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열정으로 함께 엮어내 더 소중한 책
<춘천사람들> 신간 ‘사랑한다면 6월20일처럼’의 원보경&김성경 모녀
사랑한다면, 이 두 사람의 방정식처럼!
입시를 바로 코앞에 둔 딸이기에 괜한 부담을 줄까 한동안 주춤했던 엄마. 하지만 딸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꼭 심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는 어렵사리 딸에게 용기를 내봤다. “어때, 엄마는 너의 재능을 꼭 학교 안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선택은 물론 전적으로 딸의 몫이었다. 고맙게도 딸은 그런 엄마를 충분히 이해했고, 엄마의 새로운 제안에 기꺼이 공감하고 나섰다. 그로부터 1년 여, 엄마와 딸 두 사람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도전이 한데 어우러진 책 한권이 엮어져 나왔다. 춘천을 연고로 하는 출판사 파피루스북에서 출간한 포토포엠 ‘사랑한다면 6월20일처럼’이 그것이다.
엄마는 시와 사진을, 딸은 일본어 번역을
한 장면 한 장면 찰나와 순간의 기록을 묶어둔 다채로운 사진들, 그리고 여성 내면의 솔직함과 담담함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 그런데 이 시들은 모두 일본어로 번역돼 페이지 하나하나를 장식해 나간다. ‘포토포엠’이라 불리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장르의 시집. 책의 형식 못지않게 독특한 책 이름은 영국의 심리학자 클리프 아널이 고안했다는 방정식이 모티브가 됐다. 바깥 날씨, 야외활동, 이웃이나 친구와의 교류, 유년시절의 좋은 추억, 휴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람들이 일 년 중 가장 행복을 느낀다는 날이 바로 6월 20일이란다.
신간 포토포엠 ‘사랑한다면 6월20일처럼’의 저자는 춘천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며, 문화기획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원보경 작가. 그리고 현재 춘천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시인의 딸 김성경(19) 양이 엄마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 실어 더욱 눈길을 끈다. 엄마와 딸이 열정과 노력으로 함께 엮어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책. 두 사람의 공동저자는 무엇보다 평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었다고.
10대 시절의 좋은 마무리를 만들고 싶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이나 일상에 대한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기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사랑한다면 6월20일처럼’. 사진과 시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이 책은 분명 새롭다. 하지만 어쩌면 두 명의 지은이인 딸과 엄마에게는 더 소중한 무엇이 있었을 터. 일본어 번역을 맡은 딸은 어땠을까.
시와 소설을 써온 작가 엄마는 아무래도 보통 엄마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끊임없이 자극해야만 하는 고된 작업들을 곁에서 보아왔기에. 될 수 있으면 그 부분들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성경 양. 하지만 고민도 적잖았다. 입시를 앞두고 있던 차에, 일본어를 전문으로 하는 지인들조차 힘든 작업이라며 번역을 극구 만류하고 나섰기 때문. 그래도 결국 성경 양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사실 한국시도 잘 이해를 못하면서 일본어로 번역한다는게 힘들었어요. 엄마는 번역기도 돌리면 안되고 무조건 사전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제 관심분야인데다 무엇보다 10대 시절을 보내는 좋은 마무리로 삼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넓게 보고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파
초등학교 때 일본홈스테이 모임인 <호반회> 활동을 시작할 정도로 일본문화에 흥미를 느껴온 성경 양. 스스로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어도 터득했다. 지금은 유치원 꼬마부터 초등학생, 아저씨, 아줌마까지 다양한 일본친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네 번의 일본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일본의 건축문화와 일문학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 번역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우리 엄마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그 시 속에서 엄마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입시준비에 바쁜 와중에서도 겨울방학 자율학습 기간을 활용해 하루에 한 편씩 엄마의 시를 정성스레 번역한 딸.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부담도 적잖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일을 해냈다. “성경이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그 진리를 깨닫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 모녀만의 예쁜 추억을 만들었죠. 입시가 눈앞이라 많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더 넓게 보고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거지요.”
책 만드는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원보경 작가. 무엇보다 자신과 성경 양이 함께 작업한 책을 통해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도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단다. “두 여자가 힘을 합하면 뭐든 할 수 있다. 그게 엄마와 딸이지 않겠어요.” 변함없이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복한 모녀지간. 자신들의 책에서 얘기하는 ‘6월20일처럼’ 온화한 나날을 누리고 있는 듯 부럽기만 한 두 사람이다.
문의 : 010-3361-4055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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