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람들-‘전래놀이 연구가’ 고갑준씨

‘폐교를 전래놀이 문화의 메카로’

지역내일 2011-09-19 (수정 2011-09-19 오후 5:38:45)



폐교된 시골 분교를 전래놀이 문화의 메카로 거듭나게 만든 이가 있다. 충북 옥천군 청마분교에 ‘아자학교’를 설립한 전래놀이 연구가 고갑준(48세)씨다. ‘아자’는 ‘파이팅’을 의미하는 우리말로, ‘아자학교’는 전래놀이와 마을축제를 연구·개발·교육하는 학교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요즘 아이들이 전래놀이를 좋아하겠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우리 민족은 놀이를 즐기는 DNA가 잠재돼 있기 때문에 1박 2일 내내 전래놀이를 하고도 캠프가 끝날 땐 아쉬워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족간의 정도 돈독해지고 교육적 효과 또한 크기 때문에 아이들이 전래놀이를 많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전래놀이로 배려심과 협동심 길러




시소는 자기 마음대로 올라갈 수 있지만, 널은 상대방이 내려오는 힘에 의해서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협동심이 요구된다. 전래놀이의 대부분은 공동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배려심과 협동심이 길러질 수밖에 없다. ‘나 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된다’고 말로 백번 가르치는 것보다 전래놀이를 한 번 해보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게 고갑준씨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100가지 정도의 전래놀이가 수록되어 있지만, 교사들조차도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직접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한국전래놀이협회를 창단해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 파견시킬 전래놀이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여명이 전래놀이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전래놀이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전래놀이집을 발간하고 전래놀이카드를 개발해




고갑준씨는 직접 배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얘들아! 오늘은 뭐하고 놀까?’라는 전래놀이집도 발간했다. 바쁜 현대인들이 짬을 내어 10분 전후로 즐길 수 있는 놀이 80가지를 쉽게 설명해놓은 책이다. 이 책은 고갑준씨가 수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한남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건강한 놀이문화’의 필요성을 느껴 전래놀이에 관심을 갖게 된 고갑준씨.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업에 매달려야 했지만, 전래놀이에 대한 열정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돈이 모아지면 전래놀이 연구에 몰두하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생업에 매달리는 생활을 반복했다.




몇 년 전, 40대 회사원이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1000만원으로 놀이용 카드 를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고갑준씨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인이 실내에서 전래놀이를 맛보게 하려고 전래동화의 명장면을 그려넣은 ‘아자카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서양의 체스와 비슷한 전래놀이인 쌍륙(雙六)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까닭도 전래놀이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사라져가던 전래놀이의 대중화에 앞장선 덕에 5년 전 부터는 다른 직업을 갖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고갑준씨. 그는 전래놀이가 지닌 신명과 공동체 의식을 밑거름 삼아 마을축제 복원사업 쪽으로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마을의 정서가 살아 있고,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는 축제를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도록 옆에서 돕고 있다.




고갑준씨는 “서양의 게임이 승부를 목적으로 한다면, 전래놀이는 창의성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화합과 소통 기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끄고 전래놀이를 하면서 가족간의 훈훈한 정을 느껴볼 것”을 권했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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