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춘천 제과 명가를 찾아 나서는 순간 묘하게도 1년 전 이맘때의 기억 한편이 떠올랐다. 소위 ‘대박’ 드라마라는 ‘제빵왕 김탁구’, 수십 년을 이어온 장인의 손맛과 비법에 의해 비로소 탄생되는 빵의 풍미에 관한 이야기였다. 최근 대원당에는 ‘옛날 빵’ 맛에 대한 향수를 느껴보고자 멀리서 찾아오는 전철관광객들이 제법 많아졌다고 한다. 다름 아닌 대원당의 변치 않는 한결 같은 맛 때문이란다.
40년을 이어온 400가지의 빵과 과자류
1968년 처음 대원당을 연 아버지(윤용호, 71)의 대를 잇기 위해 제과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매장관리를 맡고 있는 윤장훈(41) 사장에 의하면 대원당에서는 아직도 찹쌀떡이나 생과자가 인기메뉴라고 한다. “직접 쌀을 갈고 호두와 밤을 으깨 넣은 팥으로 소를 만들기 때문에 찹쌀떡이 많이 달지 않아요. 여전히 좋아들 하시죠. 생과자의 경우 손이 많이 가고 단가가 맞지 않아 명목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이렇게 대량으로 쟁반 째 만들어 놓고 판매합니다. 회의나 미팅 시 간식으로 많이들 찾으세요.” 이뿐일까. 매장에 정렬된 400가지의 빵과 과자류들이 수십 년을 함께해온 단골손님들에게 팔려나가기 바쁘다.
그래서 대원당엔 재고가 거의 남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오랜 경영으로 인한 예측 시스템으로 날씨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예상수량을 판단할 수 있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빵들은 춘천시 봉사단체들에 기부하기 때문에 빵의 회전률이 빠를 수밖에 없으며, 신선한 빵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한다.
최고의 맛 자부하는 최고의 재료
대원당이 이렇게 긴 역사를 자랑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비결은 무엇보다 최고의 재료. 윤 사장은 제빵재료의 원가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특히 100% 버터를 쓰는 집은 우리뿐이라며 큰 자신감을 드러낸다. “오로지 맛있는 빵에만 관심 있는 아버지 덕에 우린 항상 빵 기계에 투자를 합니다. 재료도 가장 좋은 것으로만 승부하지요.”
장마가 주춤한 무더위 탓에 팥빙수 주문도 밀려든다. 춘천 최고의 맛으로 위풍당당하다는 대원당 팥빙수다. “시럽과 토핑이 비슷비슷하게 뿌려지는 일반 제과점 팥빙수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마침 딸아이의 시험이 끝나 함께 소문난 팥빙수를 먹으러 왔다는 한 어머니의 말처럼 수북한 얼음 위에 푸짐하게 뿌려진 견과류와 쫄깃쫄깃한 떡이 한눈에도 참 건강해 보인다.
대원당이란 빵집의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고 있는 단골들도 많을 듯. 과거에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들고 오시는 단팥빵을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이제는 사라진 춘천의 거북당, 뉴욕제과의 빵맛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오랜 시간 인내 필요한 장인의 맛 지켜가야
1968년 시작해 한 때 절정의 시기엔 직원이 43명에 이르기도 했다는 대원당. 요즘 동네 빵집들이 겪는다는 어려움과는 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빵맛, 획일화된 토핑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재료부터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언제든지 자신이 있습니다. 특히 지역이 넓지 않아서 우리만의 고급한 이미지가 더 각인이 되죠.”
다만 인력난이 심해 그 부분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기술을 배울 ‘김탁구’ 같은 이들이 흔치 않아서다. 젊은 층들은 빵에 관심은 있지만 긴 시간 기술을 배워야 하는 장인의 길을 준비하기 보다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몇 개월 과정을 더 선호한다고.
그러나 다행히도 춘천에서는 전통과 관록의 빵집들이 제법 남아 명성을 잇고 있다. 대원당에 버금가는 42년의 역사를 지닌 중앙로 ‘독일제빵’을 비롯하여 후평동 세실사거리의 ‘스위스제과’, 효제초등학교 부근의 ‘아망떼과자점’ 또한 춘천에서 빵의 장인들이 만들어가는 빵집이라 한다. 가끔은 아이들 손을 잡고 빵 냄새 고소한 동네빵집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빵 만드는 아저씨의 손에 대해, 정성과 노력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건 어떨까? 우유에 카스테라 콕콕 찍어 먹으며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에 풍덩 빠져보는 것도 재밌겠다.
* 대원당 254-8187
* 독일제빵 254-3446
* 스위스제과 253-7494
* 아망떼과자점 070-7730-5336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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