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캠퍼스’, 젊음과 생동감이 넘치는 곳.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뭉클해지는 곳이다. 하지만 졸업 후 그곳을 거닐 기회는 많지 않다. 어찌어찌 살다보니 모교는커녕 살고 있는 곳의 대학 캠퍼스조차 다녀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먹고 나서면 의외로 가까운 거리에 젊음이 충만한 캠퍼스가 있다. 넓고 조용한 공간, 푸른 잔디, 그리고 숨어 있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카데믹한 분위기. 오늘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어보자.
한양대 에릭카 캠퍼스
1년 중 해가 가장 긴 절기인 하지가 얼마 전 지났기 때문일까? 한양대 에릭카 캠퍼스를 찾은 찾은 오후 7시에도 아직 ‘낮’이 살아있다. 정문을 지나자 눈앞에 펼쳐진 넓은 캠퍼스 전경. 시원시원한 건물 배치와 푸른 나무, 질감이 다른 공기가 이곳이 일상의 공간이 아님을 상기 시킨다. 경상대학을 지나 대학 본관으로 가는 길. 학교 상징인 사자상이 서 있는 본관 앞 광장은 작은 미로 형태. 키 작은 향나무가 다양한 모양으로 심어져 있다. 동행한 아이 표현에 의하면 그 모습이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 모양’ 혹은 ‘동굴’ 모양 같다고 하였다. 연인들이 즐겨하는 ‘나 잡아 봐라’를 시도해도 좋은 곳.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를 진정 시킨 것은 커다란 호수. 시간이 늦어서인지 분수는 꺼져 있으나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잔잔한 물결은 마음의 평화를 주는가? 번잡하던 아이가 조용히 앉아 물을 응시한다. 북카페와 시 자료실이 있는 학술정보관을 지나 테니스장이 있는 길은 2차선의 아름다운 길. 반원모양의 길에 비슷한 크기의 나무가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것저것 놀면서 걸어서일까? 낮이 서서히 꼬리를 감추고 어둠이 밀려왔다. 테니스장에서 우회전 해 창업보육센터까지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발바닥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순간,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빨간색 낮은 건물. 자연사유물 전시관이었다. ‘아! 이런 곳이 있었네.’하며 놀라움과 감탄의 탄성이 나온다. 전시관 앞에 서 있는 조형물들은 보는 즐거움. 안타깝게 입장을 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공간을 알게 됐다는 충만함으로 기분이 좋았다.
정문에 도착하니 어둠이 깊어진 상태. 캠퍼스 여행의 종착은 학교 앞 음식점. 대학가 앞은 예로부터 싸고, 양 많은 음식점이 즐비한 곳. 무작정 들어간 그곳도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으로 두 배의 즐거움을 주었다. 맛도 별미.
신안산대학교 캠퍼스
초지동에 있는 신안산대학의 예전 이름은 안산공과대학. 올 5월부터 교명을 변경하였다. 90년대 초반에 잠깐 와 본 기억을 상기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학교 규모가 커져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것은 점심시간이 한참 흐른 후. 아침부터 내달린 일정으로 몸이 노곤한 상태였다.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평생교육원 등이 있는 건물. 건물 앞에 있는 주차장이 웬만한 학교 운동장 정도로 컸다. 주차장 끝 지점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니 30도 정도로 경사진 예쁜 길이 등장했다. 밑에서 보니 대략 100미터 정도 될 것 같다. 길 한쪽은 사람의 세심한 손길이 담긴 조경 잘 된 모습으로, 다른 한쪽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울창한 숲 모양새다. 새 노래 소리를 들으며 서로 다른 인상의 나무를 보며 걷는 것이 이색적인 길이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경사로 걸음이 경쾌하다. 도서관 앞 잔디는 그늘과 양지가 교차돼 있어 잔디의 푸름이 도드라진다. 도서관 1층에 있는 원형의 뮤직홀에는 흰색의 그랜드피아노가 홀연히 놓여있어 운치를 냈는데, 피아노 뚜껑을 열고 ‘도’를 누르자 홀 안이 ‘도’음으로 꽉 찬다. 신안산대학 산책의 백미는 도서관 뒤편. 7월의 눈부신 햇빛에 반짝이는 나무를 중간경계로 넓고 좁은 길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는 풍경. 범상치 않은 풍경이 자석처럼 몸을 이끄니… 역시나! 돌다리 청심교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조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풍경을 가진 대학본관의 잔디밭은 축구운동장처럼 넓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곳. 덕분에 도시를 멀리 떠나온 듯 착각이 들어 한참을 앉아 있었다. 지친 몸이 바로서고 머리가 명징해지는 느낌이었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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