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풍속과 연관된 동물을 소재로 한 힘의 표출
2005~2007년 고양시미술인협회 제 6대 지부장과 2007~2009년 경기도미술협회 25대 지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서양화가 조강훈. 그는 일산신도시 입주초기부터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고양시 미술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문화행정가로서의 능력도 탁월하지만, 토속적인 소재를 역동적인 화필로 표출하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조강훈 작가를 만나기 위해 덕이동 작업실을 찾았다.
회화 판화 조각이 어우러진 색다른 시각예술의 미학
그동안 지역의 구석구석 숨어있는 예술인의 아지트(?)를 꽤나 많이 찾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덕이동에 ‘조강훈 갤러리’가 보물처럼 숨어있는 줄은 몰랐다. 잔디밭에 놓인 작은 조각품 하나 예사롭지 않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80여 평의 작가의 작업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업실 한 켠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분노한 소와 싸움하는 소 등 강렬한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가 있다. 무채색 위에 붉은 빛으로 덧칠한 저부조기법의 그림들, 문외한의 눈에도 회화와 조각 판화가 어우러진 듯 독특하고 색다른 미학이 느껴진다.
“조강훈 작가는 고전적 향취 속에 감필(減筆: 미술일반 수묵화의 한 화법으로, 필수를 줄이고 형상을 생략하여 그 본질을 표현하는 기법)적 표현과 역동적 구도의 조형으로 현대적 미감의 조형세계로 승화시키는 작업으로 일관해 왔다. 단일하고 명료한 작품제재. 그의 작품은 우리들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추상에 가까운 감필과 격렬한 역동적 구도로 현대인의 감성을 흔들고 있다” 어느 미술평론가의 평론처럼 조강훈 작가는 소와 닭, 호랑이, 말 등 동물들의 역동적이고 치열한 모습들을 주로 표현해왔다.
역동적인 동물들의 모습이 그가 천착하는 토속적인, 또는 자연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는 “전력을 다해 달리고 뛰어가는 우마(牛馬)를 통해 풍파에 휠지언정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이미지를 본다”고 설명한다. 이는 그가 겪었던 8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를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외로움과 좌절 속에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 놓지 않아
조강훈 작가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화가의 꿈을 키워왔다. 유년시절부터 미술에 대한 소질과 감각을 인정받았던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미술교사였던 이상호 선생의 권유로 미술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순천 현대미술연구소에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인 김용근 선생의 문하생으로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았고 1985년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생각보다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는 작가는 아이러니하지만 “창작열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홍대 근처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이상을 따라주지 않았다.
오랜 갈등 끝에 1991년 불가리아로 떠난 유학, “늦었다면 늦은 나이였지만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예술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는 동안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었고 새로운 작품세계에 눈을 떴다”고 한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본격적인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또 다시 외로움과 좌절을 겪어야 했다.
한국을 떠나있던 몇 년간의 공백으로 또 다시 갈등을 겪어야 했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버티어냈다. 그러던 중 서울 인사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전속작가를 제안했고 그것을 계기로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창작에 대한 뜨거운 예술혼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한국적 이미지를 조형화시켜 나타내려는 시도로 ‘소와 ’말‘ ’닭‘을 소재로 자신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소나 닭의 모습들이 곧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작가의 개인적 경험들을 동물을 통해 상징화시키는 작업. 곧 소를 사람들의 삶에 의인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가 고양시로 터를 옮긴 지 20여 년, 그동안 그는 고양미협 지부장으로서 또 ‘아트그룹 자유로’를 창립하고 당시 미술관 하나 없던 불모지에 ‘갤러리 자유로’를 개관해 지역예술인들의 창작 전시의욕을 고취시키는 등 지역미술발전에 앞장서왔다.
“경기미협은 산하 30개 지부가 있는 전국최대규모의 단체이고, 고양미협은 그중에서도 최다 회원을 보유하고 있어요. 인적 인프라는 너무나 풍부한데 정작 지역에서는 그런 훌륭한 인재들이 마음껏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이들 대부분 중앙에서 활동하거나 아니면 고양시를 떠나는 일이 다반사예요. 외형적인 인프라는 키워졌을지 모르지만,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내적인 인프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무엇보다 먼저 신진작가들을 키워 그들이 해외로 뻗어나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진정한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지역예술인들을 만날 때마다 한결같이 말하던 희망사항, 조강훈 작가의 바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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