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람들 - 여성긴급전화 1366 대전센터 신보미 센터장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울타리가 되다

지역내일 2011-08-23
한밤중에 다급한 손길로 1366번호를 누르는 여성들이 있다. 쏟아지는 매질을 피해서 혹은 잠시 멈췄던 매질이 시작되기 일보 직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자비한 구타를 피하기 위해 1366을 누른다. 긴급피난처로 피난을 온 대부분의 여성들은 맨발에 발톱이 다 찢겨 있다. 오래된 골절상과 온몸을 시퍼렇게 덮고 있는 멍들. 이들은 ‘살고 싶어서 도망쳤다’고 말한다.

폭력으로 거세당한 존엄성을 지켜주고파
“가정 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아직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여성긴급전화 1366 대전센터의 신보미(50) 센터장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가정 폭력은 가부장적인 관념과 가족에 의해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를 할 생각도, 용기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를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서진 가정의 모습을 남들에게 어떻게든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이다.
처음 폭행을 너그러이 용서하면 재발 되지 않을까? 신 센터장은 “덮는다고 폭력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폭력의 횟수와 강도가 점점 세질 뿐”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11년 째 가정폭력에 관련된 상담을 하고 있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가 상담사의 길로 뛰어든 것은 우연한 기회에 교육청을 방문하고 나서였다.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가를 파견하는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상담가의 길을 걸었다.
가정폭력상담소 상담원과 소장을 거쳐 작년 1366 대전센터의 대표를 맡았다. 이 센터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상담하고 긴급피난과 의료 및 법률서비스, 보호시설 연계 등을 도와주고 있다.
신 센터장은 “폭행당한 여성들에게 인간이라면 누려야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찾아 주고 싶다”며 “폭력은 어떤 형식으로든 아이들에게 대물림 되니 꼭 도움을 요청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상처투성이 삶에서 재기를 꿈꾸게 하다
이곳에는 신 센터장을 포함한 11명 상담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한 달에 600~700건의 상담 전화가 온다. 이 중 36%가량은 밤에 도움을 청하는 상담이다. 밤이라도 현장 파견을 요청하면 현장 상담원이 직접 나간다.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대전센터로 피난시킨다. 리포터가 방문했던 지난 9일에도 세 명의 피해 여성들이 몸을 맡기고 있었다.
신 센터장은 “무조건 이혼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정폭력처럼 재발생률이 높은 범죄도 없어 과거 내담자의 전화가 걸려오면 신 센터장은 마음부터 무거워진다.
그래서 그는 “행복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내 도움으로 행복을 조금이나마 꿈꿀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이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진다.
낮과 밤이 따로 없고 휴일도 없는 일이지만 회복에 성공한 가정을 보면 한 달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만큼 보람을 느낀다. 최근 그를 가장 감격스럽게 했던 일은 만성적인 폭력 남편이 신 센터장의 지속적인 상담으로 변화된 일이다. 선물처럼 얻은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인사를 왔을 때 신 센터장은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 상처투성이 삶을 어루만져 재기를 꿈꾸게 해 주는 신 센터장의 앞날을 응원한다.
문의 : 국번없이 1366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여성긴급전화 1366 여성폭력피해 대상, 현장상담 서비스

·상담 : 피해여성 대상 현장상담서비스 제공(여성폭력피해상담, 긴급피난, 의료, 법률서비스, 보호시설 연계 등)
·대상 :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폭력피해여성
·문의 : 국번없이 1366, 핸드폰 042-1366
www.or136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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