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비추는 불편한 진실

“누군가는 모셔야 하는데… 선뜻 나서기 어렵네”

지역내일 2011-08-29 (수정 2011-08-30 오전 12:42:54)

이제 곧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던 형제·친지들이 함께 할 모처럼의 시간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에 화사한 덕담도 오간다.
그러기를 잠시, 곧 정적이 흐른다. 해야 할 이야기가 있지만 정작 꺼내기 어렵다. 무슨 이야기이기에 그리 어려울까. 점차 연로하고 쇠약해지는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다. 40대를 넘어서며 누구에게나 현실로 다가오는 문제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서로 눈 맞추기를 주저한다.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흐지부지 결론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자칫 감정 섞인 말이 오가기도 한다. 부모부양이나 재산문제로 부모와 자식 간 또는 형제들 간 싸움이 벌어지고 법정까지 가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우려로 해야 할 이야기는 또 한 번 상 주변을 맴돌게 된다. 

가족 … 문화가 바뀌고 있다
최근 핵가족이 되면서 부모 모시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직장이나 학업 등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는 ‘분가’가 늘고 있어 이후 부모가 고령이 될 때 부양에 대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부모를 부양하며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여성, 하지만 여성의 사회활동으로 가정에서의 시간이 줄며 부모를 보살필 수 없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장남이 우선적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였지만 그것이 불가능해 서로 의논하며 대안을 찾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밖에 원인은 또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큰 비중 차지해
많은 가정에서 부모 부양에 관한 부분이 이야기될 때 가장 큰 화제는 ‘경제적인 부분’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쇠약해지고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이야기. 이에 대한 부담도 부모 부양에 선뜻 나설 수 없게 한다.
실제로 노년기의 의료비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의료비통계센터가 발표한 지역별 의료이용통계(2008년 조사통계. 천안 기준)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연간 평균의료비는 50대 121만원에서 60대 203만원으로 늘어난다. 여성의 경우도 50대 121만원에서 60대 189만원으로 늘어난다. 이후 의료비는 계속 상승한다.
이와 함께 재산 상속에 관한 부분도 이유다. 부모에게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경우 그것이 누구에게 상속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에 대해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며 오해가 쌓여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권혁술 법무사는 “대부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에 관한 부분을 접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처리하게 된다”며 “자식이 먼저 부모에게 상속에 관한 부분을 이야기하기보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노후와 함께 의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 좋은 자리에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꺼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가족 모두가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며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이 모(50·천안시 불당동)씨는 2남 2녀의 차남이다. 이씨는 몇 년 전 명절에 형제들이 모여 홀로 계신 노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오랜 이야기를 통해 결정한 것은 자신은 어머니를 모실 테니 제사는 형이 지내도록 하자는 것. 그리고 나머지 형제들은 어머니의 용돈을 책임지기로 했다. 그날 이후 이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모두 배 아파 낳고 고생해 키운 자식인데 한 명에게만 부담을 지울 수 있나요. 이제는 자식들이 장성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형제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세히 몰랐는데 그날을 계기로 서로의 사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이씨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없이 따라준 아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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