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오후 4시, 퇴계주공 6단지 내에 자리잡은 ‘앞짱도서관’에서는 ‘할머니와 함께 하는 이야기 나라’가 펼쳐진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기 위해 책상 앞으로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진지하게 안내하는 할머니를 따라 아이들은 어느새 이야기 나라로 빠져든다. 30년 초등학교 교직생활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다는 한순석(72) 할머니를 만나봤다.
“남은 여생동안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봤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 것 같지 않았죠. 그러던 중 동네 도서관을 찾았고, 여기서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관장님을 만났습니다.” 마침 동네 어르신들을 도서관 운영에 함께 참여시키고자 고심하던 도서관 측은 반가운 손님을 맞은 셈. 한순석 할머니 역시 오디션에 합격 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달부터 시작된 ‘할머니와 함께 하는 이야기 나라’는 할머니가 전하는 지혜와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알찬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읽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활동에 이어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눠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책을 스스로 읽는 것과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은 다릅니다. 책을 듣는 것이 상상력을 더욱 키워줄 수 있죠.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다 다릅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그 생각을 자연스럽게 키워주고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말하는 것 하나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한다는 한순석 할머니는 “젊었을 때는 내 입장에서만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 남은 인생은 좀 더 가치 있게 살고 싶다”며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삶이 가치있는 삶이 아니겠냐고 했다.
아동복지회관에서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여성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한글도 가르치신다는 한순석 할머니. 마지막으로 힘들지는 않은지 묻자,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에 활력소가 됩니다.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를 것”이라며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앞짱도서관에게 고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문의 253-1592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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