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교과서 여행 - 영주 부석사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서다

지역내일 2011-09-16 (수정 2011-09-16 오전 8:49:18)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설레게 마련이지만 이번은 더욱 특별했다. 최고의 건물이자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부석사가 예정지였기 때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 멀리 소백산을 바라볼 마음에 계속 들뜬 상태였다. 출발 당일 새벽,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은 채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선비촌에서 소달구지를 타고 있는 아이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첫 방문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성균관이 국립대학, 향교가 국립지방학교, 서원은 사립지방학교(대학)라 할 수 있다. 소수서원은 풍기 군수 주세붕 선생이 건립한 서원이다. 서원은 위치, 쓰인 현판, 높낮이 등에 따라 저학년과 고학년 건물을 구분 가능하다. 서원 앞을 흘러가는 죽계천 바위에는 유교의 근본사상인 ‘경(敬)’자가 붉게 새겨져 있다.
소수서원 옆에 위치한 ‘선비촌’도 둘러볼 만하다. 선비촌은 선비 정신을 되새기고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조성된 곳이다. 아이들은 선비의 생활을 체험해보고 소달구지도 타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부석사 범종루


화엄 부석사

부석사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잎이 물결치듯 하늘로 솟아오른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했다. 화엄종 절은 산중턱에 있고 계단이 많고 가파른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화엄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석은 한자 뜻 그대로 바위가 떠있어 붙은 이름이다. 의상과 선묘낭자의 슬픈 인연, 바위가 날아올랐다는 전설 등 부석사는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 더욱 드라마틱하다.
부석사에 들어서면 먼저 ‘범종루’가 반가이 맞이한다. 보통 한국 전통 건물은 가로로 앉아 있는데 반해 범종루는 세로 건물이다. 앞은 팔작지붕인데 뒤는 맞배지붕으로 기존 신전 건물이 무조건 좌·우 대칭인 것과 또 다르다. 그 이유는 부석사의 제일 마지막 건물까지 가면 알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모든 건물이 한 방향으로 극락을 가리키는 화살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찰 건물과 모습을 달리 하고 있는 것이다.
부석사의 하이라이트는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안양루’다. 범종루 아래에서 한 발을 내딛자 계단이 보였다. 그리고 또 한 발을 내딛으니 건물 기둥이, 또 한 걸음 다가서니 산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청명한 하늘이 드러나면서 자연과 건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완벽하면서도 주변 자연과의 조화로운 모습에 넋을 빼고 바라봤다.


주변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부석사 안양문(루)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앞에 서다

부석사는 기존의 법칙에 위배되는 배치가 많이 보인다. 부처의 위치도 다르다. 항상 절의 중앙에 모셔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부석사의 부처는 왼쪽에 있다. 무량수전에 모신 부처는 ‘아미타불’로 서방정토에 머물면서 사람들이 극락에 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보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빼어난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학창 시절 시험에 단골로 출제된 문제였기에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무량수전은 안전진단 문제로 철골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늘로 날아갈 듯 뛰어난 아름다움을 뽐내는 무량수전은 구조물에 갇혀 있어 그 위대함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 멀리 소백산 자락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기리라 마음먹었는데 기대는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고 대신 석등 옆에 서서 펼쳐져있는 장관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경관을 보고도 별 감흥을 드러내지 않던 딸아이는 이번만큼은 “정말 멋지고 예쁜 풍경”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량수전에서 보는 풍경은 그만큼 황홀경이다.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소백산의 빼어난 경관


금성대군 신단

마지막으로 소수서원 근처에 있는 ‘금성대군 신단’에 들렀다. 단종 복위운동 당시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을 비롯한 순절의사들의 제사를 모시는 곳인 ‘금성대군 신단’에서 짧은 묵념을 드렸다.

무량수전의 아리따운 자태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제대로 속살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또다시 부석사를 찾을 여지를 남겨놓았다. 다음에는 반드시 샛노란 은행잎 흩날리는 가을에 찾으리라 마음먹었다. 여향 다음날 몰래 엿본 아이의 일기장에는 ‘부석사 경치가 정말 좋았다. 착한 일을 많이 해서 꼭 극락에 가겠다’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제 딴에는 부석사 여행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보았다. 딸아, 극락 가기를 빌기 전에 제발 극락 갈 행동부터 보여 다오.




영주 여행 tip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4월 : ‘영주선비문화축제’, 5월말 : ‘영주소백산철쭉제’, 10월 첫째주 금요일~수요일 : ‘영주풍기인삼축제’, 10월 : ‘부석사화엄축제’, 무섬 외나무다리축제 등 볼거리·즐길거리 많은 영주로 떠나보자.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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