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도전, 희열 그리고 행복이라 쓴다
누구나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회가 문 두드릴 때 맞이하기란 쉽지 않은 법. 교사에서 CEO로 다시 학원장으로 찾아온 기회 모두를 ‘자수성가’란 꾸밈말로 확정한 사람이 있다. ‘자기 가치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란 명제에 충실했을 뿐이다.
최무섭(67·분당구 정자동)씨. 1996년도부터 그의 직함은 북분당 SLP원장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테스크 바로 옆방에 들어서니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던 최 원장이 돌아본다. 책상과 침대뿐인 소박한 공간, 침대 한켠에 걸터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리가 불편해서 어쩌지요? (무척 미안해하며) 원래 원장실은 여기보다 넓었는데 선생님들 교무실로 내주는 바람에….” “침대에선 한숨씩 주무시나요?” “아! 이건 애들 양호실에요. 학생들이 종종 아플 때가 있어서. 고학년이 아프면 맘 편히 쉬라고 커튼 쳐주고 나가요.(웃음)”
자기 값어치는 자기하기 나름
중학교를 졸업하던 1959년. 이불보따리 짊어지고 혈혈단신 상경했다. 교육열 높던 부모님의 권유로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기 때문. 집에 한번 다녀가려면 의성 시내에 있던 친적집 에서 자고가야 할 만큼 시골이었다. 영어와의 인연은 그때부터다. 입학당시 ''Be동사''도 몰랐던 그는 안 외우면 두들겨 패던 선생님 덕(?)에 영어에 눈이 뜨이고 기본기를 익혔단다. 방학 마다 문법과 독해를 파고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웠다. 전국 영어경시대회에 출전할 만큼 실력이 늘어 서강대 영문과로 진학했다.
교사 시절, 그의 별명은 ‘최고무섭다’였다. “1주일이면 반 애들, 한 달 이면 가르치는 350명 전체를 외웠어요. 출석부 없이 한명씩 부르면서 표정과 차림새를 살폈죠.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누구야 수업 후에 나 좀 보자’고 불렀지요. 훈육 주임이었는데 상담만으로 아주 잘 다스렸어요.(웃음)”
‘애들이 영어만 공부한다’고 항의 받을 정도로 수업에도 충실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오락시간은 공부 좀 못하는 애들의 기를 살리는 날. 경쟁자가 아닌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동 붐이 한창이던 1977년, 애경그룹에서 러브콜 받아 수출과 창립멤버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교직도 재밌었지만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심이 꿈틀했다고. 100여 곳에 편지를 보내면 대여섯 곳에서 답장이 올까말까 했다. 비자 문제로 속절없이 발이 묶이기도 하고 신변의 위험을 느낀 적도 많다. “그래도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일찍부터 고생해서인지 겁도 안 났죠. 뭐든 자기할 나름 이라고 생각했어요.”
중동 사람들이 장미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제품명을 ‘와드’(장미의 페르시아 표현)라 짓고 미니 샴푸 용기를 반 자동화시켜 먼저 출시한 일본과 경쟁했다. 치약 원료를 수입한 러시아에는 치약 완제품을 되팔아 이익을 올리는 식. 무역 파트 1년 이익금의 80%를 그가 벌고 있었다. 그의 산업 역군 시절 일화는 무궁무진. 말하는 내내 환한 웃음이 퍼진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노사문제도 생겼어요. 회사 근처의 단골 식당에서 노조간부들과 모였는데 주방세제를 타사제품을 쓰고 있더군요. 아주머니를 불러 ‘다음에 올 때는 우리 제품으로 바꿔놓으십쇼!’ 했죠. 근데 한 달 뒤에 가보니 그대로에요. 상까지 다 차려놓았는데 딴 식당으로 바로 옮겼어요. 나중에 노조위원장이 ‘상무님 그러는 거 보고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대요. 허허”
요즘 최대 고민요? 학생과 엄마가 매칭 안 되는 거죠
그는 인생의 아쉬움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아이들이 자랄 때 가정에 충실치 못한 것과 건강에 소홀한 것. 특히 건강문제는 사장직에 오른 지 3년 만에 퇴사하게 된 이유라 아쉬움이 더 크다.
“지금은 골프도 치고 가끔은 고스톱도 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웃음) 서강대에서 권유해 1996년도에 학원을 열었는데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건강도 좋아졌지요.”
그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이리저리 날다보니 문득 고마운 생각이 든다. 바쁜 아버지의 삶, 등 돌린 그에게 사랑한다 말 못하고 미워했다던 인순이 노래 속 아버지는 그와 같은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아니던가.
리포터의 딴청에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요즘은 애들 이름이 당최 안 외워지네. 반 편성을 다시 했으니 얼른 외워야 할 텐데….”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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