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경
대학에서 국문학,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교육과 글쓰기를 해왔다.
현 고양우리학교 대표교사
전 <좋은 엄마> 기자
어린이책 <천연기념물 탐험대>, <나는 포기하지 않아> 저자
문의 070-7661-5212
바야흐로 교육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요즘이다.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79%에 이르고, 사교육비 시장 규모가 연간 21조에 달하며,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월 23만8천원을 감당하기 위해 수많은 부모들이 삶의 질을 포기하는 교육만능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의 교육에 이처럼 올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위 말하는 좋은 학력이 성공적인 삶의 조건이 된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명문대를 졸업해서 잘 나가는 직장을 얻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낙오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불안이 부모로 하여금 스스로 삶의 질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명문대와 좋은 직장을 향해 올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전제의 타당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과연 자녀 교육을 위해 있는 힘껏 헌신하면 과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답은 ‘아니오’다. 노력하는 이의 90% 이상이 명문대 입학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승률이 매우 낮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이라고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실패할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배움을 키우는 교육, 배움을 꺾는 교육
문제는 아이들이다. 부모들이 희박한 가능성에 인생을 거는 사이 아이들의 삶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모로부터 ‘10% 안에 드는 것만이 성공’이라는 가치관을 강요받음으로써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일찌감치 ‘실패한 아이’로 규정하게 될 것이다.
단언컨대 이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짓밟는 일이며, 아이들에게 주어진 ‘행복하게 살 권리’를 빼앗는 짓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배우고 익히며 현명하게 살아갈 능력을 타고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배움’의 능력을 타고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을 보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며, 뒤집고 앉고 기고 서는 방법을 터득한다. 온몸의 감각기관을 이용하여 주변을 탐색하며 세상살이에 적응해간다. 이러한 배움의 능력은 숨 쉬는 능력과도 같아서 누구도 뜯어고치거나 간섭할 수 없다.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교육의 의미를 물을 때마다 ‘타고난 배움의 능력을 돕는 일’라고 대답한다. 호기심과 사고능력으로 세상을 탐구하며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개혁가인 존 홀트 역시 “세상과 교감하면서 더 똑똑해지고 분별을 갖추고 호기심을 키우고 실력을 닦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교육을 정의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형태가 아닌가? 교육받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기는커녕 교육자가 원하는 것을 강제로 주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엄청난 열기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런 교육 풍토는 배움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호기심과 자발성을 빼앗긴 배움은 더 이상 배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는 교육
교육이 진정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배움과 교육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아이에게 행복한 인생을 선물하기 위한 것이 교육이라면 어른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무엇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사, 안내자, 지도자 노릇을 한답시고 어른들의 경험 속에 아이들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지난 시대의 경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이뤄진 산업화시대에 얻은 경험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는 통하지 않는 ‘낡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필요했던 ‘기계 사용법을 습득하는 능력’은 현 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컴퓨터의 보편화로 정보습득이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감성을 활용하는 능력’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 즉 주입식, 줄세우기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교육으로는 호기심과 감성,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상을 향한 아이들의 호기심, 스스로 하려는 의욕, 배움의 능력을 믿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풍부한 감성을 살리고, 인간은 물론 자연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부와 놀이를 분리하지 않고, 공부와 삶을 하나로 아우르는 교육이 이뤄질 때 비로소 아이들은 자존감을 갖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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