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신도초등학교 김옥주 교사
사제 간의 정이 살아있는 따뜻한 교육현장
40년 교직생활을 접고 명예퇴직을 하며
아이들이 하교한 교실에 남아 업무를 보고 있는 김옥주 교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0년이 흐르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까? 강산은 물론이고 문화, 사람까지 변할 것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만 가르친 선생님의 스토리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증언이 아닐까? 교육현장은 조금씩 바꿔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 그 마음으로 40년을 일하고 이제 교직을 물러나는 신도초등학교 김옥주 교사를 만났다.
퇴임 인사를 온 몇 해 전 담임반 학무모들과 함께
아이들을 생각하며 교사와 학부모 한 마음 돼
여름방학을 하루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교실,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40년 교직생활을 접고 명예퇴직을 하는 김옥주 교사의 마지막 교실이다.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아이들의 몇 해 전 선생님을 찾고 있다. 지금 담임도 아닌데 이렇게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걸 보면 김옥주 교사의 40년 교직생활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교단 앞에서 열정으로 가르쳐 늘 목이 아팠다는 김교사. 담임으로서의 역할, 학교에서 맡은 업무, 다양한 인간관계까지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때론 엄한 선생님이 돼야 했지만 어머니처럼, 때론 푸근한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품어주었기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김교사를 잊지 못 한다. 이날도 학교수업을 마친 3학년 학생이 김교사를 찾아왔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수시로 찾아오는 아이는 마냥 선생님이 좋고 편해 보인다. 사제 간의 애정이 참으로 아름답다.
김옥주 교사는 경남 거제의 한적한 바닷가 전교 12학급인 구조라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기성회비를 못내는 안타까운 제자, 입학금이 없어 중학교에 진학 못한 제자들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재미있고 보람찬 일들도 많았지만 가슴 아팠던 일들이 더 아련한 추억으로 스쳐가네요.”
학부모들과 둘러 앉아 아이들 이야기, 40년 교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김옥주 교사는 결국 눈시울을 붉힌다. 떠나는 자리에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목소리가 떨리는 김교사를 보며 학부모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앉아 아이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현장에서 인간적인 교육, 그래서 우리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교육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접 그림을 그려 교직을 떠나는 마음을 담은 부채
40년의 마음을 부채에 하나하나 담아
“저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남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또 적으나마 도움도 줄 수 있었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정년을 조금 앞두고 교직을 떠나지만 제 마음은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저와 인연을 맺은 아이들, 학부모들 그리고 동료교사들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삶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김교사는 떠나는 마음을 부채에 직접 담아 주위 동료와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느라 요즘 어깨에 파스를 붙이고 다닌다. 백여 개가 넘는 부채에 직접 수묵화를 그려 선물한다는 김교사는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모습까지 열정적이다.
김교사는 퇴임사에서 아이들에게 “건강해야 합니다. 정직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으니 오직 자기 스스로 노력해야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보편적인 말 같지만 40년 교직생활을 마치는 선생님의 가장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다. 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강인한 교육 신념으로 아이들과 학교를 지키다 이제 명예롭게 학교를 떠나는 김옥주 교사. 우리의 학교에는 이런 선생님들이 있고 그 뜻을 알고 함께 바른 교육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교육이 힘들수록 한번 더 생각하고 남의 입장도 생각하는 미덕의 마음을 가지자는 김교사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게 남는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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