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져야 사는 사람들
생명 탄생의 근원, 지구의 70%를 이루고 있는 바다. 그 바다의 매력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 있다. 줄에 의지해 깊은 바다 속 여행을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고양시 스킨스쿠버연합회 회원들이다. 고양시스킨스쿠버연합회는 고양시 안에 있는 여러 팀들이 연합해 꾸린 단체다. 결성은 8년 전에 했지만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다가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부부금슬이 좋아진다?
“다이빙에 한번 빠지면 항상 물속을 상상하게 돼요. 물에 들어가면 거기에만 집중해야 되거든요. 잡념을 없애주죠. 스트레스 날리기에는 스킨스쿠버만큼 좋은 종목이 없어요.”
이신학 씨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지상에서 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는 바다 속. 김규원 회장은 “스킨스쿠버는 선택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웃는다. 미지의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자랑은 끊이지 않는다. 최순석 사무장은 “다이빙을 함께 하고 나면 이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짝 다이빙을 하기 때문이다. 다이빙을 함께 하고 나면 서로 목숨을 책임지는 친구가 된다. 끊을 수 없는 돈독함과 배려심이 자라기 때문에 부부다이버들은 금슬이 좋다. 축구는 부부끼리 뛸 수 없지만 다이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란다.
건강상의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심폐기능이 먼저 좋아진다. 폐활량이 커지고 근육 상태도 좋아진다. 압력이 높은 심해에 들어가기 때문에 복부비만 문제도 해결된다며 회원들은 웃었다.
즐기는 스포츠에서 환경 정화까지
잠수복 입고 물에 풍덩 빠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모든 것 다 잊고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고 나오면 지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바다에 들어가면 말을 할 수 없다. 물고기나 사람이나 똑같은 생명체,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가는 친구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온다. 즐기기 위해 하는 스포츠지만 환경과 생명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중촬영감독 박윤철 씨는 다이빙의 매력에 빠져 직업을 바꾼 경우다. 사진을 찍는 일을 하다 수중촬영을 선택했고 촬영부터 모델제공까지 맡아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내가 바다에서 본 것들을 남들에게도 알릴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죠. 그래서 일반 다이버들도 촬영을 많이 해요. 사진을 찍으면 다이빙의 즐거움이 배가 되니까요.”
늘 아름다운 풍경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 인해 더러워진 바다를 마주할 때면 마음이 안타깝다. 그래서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남한강, 북한강, 팔당 저수지와 육상 쓰레기를 치운다.
“아무리 스포츠지만 폐기물이 있으면 저희들도 보기 싫잖아요. 동해가면 거의 바다가 죽었어요. 환경오염이 심각해요.” 최순석 사무장의 말이다.
‘미아’싫어 연합회를 꾸리다
고양시스킨스쿠버연합회 회원들은 대부분 강사급이다. 오랫동안 스킨스쿠버를 즐기다보니 강사과정까지 밟게 된다는 설명이 맞을 것 같다. 이들이 굳이 연합회를 꾸려 활동하는 이유는 ‘미아 방지’를 위해서다.
스킨스쿠버에서 ‘미아’는 ‘강사와 연줄이 끊어진 수강생’을 일컫는 말이다. 드넓은 바다에서 갈 곳 모른 채 혼자 된 다이버를 그들은 미아라고 부른다. 고양시에는 44개의 스킨스쿠버단체가 있다. 스쿠버다이버들도 헛갈릴 정도다. 스킨스쿠버 수업은 대개 일대일로 이루어지는데 수업을 하다 강좌가 폐강이 될 수도 있고 강사가 적을 옮길 수도 있다. 연합회를 꾸리면 그럴 위험이 적어진다. 연합회가 지정한 과목을 함께 배우고 훈련도 같이 이루어지니 팀이 다르더라도 바다에 나가서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스킨스쿠버는 목숨을 걸고 하는 스포츠입니다. 다이빙을 할 때도 혼자 입수하는 솔로 다이빙은 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바다에 들어오면 실력이 어느 정도 되고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훨씬 안전하죠. 바다 에서는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김규원 고양시스킨스쿠버연합회장의 말이다.
고양 실내체육관 다이빙시설 반가워
이들은 이론과 실기 교육은 물론이고 다이빙을 함께 즐긴다. 전혀 모르는 초보자라도 할 수 있으며,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위험하지 않단다. 장비 구입이 부담스러우면 대여도 할 수 있다. 수심 40미터까지 들어가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100미터 깊이에서 즐기는 테크니컬 다이빙 등 다양하다. 매년 8월 15일에는 울진 앞 바다에서 81.5미터를 들어가는 다이빙으로 광복절을 기념한다.
이들은 고양시에 실내체육관이 문을 열면서 다이빙 시설이 생긴 일을 무척 반겼다. 멀리 잠실이나 송도 풀장까지 안가도 되고, 다른 지역 다이버들이 고양시로 와서 활동하면 시의 부가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즐거운 스포츠 뿐 아니라 지역과 환경까지 헤아리는 고양시스킨스쿠버연합회 사람들. 깊은 바다에 들어가니 마음까지 닮아가나 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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