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들이 원하는 자녀의 키는? ‘딸 168cm, 아들 183cm’이다. 날씬하고 쭉 뻗은 모습이 보기 좋다는 생각아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구해 먹이고 키 크기 체조에 성장호르몬주사도 맞춘다. 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며 유난떤다고 하지만 키 때문에 평소 손해 보는 일이 잦거나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말할 일은 아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피해갈 수 없는 고민, 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성조숙증, 자녀의 신체 변화에 관심 갖고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키를 키우기에 앞서 살펴봐야 할 점은 성조숙증이다. 성조숙증은 이른 시기에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2차 성징이 평균보다 빨리 나타나는 질환이다. 여자 아이가 만 8세 이전에 가슴에 멍울이 생기는 경우, 남자 아이가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졌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보이는 어린이 수는 2006년 6400명에서 2010년 2만800명으로 4배 이상 급증하는 추세다. 성조숙증의 문제점은 신체와 정신연령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성장장애다. 성조숙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최종 키가 평균 키보다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들의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으로 판명나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평균키에 근접할 수 있다.
간단한 검사로 초경 시기와 최종 키 예측 가능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얼마 전 초경을 했어요. 가슴이 철렁하고 정신이 아득해지더라고요.” 이진숙(가명·41·우동) 씨 딸의 키는 155cm. 또래 아이들에 비해 큰 편이라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엄마인 이 씨는 속으로 앓는다는데. 이 씨의 키는 168cm로 큰 편이지만 신랑 키가 169cm로 평균보다 작은 편. 특히 신랑은 초등학교 때 제일 큰 편에 속했다니 성장이 빠른 집안이고, 딸 역시 빠른 성장을 나타내 매년 뼈 엑스레이를 찍었던 터였다.
“1년 전, 성장클리닉에 갔을 때 최종 키가 잘 자라면 161cm에 초경도 5학년 때쯤 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제가 늦게 자랐던 편이라 설마 했는데 정말 정확하더라고요.” 이어 “엄마들 말이 초경을 늦추고 싶으면 율무를 꾸준히 먹이라고 하더군요. 약이 아니니까 몸에 나쁠 것도 없다고요. 100%는 아니지만 실제 효과를 봤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딸애야 이제 어쩔 수 없지만 초경 시기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꼭 일러줍니다”라며 당황한 이 씨에 비해 아이가 잘 받아줘서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은 간단한 피검사와 엑스레이만으로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초경 후 통상 5~7cm 정도 자란다는 통계가 있지만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예상보다 더 컸다는 희망적인 사례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성장호르몬주사로 키 키워
용호동에 사는 김은주(가명·40) 씨는 작년 첫째에 이어 올해는 둘째에게 성장호르몬주사를 맞히고 있다. “저는 평균 키인데 애들 아빠가 좀 작아요. 아이들 최종 키 검사를 해봐도 평균에 못 미쳤고요. 입이 짧아 많이 먹지도 않아요. 또 유전적으로 늦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는데 요즘은 중·고등학교 때 운동도 거의 안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커야할 시기에 못 크는 경우도 허다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성장호르몬주사를 맞히고 있어요.”
성장호르몬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인 아이들이 이용하는데 요즘은 검사 결과 최종 키가 많이 작거나 유전적으로 단신이 경우 맞히는 집들이 꽤 있다. “큰 아이의 경우 보통 1년에 4~5cm정도 자랐었는데 주사를 맞는 1년 3개월 동안 10cm가 자랐어요. 효과가 있었던 거죠”라는 김 씨다. 비용은 몸무게에 따라 다른데 큰 애는 70만원, 작은 애는 50만원 정도 들었다고. 검사 결과 성장호르몬 결핍이면 보험이 적용된다.
모델같이 큰 키는 꿈도 안 꾼다며, 다만 키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없게 하고 싶다는 것이 같은 처지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란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성장 도와야
얼마 전 TV에 나온 한 여대생의 ‘루저’라는 발언 때문에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 있었다. 현재 사회의 키에 대한 관념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단지 보기 좋다는 이유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키를 선호하는 추세다.
키와 유전과의 상관관계는 의사마다 의견이 달라 30~70%까지 괴리가 있다. 성장 환경에 따라 더 자랄 수도 덜 자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점은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내게 해야 한다는 것과 큰 키가 경쟁력이 된다는 왜곡된 개념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생 함께 가야 할 본인의 키. 신장의 크고 작음을 떠나 본인 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해 보인다. 키는 길이에 불과하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