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산양삼산 농장주 박성배씨

지역내일 2011-08-20 (수정 2011-08-20 오후 8:58:06)

신비의 약초, 산삼이란 이름으로…



때는 8월 초. 신문사로 한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용인 수지에 살고 있는 독자라고 소개한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산양산삼 농장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것도 꽤나 어렵다는 유기농으로 산양산삼을 7년째 키우고 있다는 박성배(44ㆍ신봉동)씨.
그와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3년 전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아내와, 강원도에서 산삼농장을 하게 된 사연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은 실낱 희망에도 매달리는 과정
박 씨가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깊숙한 산골로 가던 해는 아내가 신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해다. 병원에서도 이미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아내, 산 좋고 공기 좋은 산골에 가서 아내를 살려보리라 외로운 각오를 하게 된 박씨.
서울에서 잘나가는 헤어 디자이너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이기도 했던 그는 그렇게 도심의 화려한 생활을 접고 산골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우연히 아는 지인 소개로 가족이 살 수 있는 터전과 함께 산양 산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분은 강원도에서 제대로 산양 산삼을 하시던 분인데 저에게 농장 경영 전수를 해주셨죠.”
농장을 하기 전, 그도 산양산삼의 효능에 기대를 걸고 여기저기서 구해 먹였지만 알고 보니 엉터리 장뇌삼이거나 중국산이었던 경우가 대부분.
“속은 것도 분했지만 아픈 사람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엉터리 산양산삼을 비싸게 파는 사람들의 우롱에 속았다는 생각에 두고두고 마음에 울분이 남더라고요.”
그렇게 지인을 통해 산양산삼의 구별과 재배법을 알게 된 것이 농장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아픈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거였어요. 산양산삼을 먹으면 불치병도, 암도 완치된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다만 효력이 좋은 진짜 삼은 자가 면역력을 높여 병마와 싸울 수 있는 면역체계를 키워주는 거지요.”


산삼은 명물, 환경여건에 따라 스스로 휴면기를 가지기도



직접 씨 뿌리고 정성들여 가꾼 산양산삼을 매일 아내에게 한 뿌리씩 챙겨 먹였고 병원에서 선고한 몇 개월의 기한을 한참이나 넘긴 3년이란 시간을 가족들과 오롯이 보낼 수 있었다.
“아내가 병이 나기 전만해도 유기농, 자연식은 쳐다도 안 봤어요. 일단 비싸기도 하고요. 그런데 병이 나니 농약범벅인 먹을거리를 아내에게 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유기농과 자연식에 관심을 갖고 직접 재배도 하면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결심했죠.”
고백컨대 그를 만나기 전까진 산양산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리포터. 산에서 나는 산삼의 인공재배가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박씨는 “야생산삼의 씨를 받아 자생 여건이 될 만한 깊은 산에 뿌려놓고 야생상태로 방임해 놓았다가 채취하는 삼이다. 그렇다보니 발아율도 낮고 발아가 되었다 해도 몇 해를 넘기기 전에 고사하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산양산삼으로 불리는 대부분은 인삼의 씨를 뿌려 재배한 ‘장뇌삼’일 가능성이 많다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발아율을 높이고 흔한 질병인 뿌리 썩음 병을 예방하기 위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주는 것이 일반적.
박 씨는 아픈 아내를 위해 재배를 시작한 덕분(?)에 지금껏 7년 동안 농약 한번 주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 산양산삼을 키울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어려움은 상상 이상.
“한번 뿌리썩음병이 돌면 산비탈 한쪽이 다 작살나는 경우도 있어요. 전염율도 높고 환경조건이 맞지 않으면 아예 싹을 틔우지 않거나 휴면을 하는 경우도 많죠. 산삼의 인공 재배가 그래서 어려운 거예요.”


유기농 인증 해마다 받아, 올해로 7년째 인증
비가 유독 많이 왔던 작년과 올해 뿌리가 썩어 죽는 삼들을 보면서 농약의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는 박씨. 하지만 해마다 까다롭고 어렵게 받아온 유기농 인증이 아까워서 유혹의 힘은 얼마가지 않았다.
아내를 하늘로 보내고 다시 아이들과 용인으로 돌아온 박씨. 서울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며 현재는 주말을 이용해 삼을 돌보고 있다.
산양산삼은 파종이후엔 자연 상태로 방임해 놓기 때문에 크게 잔손이 가지 않는다.
다만 7~8월 시기, 산양산삼이 붉은 열매(딸)를 맺게 되면 그것을 채취해 땅에 심을 때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 그때는 주변 잔나무도 정리해 주고 칡뿌리 정도는 제거해 준다.
박 씨가 재배한 산양산삼은 현재까지 판매를 하지 않았다. 산양산삼은 6~7년이 지나야 효능이 있기 때문.
다만 아픈 사람의 심정을 잘 아는 그.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환자가 생기면 한달음에 달려가 삼을 캐고 돈도 받지 않고 보내드리곤 한다. 그의 산양산삼을 먹고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는 박성배씨.
“시중에 나오는 산양산삼이라도 잘 알아보고 구입하시라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엔 중국산 장뇌삼을 산에 심어 놓거나 인삼 씨앗을 뿌려놓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2~3년 키운 후 산양산삼으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많거든요. 특히나 아픈 환자나 노약자들에게 농약이 범벅된 삼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산양산삼도 유기농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다는 박씨.
지금껏 해오던 산양산삼을 꾸준히 잘 가꿔 이후 자신의 이모작 인생을 걸겠다는 각오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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