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를 꿈꾸는 사격 유망주들 … 내일을 향해 쏜다
탕! 탕! 탕! 묵직한 탄환 소리가 조용한 연습장을 가득 메운다. 가늠자의 정중앙에 가늠쇠의 삼각꼭지점이 올라가는 순간, 호흡과 움직임이 정지되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 후 잠깐 동안 추적 상태로 표적에 시선을 고정한 채 훈련 중인 이들은 날카로운 눈매와 진중한 손놀림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목일중학교 사격부 학생들이다. 제4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단체우승, 제12회 미추홀기 전국학생사격대회 단체 2위, 제20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개인 3위, 단체 3위, 제33회 충무기중고학생사격대회 단체 3위 등 올해 성적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내 꿈은 국가대표
목동에서는 유일하게 사격부가 있는 목일중학교. 지난 92년 처음으로 사격부가 창단된 뒤 국가대표선수부터 실업팀, 그 외 다양한 활동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 목일중학교 사격부는 총 8명, 남자 5명과 여자 3명으로 이루어져있다. ''목일중학교 사격부의 아이들은 모두 착하다''고 소개하는 김소정 코치, 목일중학교 사격부 창단멤버로 선수생활을 거친 후 현재 모교에서 코치를 맡고 있어 사격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보통 운동부에 있다고 하면 거칠거나 사고치는 아이들을 붙들어 놓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사격부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격의 특성만큼이나 침착하고 집중력 있고 조용한 아이들이 모여 운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김 코치의 설명대로 사격부의 연습실은 총소리만 들린다. 다른 운동처럼 응원을 한다고 소리를 높이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목일중학교의 사격부 연습장은 본관 옥상 컨테이너 박스에 있다. 대부분의 운동이 땡볕이 내리쬐는 운동장 한가운데서 훈련을 하는 것에 비하면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실내에서 하는 쉬운 운동처럼 보이지만 사격은 결코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 우선 복장부터 심상치 않다. 한 겨울 스키복보다 더 두꺼운 사격복은 무릎을 굽힐 수가 없어 걷기조차 힘들다. 거기에 평평한 신발을 신고 총까지 들고 하루 4시간이 넘게 서서 연습에 매진하고 나면 기진맥진하기 일쑤. 그러나 국가대표를 꿈꾸는 아이들은 오늘도 내일을 향해 총을 쏜다.
사격은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 종목
사격은 정신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만큼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 잘 쏘다가도 오발탄 한 발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순식간에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다. 잠깐의 흔들림을 다잡지 못해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어려운 사격을 인생의 꿈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목일중학교 사격부 아이들. 그 중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최규영 학생. 이번 여름방학 때 청소년 합숙훈련에서 개인기록 593점으로 1위를 하고 돌아왔다. "계속 연습을 반복하다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최규영 학생의 목표는 당연 국가대표. "사격은 나의 전부"라며 사격에 대한 애착을 표현한다. 농구선수를 꿈꾸다 사격으로 방향을 바꾼 박지혜 학생은 목일중학교 사격부에서 키가 가장 크다. "부모님께서 올림픽 경기에서 사격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지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 말이 계기가 되었는지 농구에서 사격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고 전한다. 3학년 전지환 학생은 "사격은 색다른 경험"이라 소개한다. 1학년 때 재미있고 신기하게 보여 사격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선수의 길로 들어선 전지환 학생은 대회에 나간 만큼 스티커를 총에 붙여 놓고 그 기억을 떠올리며 연습에 임하고 있다. 유일한 1학년 양정인 학생은 "사격은 나와의 경쟁"이라 표현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해서 사격을 시작하는 반면 양정인 학생은 부모님의 권유로 6학년 때부터 사격을 시작한 사격 유망주이기도 하다. 김예은 학생은 사격이 힘들지만 그래도 하겠다고 선택한 이상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연습파다. 처음엔 총 쏘는 자체가 멋이어 보여 시작했지만 예은이의 꿈도 역시 국가대표다. 조영석 학생은 사격이 보기보다 체력소모가 많은 스포츠라 소개한다. 남자 선수는 1시간45분 동안 60발을 여자선수는 1시간15분 동안 40발을 쏘아야하는 상당한 체력의 뒷받침을 요하는 운동이 사격이다. 게다가 조준을 하고 자세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까지 수초동안 엄청난 긴장과 근육의 경직이 일어나고 정신적인 집중에서 오는 피로감까지. 사격은 참으로 힘든 운동이다. 강수현 학생은 훈련이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고자 노력하는 학생 중 하나다. 말도 행동도 조용하기만 하다. 강민승 학생은 과녁에 정확이 맞지 않을 때 마음이 힘들지만 "사격은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 종목"이라며 사격에 대한 집념을 표현한다.
하루 100발 이상 과녁을 향해 쏘며, 아직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합숙 훈련과 연습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시간도 없는 목일중학교 총잡이들. 하지만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우뚝 서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보상받고도 남는 것 같다는 사격 유망주들이 국가대표를 향해 쏘는 과녁이 정확히 맞히길 기대해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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