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스포츠, 당구 한 게임 어때요?
바야흐로 당구 전성시대다. 일산에도 지난해와 올해 당구동호회가 여럿 생겨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으로 선생님과 함께 교복을 입고 찾아온다. 은퇴하는 장년층들이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당구장이 손꼽힌 것도 당구장 붐에 한 몫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당구가 그만큼 남녀노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주부들이 대부분인 당구 동호회
스포츠당구동호회 스카이16의 모임 장소는 대화역 5번 출구 옆에 있는 스카이당구장이다. 뿌연 담배 연기 속에 ‘시시껄렁한’ 동네 ‘형님’들이 진치고 앉아 있던 예전의 당구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당구장의 변화는 벌써 진행 중이었다. 리포터가 찾은 지난 15일에도 교복을 입은 중학생, 주부, 나이 지긋한 중년남성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당구의 매력을 즐기고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여태 모르는 요즘 당구장과 당구 문화, 스카이16 회원들을 통해 들어 보았다.
스카이16은 올해 생겨난 신생 동호회다. 그러나 두 명의 코치를 둔 든든한 모임이다. 구력 20년 이상의 회원들부터 처음 큐대를 잡아 본 새내기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모임은 월수금 반과 화목토 반이 있다. 회원은 주부가 반 이상이다. 연령은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모임은 자신이 참여하기로 한 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느 시간에 나와서 연습해도 상관이 없다. 느슨한 듯 편안하면서도 실력파 코치들의 지도를 상세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동호회비는 월 3만 5천원으로 교습료와 사용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당구가 좋아 문을 열다
모임을 이끌어 가는 이는 스카이당구장 대표인 한광용 씨다. 대부분의 모임 이후 뒷풀이를 당구로 할 정도로 마니아다. 식사를 하면 으레 당구장으로 향한다.
“대학 때부터 당구를 좋아했어요. 식사하고 술 마신 다음은 당구를 치는 거죠. 등산, 골프, 요트 모두 조금씩은 힘든 운동이지만 당구는 부담이 없잖아요. 어차피 날마다 치는 당구, 아예 당구장을 차리면 어떨까 싶었죠.”
친하게 지내던 후배와 논의 끝에 ‘당구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동호회를 꾸리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 대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후배와 함께 번갈아 가며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저를 비롯해 당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모임 장소도 되고, 동호회도 활성화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죠.”
한 대표는 의외로 주부들이 당구를 좋아하고 잘 배워서 놀랍다면서 웃는다. 당구장도 동호회도 꾸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포부는 크다. 스포츠로서 위상을 자리매김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스카이16은 현재 주3회 강습 겸 모임을 갖는 것이 전부지만 앞으로 매달 정기 시합을 갖고 트로피도 증정할 예정이다. 길게 보자면 당구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도 배출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한 대표는 당구 레벨 250, 코치들은 3~400, 1000까지 치는 회원도 있으니 아주 먼 목표는 아닌 듯 보인다.
걸으면서 즐기는 가벼운 스포츠, 전신 운동 효과까지
전문가들에 의하면 당구를 1시간 치는 것은 2km걷는 것과 맞먹는 운동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줄곧 일어서서 걷고 상하체를 동시에 움직이는 종목이니 그럴 만도 하다. 또 당구는 무척 과학적인 스포츠다. 당구대에 찍혀 있는 하얀 점을 보고 당구공이 굴러갈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데, 수학과 과학의 원리가 모두 녹아 있다. 공의 회전, 힘, 속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노년층의 치매 예방에도 좋다.
“50대를 넘기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신건강에도 좋은 과학적인 스포츠예요.”
당구대 위에 있는 점을 수치화해서 치는 것이지 아무렇게나 감각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는 안사엽 코치의 말이다. 그는 경기가 운영되는 시스템만 파악하면 쉽게 맞출 수 있는 정확한 게임이라고 당구의 특징을 말한다.
당구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무리가 덜 되는 운동’이라는 데 있다. 안 코치는 일례로 70대 여성이 5시간을 치는 일을 보았다면서 “오래 즐겨도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이라고 당구의 매력을 꼽았다.
당구는 게임 종류도 다양하다. 그저 테이블 위에서 치고 마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공의 개수도 3, 4, 6, 9 등 다양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한 게임
내일신문에 난 회원모집 공고를 보고 가입했다는 김수련 씨는 결혼 전에 친구들과 즐기던 포켓볼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어 동호회에 찾아왔다. 시설이 깨끗하고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
“동호회에 오면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같이 하니까 좋아요. 게임도 여러 방식이 있고 룰을 만들어서 하기도 하고 인원수와 종류에 따라 다르게 할 수 있어요.”
박해숙 씨는 포켓볼 공이 들어가는 순간에 즐거움을 느낀다.
“스트레스 해소죠. 시간을 내서 나만을 위한 취미를 즐기는 것, 이 시간 외에는 없어요. 충분히 잘 즐기고 있어서 만족해요.”
김수련 씨와 박해숙 씨는 앞으로 3구, 4구 당구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격하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저렴해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 장점을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닌 당구는 건전한 스포츠로 점점 마니아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니인터뷰 - 당구 즐기는 중년의 어머니들 “당구 함께 치면 재밌어요”
스카이16에는 어머니 회원들이 많다. 기타를 함께 배우다 당구 동호회까지 같이 오게 되었다는 김위경 씨와 친구 박 모씨는 “동호회에서 함께 치니까 즐겁다”고 말한다.
“볼링보다 무겁지도 않죠. 다른 준비물도 없고 시간만 내면 돼요. 문화센터 강좌 하나 듣는 것 이상으로 돈이 들지도 않죠. 한 번에 2 시간씩 편안한 시간에 나와서 같이 치는 사람들 있으니 좋아요.”
큰 돈 들지 않는 취미 생활로 당구만한 게 없다며 활짝 웃는 어머니들, 큐대를 든 폼이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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