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버킷리스트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영어 공부. 자녀들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는 엄마들도 ‘벙어리 영어’에서 벗어나 자막 없이 영화나 미드를 보고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다는 영어에 대한 열망은 뜨겁다. 베스트셀러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정찬용 소장에게 ‘엄마들의 영어공부’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30대 고졸 여성이 미군과 결혼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갔어요. 영어가 서툴러 집에만 틀어박혀있다 보니 시어머니가 자꾸 등을 떼밀었대요. 마지못해 혼자 장보러 가거나 이웃모임에 참석해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죠. 할 일 없으니까 TV를 끼고 살다시피 했데요. 3년 후 한국에 돌아온 그의 영어 발음과 의사소통 수준은 나무랄 데가 없었어요. 그 분을 보면서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단어 외우고 문법 배우는 식의 외국어 학습법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죠.” 정찬용 지엔에듀케이션 언어연구소장이 20대 때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만난 학원장 부인의 사례다. 그때부터 정 소장은 외국어 공부는 ‘무조건 듣기부터’라는 학습법의 뼈대를 세우게 되었다.
아이보다 성인이 영어실력 빨리 는다
영어 콤플렉스를 벗고 ‘영어 도사 엄마’가 되는 지름길을 묻자 “내 경험상도 그렇고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나와 있듯이 아이들보다 성인들이 단기간에 영어실력이 많이 늘어요.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의지가 강하고 우리말이 유창하기 때문이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분명한 목표를 정해야 해요. 수능 영어나 토익점수 올리기 같은 시험 영어가 아니라 ‘영어를 한국어처럼’ 즉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거나 신문이나 방송을 무리 없이 볼 있는 수준으로 정해야겠죠.” 정 소장 공부법의 핵심은 무조건 집중해서 영어 듣기. 단어장이 너덜거릴 만큼 달달 외웠던 ‘그 마음’으로 미드나 영화, 뉴스클립을 매일 2시간 이상 꾸준히 들으라고 권한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들으세요. 반복해서 듣다보면 소리에 익숙해지고 짤막한 영어문장이 입에서 튀어나옵니다. 귀에 들리는 단어수가 늘면서 문장 구조를 파악하게 되고 점차 내용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다음 단계는 영어 따라 말하기. 영자신문이나 재미있는 소설책을 정해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다. “영어는 10~20년씩 공부해야 하는 ‘학문’이 아니라 ‘언어’일 뿐이에요. 1~2년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듣기와 소리 내어 말하기, 읽기’만 매일 2시간 이상씩만 꾸준히 하면 몰라보게 실력이 좋아집니다.” 정 소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하루 2시간씩 1년만 ‘듣기와 읽기’ 하라
‘정찬용 영어공부법’은 그가 독일어와 영어를 마스터하기까지 실전 노하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서울대를 나와 조경학 공부를 하러 독일로 유학 간 정 소장은 유학 초기 ‘독일어 원서를 한글 책 읽어야 할 만큼’의 독일어 수준을 요구한 현지에서 고전했다. 그러다 24시간 TV를 끼고 살면서 귀와 말문을 튼 후 박사학위까지 무사히 받았다. 귀국 후 에버랜드에 입사한 후에 영어도 같은 방법으로 공부했다. “IMF시절 직장인들은 ‘스펙’ 쌓으려 너도나도 영어책을 펴들었어요. 동료가 아무리 공부해도 토익점수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내가 공부한 방법을 알려주니까 한 달 만에 200점이 올랐어요. 사내에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나를 찾아왔어요.” 이를 계기로 쓴 책이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베스트셀러로 ‘대박’ 나고 강연요청이 쇄도하면서 영어교육 전문가로 전업을 했다. “고등학생 60명을 모아 하루 6시간씩 집중 영어반을 만들었어요. 오전에는 외국인 일상 대화를 무조건 듣게 했고 오후 3시간 동안은 큰 소리로 읽기를 시켰어요. 한 달 뒤 치른 토익시험에서 평균 180점씩 올랐고 많게는 400점이 상승한 학생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영어에 ‘한 맺힌’ 성인들을 모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영어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업에 종사하던 30대 여성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 결국 퇴사했어요. 세달 전부터 독하게 마음먹고 하루 6~7시간씩 영어 듣기와 읽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상당히 많이 늘었어요.” 최근 사례를 들려준다.
‘영어 잘하는 엄마’ 아이가 벤치마킹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24가지 이유> 신간을 펴낸 정 소장은 전국을 돌며 특강을 열고 있다. 남녀노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럴 만나러 강연장을 찾는다. “영어 듣기 교재 선정 요령부터 시시콜콜한 것까지 많이들 질문해요. 대한민국이 영어에 목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죠. 영어는 ‘써먹자고’ 공부하는 거니까 단어와 문법에 치중하지 말고 무조건 많이 들으라고 강조해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내가 배워서 우리 아이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은 엄마들은 생각을 바꾸세요. 다들 단어 암기부터 시작해 문법, 독해 식으로 가르치다 보면 아이와 사이도 나빠지고 역효과만 나요. 그러지 말고 ‘아이한테 영어 잘하는 엄마를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세요. 늘 영자 신문 읽고 외국방송 보는 엄마를 본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엄마를 벤치마킹하려고 할 겁니다.” 예리하게 엄마들의 급소를 꼬집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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