며 북소리 징소리에 맞춰 어깨춤 추고 싶다. 야구가 끝난 후 심야영화도 보고 맥주도 한 잔 마실 수 있는 ''꿈의 구장''도 갖고 싶다.
한국 프로야구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제10구단은 반드시 전북으로 와야 한다.
정헌율 /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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