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학원도 없으니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요
용인외고 지원 당시 내신 70점 만점에 69.56점으로 국제계열반 수석으로 합격한 자타공인 우등생 이윤지 양. 무결점에 가까운 성적은 자기주도 학습의 결과물이다. 이 양은 뭐든 한번 마음먹으면 스스로 만족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졌다. “살아남기 위해 공부했다”는 이 양의 서바이벌 공부스토리를 들어보았다.
2년간 필리핀 유학, 돌아온 지 1년 만에 전교 1등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2년 동안 필리핀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중학교 1학년 때 국내에 들어왔다. 학교 환경이나 교과내용이 이 양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었고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3월말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바로 중학교에 진학했어요. 친구도 없었고 모든 게 낯설었죠. 더구나 다른 친구들처럼 선행학습이 하나도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첫 시험 걱정이 태산이었죠. 학원에 다니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혼자 공부했어요.”
그렇게 치른 첫 중간고사에서 이 양은 전교 23등을 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성적이었다. 이 양의 성적그래프는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1학년 기말고사에서 전교 2등을 찍고 그 뒤 2~3학년 동안 줄곧 전교 1등을 유지했던 것.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과목이 바로 수학이에요. 우리나라 수학은 수준이 정말 높은가 봐요. 필리핀 학교에서는 우등생이었는데 한국에서의 첫 시험에서 66점을 받았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이 후 이 양은 공부시간의 70~80%는 수학과 과학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그 결과 내신은 줄곧 만점을 받았고 영재교육원까지 합격할 만큼 실력이 탄탄해졌다.
시험 못 보면 유급, 필사적으로 공부한 끝에 수석졸업
이 양이 5학년 때 처음 필리핀에서 유학을 시작했을 때도 같은 상황이었다. 영어라는 언어도 제대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루어졌다. 이처럼 낯선 환경에 의사소통도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성적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성적이 낮아도 졸업이 되지만 필리핀은 달라요. 시험성적 70점 이하면 유급되기 때문에 또 다녀야 해요. 시험을 못 보면 시간과 돈을 또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죠. 늘 내가 여기 와 있는 이유를 생각했고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죠. 거의 매일 새벽 5시까지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공부한 지 3개월 후부터 이 양의 성적은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고 학교 전체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유학을 선택한 것도 이 양의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익숙하고 편한 것보다는 낯설고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낀다는 이 양. 이 낯선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과정에서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원래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매사에 걱정이 많은 노력형이라고 할 수 있죠. 필리핀에는 학원이 없으니까 책을 무척 많이 읽었는데 모두 영어로 된 책이었죠. 이렇게 지식을 영어로 받아들이게 되니 자연스럽게 영어실력도 쌓이게 된 것 같아요.”
중학교때부터 해오던 복지시설 학습봉사…국제 복지법 공부하고파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다는 이 양. 대학원에서는 법률 쪽으로 전환해 국제 인권법, 복지법, 복리법 등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 UN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며 경력을 쌓고 이를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이 양의 진로계획이다. 이는 중학교 때부터 보육시설 등에서 학습봉사활동을 해 오면서 키워 온 꿈이다.
“친구들과 함께 ‘드림e’라는 학습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보육시설 학생들에게 학습지도를 해오고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해 오던 활동인데 고교 진학 후에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더욱 체계화 시켰죠.”
이 양은 용인 양지에 있는 무법정사라는 절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원생들에게 1대 1로 수학과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이 양은 말한다.
“원생들은 최신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지 못해요. 방 하나에 7~8명이 생활하고 제대로 놀 공간조차도 없고요. 책은 대부분 기증받은 것들이고 옷도 두세 번 물려받아 입는 것이 보통이에요. 그래도 그 친구들 표정이 얼마나 맑고 예쁜지 몰라요. 지금 고등학교 2학년 언니한테 중1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제게 늘 고맙다고 말해요. 이곳에 올 때마다 저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깨닫게 되고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답니다.”
비공식적으로 환경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우연히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다룬 동영상을 보고 문제의식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것이다.
“잔반 남기는 문제, 테이블매너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 기존의 통계나 연구자료를 찾아보고 자료를 만들어 홍보하는 활동을 해요. 주말에 서현역 등지에서 홍보자료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환경부 음식물폐기물 담당과 자원관련학 교수님 인터뷰도 했죠.”
혼자 공부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 AP 5.0 만점 받아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이 양은 공부도 절대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내신성적 A등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음을 물론 얼마 전 미국 대학 선수과목 이수제인 AP시험에서 미시경제와 거시경제 모두 5.0만점을 받았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특목고 학생들 중 만점자가 많다고 이 양은 겸손해 하지만 사실 AP만점을 결코 쉽지 않다.
“AP는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을 미리 공부해 학점을 취득하는 시험인데 미국대학 진학에 가산점이 부여 돼요. 때문에 국제계열 학생들이 많이 도전하죠. 경제학 이론에 관한 객관식 문제도 있고 이를 활용해 그래프를 그리거나 과정을 서술하게 하는 등 논술형으로 출제돼요.”
졸업 때까지 이 양은 심리학, 세계사, 미적분 등의 과목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보통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미국대학. SAT와 토플 등 해야 할 공부가 많은 만큼 앞으로 공부계획도 밝혔다.
“미국대학은 보통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데 내신성적과 비교과활동 그리고 우리의 수능에 해당되는 SAT시험, 그리고 논술시험인 에세이를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요. 여기에 일정수준 이상의 토플성적도 있어야 하구요. 지금부터 해야 할 공부가 정말 많죠.”
꿈을 품고 이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고교시절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고 말하는 이 양.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고교시기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채워나가고 싶다고.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