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참기 힘든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긴소매를 찾는 초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듯하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9월까지 늦더위가 있을 전망이다.
탐스럽게 영글어야 할 곡식을 위해 2011년 마지막 뜨거운 여름 햇살을 기대하며 찾은 탐방길은 진안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자랑하는 곳, 바로 성수의 풍혈냉천이다.
바람이 구멍에서 나오고 차가운 물이 샘솟는 곳
두 산봉우리가 서 있는 모양이 말의 귀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마이산(678m)이 진안의 첫째가는 자랑거리라면 검은 바위 곳곳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바위틈에서는 발을 1분도 채 담그고 있지 못하는 석간수가 샘솟는 이색지대 풍혈냉천(風穴冷泉)이 바로 진안의 두 번째 명물이다.
풍혈냉천은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양화마을, 일명 말궁굴이산이라고도 불리는 대두산(大頭山 459m) 기슭에 있다. 약 66㎡의 동굴 안에 한여름에도 섭씨 4~5℃의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風穴)이 있고, 그 옆으로 사시사철 변함없이 섭씨 3℃의 물이 솟아나는 석간수(石間水)인 냉천(冷天)이 있다.
풍혈과 냉천이 발견된 것은 1780년 경으로 당시에는 온천이 솟아나고 찬바람이 나오는 구멍과 삼복에 찬물이 치솟는 냉천이 두 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식당 옆 한 곳의 냉천과 그 주위의 풍혈만이 남아 있다.
이러한 풍혈의 현상은 지각의 변동으로 맞물려 있던 표토층이 엇갈려 틈이 생기고 그 틈사이로 겨울에는 눈이 쌓여 여름까지 녹지 않고 있다가 대기의 더운 공기와 만나 서늘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다.
삼복더위가 웬 말이냐? 늦더위 너 꼼짝 마!
전주역에서 약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에 ‘풍혈냉천’이라는 큰 식당 간판이 우뚝 서있다. 처음 풍혈냉천을 찾는 이라면 이 식당이 ‘풍혈냉천’인줄 알 듯.
조금 널따란 주차장이 있고 주위를 둘러보니 안내판이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차에서 내리더니 찾은 곳은 바로 한여름에도 물에 1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힘들 정도로 차가운 냉천익다.
그 옛날 명의 허준이 약을 지을 때 썼던 물이라고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고 하는데 이 물은 물맛이 좋을 뿐 아니라 피부병과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는 약수이다.
산기슭의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뿌연 길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자연냉장고와 같은 역할을 하는 풍혈이 나오는 동굴이 있다. 예전에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한천공장과 잠종(蠶種) 보관소로 이용되었으며, 마을 주민들의 김치보관소로도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파전과 동동주를 파는 휴게소로 변해 있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자연산 에어컨!
동굴뿐 아니라 대두산 기슭 곳곳에도 풍혈이 있다. 지그재그로 쌓여진 바위 앞을 지나노라면 어김없이 냉기가 뿜어져 나와 풍혈냉천 앞은 찾은 관광객도 일하던 주민도 여기저기 바위 앞에 앉아 있는 진풍경을 이룬다.
식당 한 관계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하나같이 머리를 숙여 풍혈을 확인하기도 하고, 냉천에 발을 담그며 여자 분들은 소리를 지르곤 한다”며 “휴게소 안을 이리 저리 살피며 별나라에라도 온 것 마냥 서성이는 모습이 이제는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겨울에 찾았으면 삭막했을 법한 이곳에 반겨주며 말을 붙이는 이가 있어 정겹다.
바위 구멍에서 나오는 바람은 수증기와 같이 뿜어져 리포터가 걸어가는 길을 몽롱하게 만든다. 조명만 있음 레드카펫이 부럽지 않을 쿨 로드(Cool road)인데…. 도심에서 기계음을 발산하며 뿜어내는 에어컨 바람이 진안에서는 풍혈을 ‘형님’으로 모셔야 할 판이다.
TIP. 대두산
풍혈냉천을 감싸고 있는 산이 대두산이다. 현지 주민도 잘 모르는 이 산은 만덕산에서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줄기의 남쪽에 있으며 둥글고 널따란 정상부의 생김새로 이름 지어진 듯하다.
산행은 냉천을 지나 풍혈이 나오는 휴게소 오른쪽을 계속 따라 오르면 풍혈냉천 민박집 왼쪽으로 난 길에서 시작된다. 잘 정돈된 등산로와는 달리 오솔길을 걷는 듯한 산행이라 자연과 친근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초보자라면 주의가 필요한 산이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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