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소아암 환자 위해 모발 기증한 주혜경 경장

지역내일 2011-08-28 (수정 2011-08-29 오전 12:41:38)

사랑은 명사보다 동사일 때 눈부시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잘랐다. 2년 이상 소중히 길러온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 허전하기보다는 뿌듯했다.
분당경찰서 이매파출소에 근무하는 주혜경(34) 경장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지난 2009년, 독한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당시 주 경장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는 이야기를 접했다. 옆에서 해맑게 놀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소아암이라니 얼마나 아프겠어요. 근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더 슬퍼한대요. 대인 기피증도 생기고 학업도 포기하고. 그냥 놔두면 자라는 머리인데 기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가족들 식사를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하는 데,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만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시어머니는 “덥고 지저분한데 왜 머리를 안 자르냐”는 걱정도 들었다. 무엇보다 무더위는 견디기 힘든 최대고비. 그때마다 조금씩 길어지는 머리모습을 사진에 담고 ‘헤이해지지 않게 도와 달라’고 남편에게 요청하며 마음을 다잡았단다.


모발 기증은 환우들 위한 아름다운 사랑보태기
인터뷰 내내 그녀는 홍보대사처럼 머리카락 기증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했다.
“모발 기증을 하려면 최소 25센티미터 이상 길러야 해요. 머리 감을 때나 곳곳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너무 아까웠죠. 그래서 알아봤더니 국제모발두피협회처럼 빠진 머리를 기증받는 곳도 있더라고요. 아가씨나 학생들 있는 집에서는 긴 머리카락이 골치잖아요. 헝클어지지 않게 잘 다듬고 말려서 고무줄로 묶어 보내면 되니까 간단해요. 미용협회에서도 미용실 운영하는 분들께 모발기증에 대해 알려 주면 좋겠다 싶고…. 참 초등학생들 중학교 갈 때 머리 많이 자르잖아요. 그것도 기증하면 참 좋겠네요.(웃음)”   
주 경장이 기부한 모발은 이제 곧 가발로 만들어져 환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염증이 쉽게 생기는 인조가발보다 좋은 천연가발은 비싼 것이 단점. 게다가 기부자마다 머리카락 길이와 굵기가 달라 소아암 환자 한 명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선 그의 10배가 넘는 사람들의 모발 기부가 필요하단다. ‘사랑의 모발나누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국제날개달기운동본부는 그녀와 같은 920여 명의 기부자로부터 모발을 기증받아 지난해 70명의 환자에게 가발을 만들어줬다.
“쑥스럽지만 필요한 일이니까 이제는 주변에 소문을 내려고요. 후배 경찰 몇 명도 말은 안하지만 머리를 기르는 눈치에요.(웃음) 모발 건강을 위해 세끼 식사 챙겨 먹고 이것저것 신경 써 관리하니까 여성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아 참, 머리 긴 남자 분들! 자르려면 대신 기부하는 건 어떨까요. 하하”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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