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나!’ 싶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콧등을 간지럽히자 문득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휴가철 수많은 인파 속에서 몸살을 앓았을 산과 계곡을 끼고 여유롭게 차를 달리자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이 어느덧 시원하다.
전주역을 출발해 완주 고산방향으로 달리다 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를 차례로 만나고 화심을 지나 상관저수지로 향하는 오늘의 드라이브 코스는 마음 내키는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정자에 올라 사진도 찍고 동행한 이와 차를 함께 나누며 게으름을 피워도 1시간 반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크고 아름다운 저수지
전북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에 위치하고 있는 대아저수지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대아정에 올라 주변경관을 둘러보면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운암산(해발 597m)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산세의 동성산에 에워싸인 잔잔하고 푸른 호수의 물은 남쪽의 동상저수지와 이어져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크고 아름다운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대아저수지를 감돌아 동상저수지에 이르는 호반도로는 말끔히 포장되어 조금 구불거리긴 해도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달리는 도로변 중간 중간 자동차가 숨을 돌릴 수도 있으며, 길가에 서있는 정자에 올라 대아저수지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진기 셔터를 쉼 없이 누르는 이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많이 내린 비로 대아댐에서 낙차 47m로 방류하는 모습도 장관이다.
물위에 비친 하늘은 이미 가을이어라
전주를 떠난 지 40여분을 지나 녹색의 산이 가까이 보이고 졸졸거리는 시원한 계곡을 지나 대아저수지를 만나면 그 옆에 친구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동상저수지이다. 어디가 경계인지 확실히 구분할 순 없지만 드라이브코스를 인접해 있는 동상저수지의 물줄기는 굽이굽이마다 스쳐가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하나둘 우리를 반기고, 찾아올 때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동상저수지의 넓은 품안에는 이미 파란 가을하늘이 담겨 있다. 저수지에 비친 또 하나의 자연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동상저수지는 대아저수지보다는 총 저수량이 적은 편에 속하지만 익산, 완주, 군산에 그 저수량을 활용하며 낚시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동상저수지의 시원한 물줄기는 무더운 여름철 전북도민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잔잔한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간직한 물그릇 상관저수지
화심사거리에서 상관 쪽으로 우회전을 하면 벚꽃길이 나온다. 물론 지금은 벚꽃을 볼 수 없지만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나뭇가지 탓에 봄이면 제법 탐스러운 꽃을 피웠을 법하다. 잠시 눈에 휴식을 취하다 보면 꽤 뚱뚱하고 키가 큰 교각이 보인다. 바로 익산-포항간 도로의 교각이라고 하는데 높이가 50미터는 넘는 듯 하다.
드디어 전주시의 급수원인 상관저수지에 다다랐다. 완주군 상관면 마치리에 인공으로 만든 상관저수지는 급수목표인원 2만 명을 계획하고 만들어졌으나 곧 급수량이 부족하게 되어 현재는 용담댐, 금강의 물이 상수도로 공급되어 이 저수지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갑자기 길이 좁아지는가 싶더니 제법 길이 운치 있게 느껴진다.
예전부터 수변숲길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상관저수지는 잔잔한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간직한 물그릇이다.
하늘이 높다. 어느새 가을이 내 곁에 자리 잡고 앉았음을 왜 몰랐던가. 며칠 새 정을 다 떼지 못한 늦더위가 다시 몰려와 나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으려 하지만 하늘은 높고 죽어라 울어대던 한여름의 매미소리보다 고추잠자리가 더 많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현상이다. TIP. 주변 먹거리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나를 맡겨 어디론가 떠나는 나만의 가을여행을 상상해보자. 그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화심순두부 -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26번 국도에 위치. 한쪽은 대아저수지로 가는 길이고 반대쪽은 완주상관으로 빠지는 화심사거리 도로변에 있는 화심 순두부집은 순두부와 동동주 한잔의 궁합도 좋고 순두부 찌개백반도 일품이다. 그리고 두부부침과 두부도너츠도 별미이다.
호림이네 - 상관저수지를 내려와 상관면 신리역 위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다. 제대로 된 간판 하나도 없는 허스름한 집이지만 다슬기 돌솥밭과 주인장이 손수 만들었다는 각종 장아찌 의 새콤한 맛에 신선한 야채가 어우러진 건강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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