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취미에서 학습으로 방향을 전환하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가 중요하던 시절에도, ‘자기주도학습’이 대세인 지금에도 가장 중요한 교과목으로 꼽히는 영어. 중요한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도 많다보니 학습방법도 다양하고 교육시장도 크다.
요즘 이 영어교육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영어도서관이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대형 학원들은 도서관을 보강하고 독서를 정규프로그램화 하고 있고 프랜차이즈형 영어도서관이나 독립적인 운영 프로그램을 갖춘 곳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독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학교시험에서의 서술형의 비중이 늘었고 쓰기와 말하기를 포함하는 NEAT(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과서 암기나 문제풀이만으로도 대비가 가능했던 선다형시험과는 다르게 사고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험의 형태가 영어학습법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좋은 줄 알면서도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학습의 방법으로는 다소 외면 받았던 독서가 현대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현장인 영어도서관을 들여다보았다.
정혜정 리포터 hc0913@naver.com
▶English Book Ladder
책은 영어를 정상까지 이끄는 사다리
English Book Ladder 윤록수 원장은 미국 유학시절 경험한 도서관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명절이나 기념일이 되면 그와 관련된 많은 행사가 열고 관련 책들을 전시하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런 책들에 눈이 가게 되고 그냥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도서관의 기능이 조용히 책보고 공부만 하는 곳으로 한정 지어져 있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윤 원장. 그래서 동생과 함께 ‘문화를 만나고 체험하는 재미있는 공간’을 직접 운영하게 되었단다.
영미 문화권의 기념일에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외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독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또 학생들과 교사들이 어울려 벼룩시장을 열기도 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도서관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의 기본이 되는 English Book Ladder의 정규 프로그램은 레벨테스트를 통해 학습자의 능력을 파악하고 같은 색 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은 어떤 것이라도 자유롭게 선택해서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 학생이 직접 방문해 한 주간 읽은 책에 대해 컴퓨터를 통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내고 몇 개를 맞고 틀리는지 보는 시험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점검은 독서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 혼자 읽기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학생을 위한 별도의 강좌도 준비돼 있다.”
윤 원장은 “독서는 조력자가 필요한 초급 단계에서부터 리터니까지 커버하는 학습법이고 무엇보다 즐겁게 공부 할 수 있는 학습법”이라고 강조한다.
문의 031-8022-5010
▶KnK 영어도서관
홈스쿨링 과정과 어학원 과정을 함께
정식 명칭은 KnK International Homeschool. 홈스쿨링 과정과 어학원 과정에 영어도서관까지 갖춘 영어교육기관이다. 유명 블로그나 카페를 따라해 보지만 지속하기 어려운 게 바로 홈스쿨링. KnK는 홈스쿨링 과정을 지속할 수 있는 정기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다른 프로그램과 병행하거나 혹은 별도로도 이용가능한 도서관은 5만여 권의 도서를 갖추고 있다. 대출 회수에 제한이 없고 Reading Level로 분류해 두고 있어 학습자의 단계에 맞게 편리하게 골라 읽을 수 있으며 어린이판 유명 영어잡지도 구비되어있다.
문의 031-716-6778
▶리딩플래닛
집에서 만나는 영어도서관
매월 12권의 도서를 집으로 찾아와 대여해 준다. 주 단위로 방문해 개인의 읽기능력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도서3권을 한 가방에 넣어 배달해 주고 읽은 책은 회수해 오는 시스템. 단계별 다양한 장르와 출판사의 책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대여하는 도서 중 약 80%의 음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의 5,6학년의 필독서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유아단계의 경우 부모가이드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각 단계별로 읽어야 하는 책을 선별해서 가져다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쪽으로만 치우쳐 읽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레벨테스트부터 독후 활동 까지를 홈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어 시간 활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이용해 볼 수 있다.
문의 010-8409-0599
▶SELC
소통와 지식을 위한 독서
“독서를 통해 현지에서 통용되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은 물론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는 SELC 김지현 부원장. “아이들이 일정한 독서 수준을 갖추기 전까지 레벨에 맞는 책의 선정을 도와주고 이해도를 확인하는 독후 활동을 위한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소신답게 관리가 철저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난이도에 맞지 않는 책을 강요하거나 책을 읽고 난 후에 확인을 위한 지나친 독후 활동을 강요하는 건 좋지 않다. 우선은 책과 친해 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엄마·아빠가 먼저 읽은 책의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관심을 유도 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란다.
SELC에는 독서에 필요한 Phonics나 Vocabulary Class 강좌도 마련돼 있어 영어를 처음 접하는 경우라도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김 부원장은 “책은 정보를 주는 도구이자 다양하고 많은 어휘들을 대할 수 있는 도구다. 요즘 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데, 영어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언어를 책처럼 많이 담고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독서는 시간이 걸리는 학습법이지만 독서의 힘을 믿고 아이들을 믿고 기다린다면 영어실력과 다방면에 걸친 지식까지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학습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의 031-716-2122
영어도서관 이용 후기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영어 책 읽기’는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영어를 덜 쓰는 환경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언어 환경이 영어가 아닌 우리 현실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어 환경이 책이라는 것.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장의 구조나 문법을 익히게 되고 다양한 표현과 많은 양의 어휘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말하기 뿐 아니라 쓰기 능력도 키워주어 내년부터 시행 될 NEAT에서 평가하는 말하기와 쓰기에 직접적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 대비로서의 학습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이미 시행되어 오고 있는 토플이나 토익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8월 13일 시행된 iBT에서 120점 만점을 받은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은 “외국생활 한 적 없고 시험대비를 위해 학원 다닌 적 없다. 어려서부터 영어책을 즐겨 읽었다”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사실 독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이야 모르는 이는 없을 터. 하지만 토플만점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독서를 통해 나름의 장점을 누리고 있다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2학년 세 자녀의 엄마 A씨. “미국거주 경험이 있는 큰아이와 책을 좋아하지 않는 둘째를 위해 다니고 있어요. 큰 아이는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하고 둘째는 처음에는 책을 읽고 난 후에 주는 포인트 모으기에 재미를 붙이더니 이제는 책이 재밌대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엄마 B씨. “아이가 너무 영어를 학습적으로만 접근하는 모습이 걱정스러웠어요. 배우는 즐거움도 알아가며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영어유치원에 이어서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홈스쿨링과 독서를 병행하고 있어요. 학원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니 엄마도 아이도 여유로워졌어요.”
#초등 6학년과 4세 남매의 엄마 C씨. “암기를 통해서는 배우는 어휘는 아무래도 한정 되어 있잖아요. 책을 읽다보니 표현력이 좋아지는 거 같아요. 방문형 업체를 이용하니 시간활용 면에서도 편리하구요. 최근엔 둘째도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엄마 D씨. “영어도서관에서 해주는 수업과 책읽기를 병행하고 있어요. 책읽기 외의 숙제가 따로 없어서 힘들지 않고 영어 싫다 소리 안 해요.”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형제 엄마 E씨. “문학작품 외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잡지도 훌륭한 독서 재료에요. 현장감 있는 생생한 영어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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