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나도 친정 제대로 가고 싶다!

시누는 친정 왔는데 나는 왜 친정 못 가?

명절이면 더 친정에 가고 싶은 며느리들의 짧지만 긴 이야기

지역내일 2011-09-02

이른 추억이 다가오고 있다. 물가는 하늘을 찌르고 날씨는 더운데 명절 음식에 선물까지 준비하자니 주부들 허리가 휘청 휜다. 달력에 명절공휴일  빨간 글자만 봐도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주부들이 있으니 명절 스트레스, 문제는 문제다. 힘들고 지친 명절 오후, 친정이라도 일찍 가야 명절 스트레스가 종결된다는데···. 그러나 올 추석도 친정 가고 싶은 며느리와 잡고 싶은 시어머니의 팽팽한 신경전은 여전할 듯. 시어머니는 며느리 친정 가는 게 왜 그렇게 싫고, 며느리는 왜 그렇게 명절날 친정에 일찍 가고 싶을까? 그 알다가도 모를 명절고부갈등이다. 결국 매년 완패하는 며느리들, 그 속사정이나 들어보자.
김부경·김영희·이수정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Story 1 - 딸 없는 시댁, 딸 가진 부모 맘 죽어도 몰라~


강민정(36)씨는 아들만 넷인 집의 막내며느리다. 보통 막내라면 부담이 덜한 자리라고 부러워하지만 아들 모두 연년생이라 나이 차이가 적다는 것이 비극(?). 일의 비중은 물론 대소사에 드는 비용도 똑같이 나누니 막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이제 막내가 편하다는 기대는 접은 지 오래라는 강씨에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바로 ‘명절날 친정 가는 행사’. 강 씨 집안은 명절 때마다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다닌다. 어른들께 인사야 당연한 도리지만 며느리들이 불만인 것은 그 행사가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낸 후부터 밤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 후 첫 명절 때는 홀어머니 댁에서 누가 잘 것인가로 언성이 높아졌다는데.
“2년 안에 4형제 모두 결혼을 한 터라 첫 명절에는 누구나 친정행을 원했어요. 그런데 그 일 때문에 어머니를 앞에 두고 형제, 며느리들끼리 얼굴을 붉혔으니 죄송스러웠죠. 그래서 친정 옆에 사는 제가 양보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무리 옆에 살아도 결혼 후 첫 명절이라 친정 부모님 역시 기다리고 계셨다고.
“아들만 있는 집은 식구들이 북적대다가 썰물 빠지듯 가버리면 섭섭하겠지만 딸만 있는 집은 명절 때 조용하다가 그나마 점심 이후로 돌아오는데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본인은 이제 늦은 밤 친정으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지만, 이 다음 아들·며느리는 쿨하게 일찍 보내줄 것이라 강씨는 꼭꼭 다짐한다.


 


Story 2 - 올 추석엔 시누 오기 전에 친정 꼭 가고 싶어~


9년 차 주부 이지영(41)씨는 명절 당일 오후만 되면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다. 전날 하루 종일 음식하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차례준비까지 다 했건만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 시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자니 속에서 열이 펄펄 난다. 너무 피곤해 친정 가서 친정엄마가 해주는 저녁 먹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난다는 이씨.
“시누네가 오면 다시 한 상 차려 밤늦게까지 먹고 노는데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시누는 친정 왔는데 왜 나는 친정에 안 보내주는지···. 시집 간 시누가 와야 며느리도 친정 갈 수 있다면 시누는 시집에 시누 왜 안 기다리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이씨의 시댁과 시누네는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사이다. 명절엔 온 가족이 만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 같다. 그래도 명절엔 며느리가 제일 고생하지 않는가. 눈치 보기 전에 일찍 친정 보내주는 아량 넓은 시부모 되기 그렇게 힘드나??
“명절에 힘들게 일하는 건 다 참을 수 있어요. 그러나 공평하지 않은 시부모님의 행동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
평소에는 꽤 싹싹한 며느리인 이씨도 명절 오후 시누 기다리고 앉아 있을 때만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며느리 마음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착한 며느리 변심하게 하는 명절 오후다.


