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람들 - 호원기획 대표 박종헌

마라톤에서 얻은 활력, 이웃에게 환원하고 싶어

지역내일 2011-08-23
얇은 티셔츠 아래로 그대로 드러나는 선명한 복근과 강인한 팔, 탄탄한 허벅지의 잔 근육들이 조각처럼 잘 다듬어져 있다. 170㎝ 68㎏. 호원기획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헌씨는 올해 마흔 두 살이다.

‘몸꽝’ 아빠에서 인기최고 아빠로
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선 늘 1등으로 들어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중학교에 올라가 본격적인 육상 선수 훈련을 받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듯해도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군에 들어가면서 달리기를 멈췄다. 복학과 취업, 결혼과 직장 생활에 머리와 마음이 지치고 바빴다. 그러다 어느 날 양치질을 하다가 무심코 뱉은 양치 거품이 발끝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의 불룩해진 배 위에 떨어졌다.
박 대표는 그제야 몰라보게 불어난 자신의 몸을 다급하게 뜯어보았다. 덜컥 건강이 걱정됐다. 좋은 부모란 ‘건강하게 아이의 곁을 지켜주는 부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가까운 대학교 운동장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았다. 800m를 뛰고 조금씩 주행거리를 늘렸다. 근력운동도 병행했다.
석 달이 지나자 예전 실력이 돌아왔다. 딸아이의 운동회가 열릴 때면 박 대표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참가했다. 학부모 이어달리기에서 그는 단연 돋보였다. 복장부터 남다른 박 대표가 달릴 때마다 딸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뛰는 편이 무조건 승리였다. 딸 수빈이의 “우리 아빠 최고”라는 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마라톤에 도전했다.
그는 “달리는 순간엔 완벽한 무념의 세계에 빠져 들어요. 나만의 자유가 허락된 또 다른 세계인 셈이죠”라며 “마라톤은 직접 뛰어보지 않고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라고 말했다.

직장남성들과 주부들의 건강 챙겨 주고파
박 대표는 직장 남성을 위해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을 대상으로 운동을 지도한다. 그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남성들에게 꼭 필요한 근력운동과 스트레칭 요령들을 꼼꼼하게 지도한다.
이런 박 대표의 별명은 ‘훈련 부장’. 훈련 부장은 집에서도 활용 가능한 운동 비결을 아낌없이 전수해준다. 올 여름엔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생활체조교실’도 열었다. 시원한 갑천 둔치에서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한다. 60여명의 회원들은 박 대표의 구령에 맞춰 즐겁게 운동을 한다. 두 달 만에 벌써 체중이 줄었다며 좋아하는 회원을 볼 때 박 대표는 가장 흐뭇하다.
더 많은 사람들과 건강을 공유하고 싶어 ‘몸짱도전교실’이라는 인터넷카페를 개설했다. 또한 ‘대전마라톤클럽’의 훈련부장을 맡으며 마라토너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모두가 런러스 하이(달릴 때 느끼는 희열)를 경험해 보길 원하는 마음에서였다. 한순간이라도 스스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후엔 모든 일들이 쉬워진다.
그는 토요일에는 공원에서 연주를 한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음악으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앞으로 그는 병원 위문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건 그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달린다.
안시언 리포터 whiw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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