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브런치 입시설명회, 우리가 직접 열어요~”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바쁜데 엄마들이 여기저기 많이 불려 다녔을 것이다. 초·중·고 모든 학년들의 2학기 임원선거가 끝나고 학부모 반모임이 한창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모임이야 늘 그렇듯이 학교와 학원이야기, 아이들과 쌓인 스트레스들을 쏟아내면서 들을 만한 것들, 안 들어도 되는 것들로 귀가 넘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흩어지고 전체 모임의 명목은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학부모 반모임의 탈피는 힘든 것일까?
작은 것이라도 얻어갈 수 있는 반모임 어때요?
분당 수내동의 한 카페 레스토랑에 모인 학부모들은 사뭇 진지했다. 여느 학부모 모임에서 볼 수 있는 수다와 친목 분위기 보다는 마치 입시설명회에라도 참석한 학부모들처럼 눈과 귀를 바짝 열고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아이가 반장으로 뽑힌 학생의 엄마 유민경(47·분당 구미동) 씨. 유 씨는 그동안 반모임에 참여하면서 엄마들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많아 색다른 모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저희 아이 입학사정관제 원서를 쓰면서 입시·유학 관련 일을 하는 저도 이게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어요. 저도 이런데 일반 엄마들은 얼마나 암담할까 싶어서 이번 반모임을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입시정보를 나누는 장으로 기획해봤어요. 이왕 모이는데 수다나 떨면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내용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입시를 앞둔 고3 엄마 반모임, 대학정보 나눔의 장으로
유 씨가 미리 준비해온 자료집은 각 대학별 신설학과와 유망학과, 특화과 등이 자세히 분석되어 있는 상당한 분량의 내용이었다. 자료집을 하나씩 받아든 학부모들은 유민경 씨의 브리핑을 들으며 열공 분위기에 돌입했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아주대 금융공학부,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경원대 바이오나노학과, 국민대 발효융합학과, 성신여대 글로벌의과학과,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등 낯선 학과들에 대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자료집 발췌가 끝나자 엄마들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이런 모임이 좀 더 일찍 있어야 했는데 정말 아쉽네요. 지금껏 모르고 있는 정보가 너무 많아요.”
“애들이나 엄마들이나 대학교, 학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요. 지원할 학교나 학과에 직접 가보는 게 좋다던데 마음같이 실천이 안되더라고요.”
“사실 우리만 모르나요? 고3 담임선생님들도 신생과는 잘 모르죠. 새로 생긴 학과 남보다 먼저 알고 써주면 합격할 확률도 높아질 텐데.”
“제일 문제는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주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거예요. 교육정책이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니 선생님들이 못 따라가는 거죠. 그러니 엄마들은 오죽하겠어요?” 입시를 목전에 둔 고3 엄마들의 하소연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입시정보 제공이 부족한 학교에 아쉬워
분당용인내일신문에서 개최했던 ‘학부모 브런치 강좌’에 참석했었다던 유민경 씨는 그때 강사로 참여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브런치 강좌에 나오셨던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속상했어요. 저 선생님들은 입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해 맞춤 입시지도를 하시는데, 왜 우리 학교에는 저런 선생님이 없을까 싶어서요. 고3 담임선생님들은 열정을 가지고 입시 설명회를 쫓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분당동에 거주하는 서정미(50) 씨도 “요즘같이 내신반영이 높아진 시기에는 특목고에 간 아이들 부러워할 것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래도 부러워요. 민사고나 용인외고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고급 입시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가 보더라고요. 대진고등학교가 사립학교라 분당에서는 그나마 나은 정도라는데도 이런데 공립학교들은 어떻겠어요. 답답합니다”라고 하소연 했다.
모임의 끝은 여느 모임과 마찬가지로 답답한 우리나라 입시현실에 대한 회의감으로 마무리됐다. 그 어디에도 명쾌한 해답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모두들 이번 반모임은 의미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모임을 주선한 유민경 씨는 “중간고사 이후에 한 번 더 반모임을 가지려고 하는데 그때도 뭔가 주제가 있는 모임을 해보고 싶다”며, “가까운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보거나 간단한 콘서트를 보면서 식사시간과 수다시간을 줄이고 엄마들이 스스로 달라지는 모습을 갖는 것이 교육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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