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스타쌤- 보성고 정호근 교사

과학 창의교육, 일반계 고교에서 싹 띄운 주역

지역내일 2011-08-06

 


‘보성고 심슨’으로 불리는 정호근 교사(39세)의 과학발명부실에 들어서면 가히 괴짜 발명가다운 분위기가 풍긴다. 벽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책꽂이와 책상 위에는 과학 관련 잡지와 책들, 그간 모아온 국내외 과학교육관련 자료들이 빼곡하다. 마술도구를 비롯해 가정에서 쓰는 잡동사니들도 보인다. “방 분위기만 봐도 과학 발명을 하는 곳 같다”는 말을 건네자 “이 모든 것이 지난 12년간 쌓아온 보성고 과학발명반의 역사”라는 정 교사의 의미심장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발명가 교사의 길에 들어서다


발명에 대한 정 교사의 열정은 대학 재학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주거환경공학을 전공한 그는 새롭고 독특한 물건을 만드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 대학 4학년 때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에 참가해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발명은 과학적 연구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을 권리화 시키는 것이에요. 저는 대학시절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특허출원할 기회가 생겼고 그 이후로 발명을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교사가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생물학을 복수 전공하게 됐고 졸업과 동시에 교사가 됐다. 보성고의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가 좋았다. 단순히 교과 수업으로 대학을 잘 보내겠다는 생각보다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스승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부임 2년째 과학발명반을 만들게 됐다.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 당시에 외국에서는 이런 교육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생소했어요. 나부터 창의력 교육방법으로 융합교육을 시작해보자 생각했지요. 수업시간에 마술을 직접 보여주며 그 속에 숨은 과학 원리를 설명해줬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직접 연구해 확인해보자고 시도했죠.”


간단한 원리를 활용해 얼마만큼 신기한 사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과정 통해 도전‧성취감 키워주고 싶다


초창기에는 공부에 바쁜 아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과학에 재능과 뜻을 둔 학생들이 하나둘 발명반에 모여들어 아이디어를 내고 도움을 주고받았다. 초창기에는 대회에 나가 깨지기도 많이 했다. 이런 노력들이 씨앗이 돼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정 교사 또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교원발명품경진대회에 참가했다. 그 결과 대회 최고상은 물론이며 최다 수상 기록까지 갖고 있다. 발명대회나 연구대회에 자꾸 도전하는 이유를 묻자 “아이들이 발명이나 창의력대회에 출전하는데 어떤 과정으로 수상작이 선정되는지 알아보고자하는 대회 체험 의미가 크다”는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매년 1학년생에게는 특별한 숙제를 내준다. 바로 아이디어 내기. 이때 사고의 전환을 이끌기 위해 아이디어 발상에 대한 방법론적인 것도 언급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인 시기가 고등학생 때죠. 때문에 아이들에게 대학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해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하다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점점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죠.”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국제심판 활약


지난 5월말 미국에서 열린 2011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는 정 교사의 지도를 받은 과학발명반 졸업생팀이 한국인 최초로 금상과 동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회에서 그는 초등부문 국제심판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보성고를 전국 최고를 넘어 세계적 수준까지 우뚝 세운 데는 정 교사가 중심에 있다. 때문에 외부 연구소나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것이 사실. 넌지시 의향을 묻자 “교사직을 시작할 때 학생들을 잘 키워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보성고에 있는 자식 같은 녀석들을 끝까지 뒷바라지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발명반 졸업생들 중에는 대기업에 스카우트 되서 일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제가 발굴하지 않았다면 대학에도 가지 못했을 녀석들인데 재능을 캐치해 함께 노력한 결과 이쪽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거죠. 이런 점이 교사로서 보람 아니겠어요.”


보성고에는 과학관련 대회에서 입상 이력이 있는 학생들의 전학 문의가 부쩍 많다. 발명이나 창의력 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 또한 대학입학 방법으로 매달린다. 이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면서 한층 고조됐다.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고 상을 받는 것보다 준비과정이 소중하다 생각하는데 결과중심으로 가는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정 교사의 뼈있는 소리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 축적한 과학 창의력‧발명 관련 자료를 정리, 정형화해 원하는 교사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또한 보성고 과학발명반 모임을 다른 학교 과학부와 함께 연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것이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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