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기획 -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
부산바다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119구조대·해양경찰, 안내소통역, 청소, 미아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
바다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내리꽂는 뜨거운 햇살과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지금 부산바다는 여름의 절정이다. 화려한 비키니와 끝없는 파라솔, 짙푸른 바다와 파도타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흥겁다. 그러나 조금은 불편했던 편의시설과 안전문제도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편리하고 깨끗한, 그리고 안전한 해수욕장을 위해 무더위 속에서 까맣게 타며 열심히 일하는 일꾼들!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뜨거운 여름이야기를 들어 보자.
김부경·김영희·이수정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해운대관광관리사업소 청소과’
깨끗한 화장실! 이 손 안에 있어요~
해운대관광관리사업소 소속 전분자(왼쪽)·조동화(오른쪽)씨
“모래 씻고 화장실 이용해 주세요!”
해운대해수욕장 화장실 수문장 전분자(57), 조동화(51)씨가 하루 종일 외치는 소리다. 해운대해수욕장 화장실 입구에는 발에 묻은 모래를 씻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한결 청결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다.
“멀리서 온 관광객들이 이 작은 시설을 보고 역시 해운대가 다르네”라고 말한다는 전씨. 문화시민의 시작은 화장실이라는 사명으로 여름 두 달 열심히 일하고 있다.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보람도 느낀단다.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한마디를 묻자 조씨는 “화장실을 이용하실 때 밑에서 모래를 털고 와 주시면 한결 화장실 관리가 수월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장실 사용 후 물 내리는 에티켓은 기본!! 일을 하다보면 “수고하십니다”라는 친절한 한 마디에 힘이 난다고 한다. 해운대바다의 가장 낮은 곳, 그러나 가장 시민의식이 살아있어야 하는 해수욕장 화장실! 구청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해운대바다의 아름다운 추억 속에 해운대해수욕장 화장실의 수문장들의 굵은 땀방울이 함께 한다.
‘해운대관광안내소’
우리는 글로벌 해운대를 꿈꾼다!
해운대관광안내소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박재희·윤혜진·유용현(왼쪽부터)씨---
해운대바다의 관문 해운대관광 안내소에 가면 생기 발라한 젊은 일꾼들의 건강한 미소가 기다리고 있다. 영어 통역을 한다는 윤혜진(24)씨는 “영어권에서 오신 외국인들이 편리하게 해수욕장을 이용하도록 돕고 한편으로 해운대를 잘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직은 다른 20대들처럼 바다에서 마냥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싶은 나이에 이렇게 여름 내내 바다를 지키는 것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인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청춘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는가!
일본어 통역을 하는 박재희(26)씨, 영어통역을 하는 유용현(29)씨도 한결 같이 미소가 밝고 깨끗하다. 바로 해운대의 젊은 얼굴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윤씨는 “그리 어려운 일은 없지만 간혹 반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 조금 불편할 때도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휴가철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반말은 사절!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던지자.
올해는 해운대에 관한 책자가 풍부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관광안내소를 이용해 해운대를 100% 즐겨 보자.
‘부산시청·코리아컴퓨터’
미아방지 전자팔찌 꼭 착용하세요~
미아방지팔찌를 관리하는 코리아컴퓨터 김석재(오른쪽)·류이레(왼쪽)씨---
즐거운 휴가에 아이를 잠깐이라도 잃어버린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부산시청이 나섰다. 아직은 시범으로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미아방지 전자팔찌. 부산시청 주관, 코리아컴퓨터가 하청으로 일하고 있다. 관광안내소와 백사장 두 곳에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코리아컴퓨터의 김석재(32)씨는 “팔찌를 착용한 아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미아방지 팔찌이고 무료이니 많이 이용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역시 다르다. 전국 최고수준의 해수욕장답게 다양한 시설이 준비돼 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해운대해수욕장에 가면 꼭 한 번 활용해 보자.
‘119시민수상구조대'' -해운대 해수욕장
망루에서 더 넓은 바다를 지킨다!
망루에서 바다를 지키는 119시민수상구조대 김영환씨---
119시민수상구조대와 해양경찰이 있어 부산바다는 확실히 안전하다. 해변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망루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바다를 지키는 김영환(20)씨. 잠시의 인터뷰에도 바다에서 시선을 떼지 못 한다.
“119와 해양경찰이 망루를 지키고 바다에 직접 들어가 구조활동을 합니다.”
이번 여름 처음으로 119시민수상구조대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김씨는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구조대의 말을 무시하는 시민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기본적인 질서와 안전을 지켜달라고. 또 쓰레기처리까지 살짝 덧붙인다. 이제 갓 스물이 된 청년이지만 부산바다를 지키는 청춘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조카나 아들 같은 청년들이 피부가 까맣게 타도록 일하고 있는 바다.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운대해수욕장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 로망을 지켜주는 젊은 부산 청년에게 박수를 보낸다.
