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벤 라이더 하우의 아버지는 문화 인류학자이자 고전적인 프란츠 보아스파 문화 상대주의자다. 또한 속속들이 뿌리 깊은 백인 청교도 중산층 집안의 뉴잉글랜드 출신이자 규율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청교도 기질의 사람이다. 가족이 모이면 독서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그의 유년시절과 달리 그의 결혼 생활로 인해 뜻하지 않는 변화가 찾아온다.
벤 라이더 하우는 미국에서 가장 재미없는 대학으로 뽑힌 적이 있는 시카고 대학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현재는 명망 높은 <파리 리뷰>에 중견 편집자이다. 아내는 잘나가는 법무법인에서 기업변호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변호사다.
하지만 벤은 장모네 지하실로 이사로 오게 되면서 장모와의 뜻하지 않은 동업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아내 개브가 어머니 케이를 위해 기업변호사일을 접고 델리, 우리나라로 보자면 편의점을 열자는 것이다.
우여곡절 많은 시간이 지나 힘들게 얻은 살림네 델리에서 좌충우돌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 만만하게만 생각했던 델리가 정말 그리 쉽겠는가. 델리로 인하여 이중생활로 날로 지쳐가는 벤, 드디어 사고를 치게 친다. <파리 리뷰>에서는 선집 5000부가 이미 인쇄된 책의 계약을 취소하는 사건과 우연히 광고지 물건에 홀딱 반해 1500 달러 상당 주문을 하게 되는 실수를 한다.
벤은 늘 자신은 신중을 기하는 성격의 정형적인 청교도 충산층 집안출신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미 늘 바쁘고 빨리빨리 강박적인 케이의 끈기와 투지에 눈뜨고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한국인의 정체성들이 숨겨져 들어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장인 속옷까지 나눠 입으며 자신의 침실에 노크도 없이 불쑥불쑥 들어오는 등의 행동을 하는 박씨 집안 이민자들의 기묘한 삶과 정서, 지나친 독립성, 죽을 때까지 부모를 섬기려 하는, 즉 ‘효도’라는 관례를 받아들이며 이해하기까지 벤의 내적 갈등도 잘 그려진다.
벤은 케이, 드웨인, 조지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고, 이 이상한 세상 속에서 그런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자신감이 부족한 벤은 “델리는 좋은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꼭 필요한 여행이었다고도 할 수 있고.
교보문고 천안점
북마스터 여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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