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에 놀란 전북도 "광장 닫겠다"

청사 광장 집회·시위 금지 조례안 예고 … 시민단체 "서울광장 뒤밟기" 반발

지역내일 2011-10-01
전북도가 ''공익''을 들어 도청사 광장의 집회를 금지하려 하자 시민단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북도는 9월 2일 ''전북도 청사시설물 사용 및 운영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예고안 가운데 ''사용제한(6조 3항)'' 항목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종전 ''종교행사나 정치행사''를 제한하는 항목에 ''집회 및 시위''를 추가한 것이다. 도청 광장이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2월부터 5달을 넘긴 전주시내버스 파업의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 소속 버스 조합원들은 도청사 광장 등에서 장기간 노숙파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 전북도 직원들과 조합원들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로 도청사 출입이 수시로 제한되는 불편을 겪었다.
지역 시민단체는 조례 개정안이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행위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당장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도청 광장을 닫고서 도민소통을 말하는 것은 기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전북본부도 "지방자치단체 청사 주변 장소 등에 대해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집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또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광장을 봉쇄한 서울시의 전철을 반복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이에 대해 "도청사 광장은 서울광장과 달리 청사내부로 집회 제한 조례가 헌법 등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은 청사 밖 공원지구이고 도청사 광장은 편의상 광장이라 부를 뿐 도청사 내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도 청사관리계 관계자는 "전국 5개 광역지자체가 청사 시설물 관련 조례를 두고 있지만 청사 안까지 들어와서 장기간 시위를 벌이는 곳은 전북이 유일하다"면서 "과격한 시위나 집회를 막고자 하는 조치로 광장 봉쇄라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북도는 논란이 일자 충분한 의견 수렴을 전제로 개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전북도 김승수 정무부지사는 28일 "업무에 지장을 주는 집회나 시위 등에 대해서는 광장 사용을 제한하려 했으나 반대 의견이 많아 일단 유보한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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