 


Story 3 - 시댁에 두 번이나? 에휴~


10년차 주부 서미진(37)씨는 명절연휴 동안 시댁을 두 번이나 가야하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명절을 보낸 후 친정에 갔다가 다음날 시댁으로 오는 시댁 사촌식구들을 뵈러 또 가야하기 때문이다.
결혼하던 첫 해부터 시부모님의 요구로 가게 된 것이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됐다. 남편이 장남이라 명절연휴 시작됨과 동시에 시댁에 가서 차례 지낼 준비를 하고 거의 이틀을 시댁에서 보낸다. 서씨는 친정에 가서 지친 몸과 마음이 푹 쉬고 싶은데 그 다음날 바로 또 시댁에 가야하기 때문에 명절의 피로가 두 배로 느껴진단다.
서씨의 또 다른 불만은 왜 명절엔 시댁부터 가야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불만이다. “제 친정은 딸만 둘이라 명절엔 거의 부모님 두 분만 지내시기 때문에 늘 마음에 걸려요. 그래서인지 되도록이면 친정에서 오랫동안 함께 보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니 시댁식구들이 더욱 미울 수밖에요.”
이번 명절엔 아프다는 핑계로 친정에 버텨볼까 하는 앙큼한 계획 중이란다. 


 


Story 4 - 친정부터 갔다 와 속 편하게 명절 보내요~ 


결혼 6년차 주부인 최은정(38)씨가 기억하는 결혼 후 첫 명절은 진짜 이해 안 되는 일 투성이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마치고 바로 다가온 첫 명절인 추석에 최씨는 시댁 큰댁의 차례부터 등산을 방불케 하는 산소투어를 마치고 저녁 늦게 시댁에 도착했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말로는 대부분 그날 친정에 간다는데 친정은커녕 도착하자마자 식구들과 함께 먹을 음식을 다시 하신다는 시어머니. 싫다는 소리도 못하고 밤 늦도록 음식과 씨름을 했다고 한다.
‘참 시어른들은 이상하다. 시누이도 어차피 친정에 오는 거고 나도 친정에 가는 건 똑같은데 왜 내가 시누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 저녁상을 차려야하지? 어머님이 딸 기다리듯 울엄마도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나는 왜 남의 집에서 이러고 있을까···.’하는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원래 시집 간 첫 해는 누구나 친정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애절하다. 결국 친정도 못가고 뜬 눈으로 밤을 세운 최씨.
그래서 그 다음 명절부터는 연휴 첫날 무조건 친정부터 다녀온다고 한다. 처음에는 친정부터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 친정에서는 자고 오는 거 아니라고 극구 반대 하시던 시부모님.그러나 그렇게라도 안 하면 못가는 친정이라 몇 해 우겨서 갔더니 이제는 포기하신 눈치란다.


 


Story 5 - “어멈아, 건너 오너라”… 집 가까운 게 ‘죄’?


시댁이랑 걸어서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김영애(42)씨는 명절만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 아프다.
“우리는 가까이 사니 명절 때 장거리 운전한다고 고생 안 해서 참 좋다”는 시어머니의 말과는 달리 김씨는 “좀 떨어져 살면 좋겠다. 가까이 사니까 명절 치르고 나서도 ‘시누 왔으니 건너 와라’, ‘고모님 왔으니 건너와라’, ‘5촌 당숙 어른 왔으니 건너 와라’ 등등 명절 연휴 마지막날까지 쉴 틈 없이 불러 댄다”며 하소연 한다.
“명절 다음날, 친정 집 가 있는데도 고모님 왔으니 저녁에 빨리 오라고 압력을 주는 시부모님이 정말 야속했어요. 차라리 타 지역으로 남편이 발령 받아 이사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평소에 그럭저럭 잘 지내다가도 명절만 되면 미워지는 시집.
“누가 좀 이 괴로운 마음 달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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