‘광안리바다도서관’
시원한 해변에서 독서삼매경
도서관을 지키며 독서삼매경에 빠진 김세환씨---
올해 광안리는 야자수 원두막과 파라솔을 배치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 없는 거리, 해변영화관, 해변거리음악회, 광안리 아트마켓, 해양레포츠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그저 그런 바다가 아닌 ‘문화예술 해변’으로 변신 중이다. 그 중 ‘광안리바다도서관’은 광안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2천권 정도의 도서를 구비해 놓고 있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은 물론 운동하는 시민들이다. 해변을 벗 삼아 한가로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무더위도 잊을 만큼 독서에 빠져든다는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다도서관은 공익근무요원 3명이 번갈아가며 관리하고 있다. 공익요원 김세환(23)씨는 “지금까지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지만 방학이후로는 학생들도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당일 대출도 가능하니 파라솔 아래에서 편히 독서를 즐기시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도 비치돼 있어 지나가다 들렀다는 할아버지는 손자와 함께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광안리해변음악방송국’
여름 낭만을 책임지는 사람!
방송 중인 이남영 아나운서 ---
매주 금·토·일 저녁 6시가 되면 광안리 해변 곳곳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주말 저녁에 흥겨움을 더하는 곳은 바로 ‘해변음악방송국’. 2007년에 개국한 방송국의 토요일 DJ 이남영 아나운서를 만났다.
“대학교 1학년 때 수영구 신문을 보고 지원했어요. 이제 4년째네요”라며 현재 모 신문사 대학생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매요일마다 다른 DJ가 진행을 맡고 있는데 다들 프로아나운서라 배울 점도 많고 스튜디오를 단독으로 이용해보는 좋은 기회도 된다고.
“진행은 전적으로 DJ에게 맡기기 때문에 2시간 동안 사연을 소개하고 시낭송도 하고 음악도 내보내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다”며 “선곡엔 저만의 기준이 있어요. 시작 부분은 신곡 위주로, 중간쯤에는 7080 세대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마무리는 여름이니까 여름과 바다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드린다”고 한다.
일하면서 힘든 사항은 아무래도 소리가 나다보니 소음관련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 “해변에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더위에 지친 마음을 날려버린다고도 하니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는 애교 섞인 당부도 덧붙였다. 무료 봉사기 때문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본인 스스로 시험 중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이남영 아나운서.
“길 가다가 들렀다면서 음악을 신청하는 분들이 있어요. 같이 만들어가는 방송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이용해주면 감사하죠. 아직도 해변음악방송국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부터라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말 저녁 2시간. 당연한 듯 흘려들었던 음악 방송 뒤에는 남모르게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이면 더욱 활기 넘치는 광안리는 감미롭고도 경쾌한 음악이 있어 낭만적인 해변이 된다. 미리 메일로 사연과 음악을 신청하면 주말 저녁에 어김없이 들을 수 있으니 nylee1004@hanmail.net을 이용해보자.
‘119 수상구조대’-광안리 해수욕장
온몸으로 바다와 부딪히는 우리는 바다지킴이!
긴급상황에서 구조임무를 무사히 마쳤을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119 수상구조대원들
지난 화요일 오전 광안리 해수욕장, 태풍 망온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세다. 그 때문인지 해수욕을 즐기러 나온 사람은 드문 가운데 바쁘게 움직이는 건장한 남성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바로 여름바다 지킴이 ‘119 수상구조대’.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구조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김선협(소방대원 4년차) 씨는 “해수욕장 개장 전후로 바다의 안전사고를 모두 관리하고 있다. 오늘같이 바람과 파도가 거센 날은 안전사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파견나온 30여 명의 119 수상구조대원은 오전·야간 2교대로 하루종일 바다를 지킨다. 휴가를 즐기러 온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휴가는 뒤로한 채 구슬땀을 흘린다.
구조대원 2년차인 강준현 씨는 “뜨거운 햇볕아래 더위와 싸워가며 일하는 것은 힘들지만 익수자가 발생했을 때 긴급구조를 통해 위험한 상황을 모면했을 때는 정말 뿌듯하다”고 말한다.
올해로 8년 째 수상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배몽기 씨 또한 긴급상황에서 구조임무를 무사히 마쳤을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상황을 묻는 질문에 4년 전 대구에서 온 여학생 2명을 한꺼번에 구조한 일을 떠올린다.
수상구조대원들의 당부의 말은 “바다수영을 하는 경우 자신의 수영 실력을 자만해 너무 멀리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안전에 유의하며 구조대원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해수욕을 즐겼으면 한다” 또한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은 아이들이 튜브에서 놀다가 빠지는 경우가 많으니 특히 아이들을 주의깊게 지켜봐달라”는 말을 전한다.
햇볕에 그을린 까만 피부지만, 땀 범벅이 된 얼굴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멋있어 보이는 수상구조대원들. 여름바다를 온몸으로 지키고 있는 까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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