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KBS 2 TV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그 안에는 여든 넘은 고령에도 맑은 음색으로 노래하는 할머니가 있다. 부천에도 그런 노인이 있다. 온새미로합창단 최고령 단원인 최윤선(67) 씨가 있었다. 여섯 살 때 합창을 시작해서 지금도 깊이 있는 음색과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있는 그. 세월이 흘렀어도 노인 같지 않은 젊은 사람, 지난 22일 최 씨를 만났다.
온 생애를 노래와 함께
“살아오며 제일 잘한 일이요? 한 합창단에서 12년 간 노래했다는 거요. 그리고 온 생애를 바쳐 합창했다는 것입니다.” 진갑 지나 고희를 바라보는 최 씨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별로 없다. 단원들이 나이를 알면 깜짝 놀란다고 해서 그 비결을 물으니 “평생 합창해서” 란다.
곧고 바른 성품으로 몸담은 합창단을 위해서라면 혼신을 다해왔다는 윤선 씨. 그는 대체 몇 곳의 합창단을 거쳐 온 걸까? 33세부터 이어지는 그의 합창단 이력은 다채롭다. 서울 어머니 합창단, 마포구 한울림합창단, 강서구 합창단, 민주정의당 합창단, 부천시 어머니 합창단, 부천시 역곡동 샘골어머니합창단, 온새미로합창단(구 부천여성합창단)까지.
더 말하라면 더 있겠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80년 대 중반에는 주로 서울에서 합창단 생활을 했다. 당시 국립극장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그는 영화 ‘닥터지바고’의 주제음악을 듀엣으로 노래하게 된다. 그 때 민정당합창단 지휘자였던 권승수 씨가 이 노래의 음색에 맞는 사람으로 최 씨를 지목해서였다. “그 무렵 제 성대가 아주 안 좋을 정도로 아팠어요. 그런데 권 지휘자가 지어준 약을 먹고 최대한 목을 아끼고 연습해서 감동의 무대를 연출해냈죠. 그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온새미로합창단의 평생 단원
“지금은 고인이 된 제 남편이 서울까지 다니지 말고 힘든 상황에 있는 동네 합창단에서 노래하라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2000년, 잠시 활동을 중지하고 있을 때였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서울 활동을 재개하려던 그였지만 남편 의견을 받아들였다. 당시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에서는 부천여성합창단이 창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곳 초기 멤버로 입단한 그는 윤교생 지휘자를 도와 합창단원과 단장 영입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합창단원들의 화합과 단결에도 애쓰게 된다. 그러면서 2010년 열한 번째 정기연주회를 거치며 합창단 대모로 주춧돌 역할을 했다. 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 부천시 합창단 역사의 산증인으로도 남게 됐다.
그는 몸에서 가장 더디 늙는 것이 성대라고 했다. 노래는 성대 관리를 잘하고 선한 마음을 가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려면 선생님을 잘 만나서 바른 발성을 유지하며 노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노래하면 마음이 기쁘고 저절로 평화로워져요. 남에게 좋은 인상을 나눠주고 건강도 아주 좋아집니다. 내 삶이 기쁘니 가족도 이웃도 다 좋게 변화하게 되는 게 합창이예요.”
남은 시간도 합창하며 행복하게
“제가 노래하는 이유는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노래하면서 포용력을 키웠고 마음이 넓어졌으니까요. 합창을 뺀 인생은 생각할 수 없어요.”
최 씨는 40대 무렵 합창단 활동을 잠시 쉰 적이 있다. 그 때는 ‘언젠가 합창은 해야 한다’, ‘활동 장소가 잠시 멀어졌을 뿐 노래는 내 옆에 있다’, ‘타임이 안 맞아서 쉬고 있을 뿐’이라고 자기최면하며 살았다.
그의 하루는 음악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FM 라디오를 틀고 음악을 듣는 것이 습관이다. 집에 있을 땐 리사이틀도 연다. 거울을 보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그렇게 음악은 생활의 전부다. 그가 잘 부르는 노래는 ‘님이 오시는 지’, ‘언덕에서’ 등의 가곡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7080노래도 귀에 들어온다. “합창 연습시간이면 기력이 딸려요. 그럴 때 ‘나 조금 자고 할게’라고 하면 단원들이 웃지요.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을 봤어요. 84세 할머니를 보고 나도 저 때까지 해야지,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죠. 하지만 물러날 땐 물러날 줄 아는 사람으로 남을 거예요.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고 희망을 주기도 하는 합창으로 남은 생애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