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리틀야구단> “잘 안 돼도 파이팅, 그게 야구예요”

지역내일 2011-08-31

 화정동 지도공원, 트랙을 따라 걷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깡! 깡!” 소리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지 날리는 운동장 한 쪽, 야구배트로 공을 받아치고 있는 어린이들은 고양시리틀야구단(감독 윤강현) 선수들이다.
“안녕하세요!”
연습하던 선수들 몇 명이 인사를 건넨다. 어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요즘 아이들이라니. 그 모습이 정겹기도 낯설기도 하다. 

우리의 기본기는 예절
 김준태(주장. 강남중1)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단에 가입했다. 한국 야구팀이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지켜본 다음이었다. 김 군에게 ‘가장 달라진 점’을 물었다. 뜻밖에도 “예절을 많이 배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야구단 4년 차, 밥 먹을 때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어른을 만나면 인사하는 것이 몸에 익었다고 말한다. 김 군은 다음으로 건강을 꼽는다. 키도 많이 자랐다. 실력도 그만큼 자라 한국리틀야구단 대표 선수로 뽑혔다.
박수일(지도중1) 군은 야구를 하며 8kg을 감량했다. 살을 빼려고 시작했던 박 군은 지금 야구 선수의 꿈을 꾸고 있다.
“옛날보다 운동 신경이 좋아졌어요. 야구를 계속 해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요.”
박 군은 그날을 위해 타격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이재민(화수초6) 군은 사회인 야구를 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가입했다. 이 군은 “공을 던지고 받고 치는 것이 재밌고 잘 맞으면 기분 좋다”면서 밝게 웃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잘 안 돼도 파이팅 하면서 이겨야 돼요.”
예절을 기본기로, 파이팅을 뒷심으로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야무진 어린이들이다.

도움의 손길로 꾸려온 13년 장수팀
 고양시리틀야구단은 1998년 3월에 창단했다.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고 국내 130여 개 리틀야구단 가운데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 팀이다. 2000년 협회장기 전국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06년 대한야구협회장기 준우승, 2010년 1회 안동시장기 준우승, 아시아나기 준우승 등 굵직한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멤버는 초3부터 중1까지 모두 20명이다. 선수들 대부분은 야구팀이 있는 중학교로 진학한다. 고교 야구를 거쳐 프로선수가 된 두산의 최현진 선수를 비롯해, 실력 있는 선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윤강현 감독은 “야구단이 설립되고 운영되기 까지 박교준 고양시야구협회장을 비롯해 선재길 단장, 학부모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수비는 강한 데 비해 타격이 약한 약점을 보완, 오래된 팀인 만큼 좋은 실력을 거두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친다.    

인내력 체력증진 도움… 시작은 4학년이 적당
 야구단 선수들은 월요일을 빼고 일주일에 여섯 번 만난다. 방과 후 4시부터 7시 반 까지 지도공원 야구장에서 훈련 한다. 체조 러닝으로 몸을 풀고, 야구의 기본 동작 캐치볼 연습, 수비와 타격연습, 투수 연습, 베이스러닝 주루 플레이 등 훈련을 반복한다. 대회에는 한 해 12번 가량 출전한다.
시작하는 학년은 4학년이 적당하며 일 년 정도 적응하고 5학년 하반기부터 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워 대회에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윤 감독은 말한다. 2년 정도 해야 체력도 좋아지고 운동선수답게 보인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방과 후 취미활동’이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고 윤 감독은 말한다.
야구를 통해 협동심과 인내력 정신력을 배울 수 있다. 특히 학교 운동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 선수들이 야구를 참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야구단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형들이 친절하고 팀이 분위기가 좋아서 재미있다”고 말한다. 육승현(소만초5) 군도 “연습을 할수록 실력이 늘고 결승에 갔을 때도 정말 기분이 좋다”고 웃는다.
“야구단이 되면 나쁜 것도 있어요. 피부가 까매진다는 것.”
윤 감독은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말하고 다시 타자들에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고양시리틀야구단의 멋진 플레이를 기대한다. 

***미니인터뷰 - 윤강현 감독 “야구는 인생과 똑같아”
 윤강현 감독은 고교 야구선수 출신이다. 운동으로 대학가기 어렵던 시절, 그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꿈을 접었다. 그러나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이 야구라는 생각에 다시 돌아왔다. 돌고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인생처럼 야구도 똑같은 매력이 있는 스포츠란다.
윤 감독은 한국리틀야구단 대표팀 감독을 맡아 9월 15일 일본에서 열릴 리틀야구 한일전에 참가한다.
“한일전은 웬만한 성인 경기하고 똑같아요. 어깨도 무겁죠. 일본 야구도 강하니까 배운다는 자세로 가서 열심히 하고 와야죠. 지면 안 되겠죠.”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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