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지기들이 말하는 “나에게 텃밭은…”

“텃밭에서 사랑과 정성, 꿈을 키워요”

지역내일 2011-08-19 (수정 2011-08-19 오후 11:35:20)

눈으로만 즐기던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의 옥상정원이 이제는 직접 농작물을 키우며 맛보는 베란다 농원, 옥상농원이 되어 가고 있다. 텃밭문화도 가족농원, 실버농원 등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농업에 대한 중요함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요즘 도시민들은 이제야 더 절실히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농산물을 원하고 있다.
웰빙문화가 확산되고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도시농부들이 늘고 있다. 우리지역에도 이른 아침 호미를 들고 모자에 장갑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수상한 이웃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손바닥만한 텃밭이 안겨주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우리 가족을 위한 건강한 안심먹거리 제작소


박현진(41·주부·호성동)씨는 남들은 이불 속에서 헤어 나오지도 못하는 새벽시간에 예사롭지 않은 외출준비가 한창이다. 박씨는 챙이 넓은 모자에 면장갑, 그리고 호미에 장바구니까지 옆에 끼고 집을 나선다.  
그녀가 간 곳은 다름 아닌 아파트 옆 채 10평 남짓한 ''텃밭''이다. 빨갛게 익은 고추며 가지, 당근 등 동네 야채시장에 내다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탐스러운 야채들이 가득하다.
“요즘은 야채 값이 비싼데 저는 사 먹을 일이 없어요. 게다가 제가 직접 농사지으니 농약걱정 할 것도 없고, 필요할 때마다 바로 따서 먹으니 그 신선함은 그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지요”
올해로 농사경력 2년째에 접어든 그녀는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한 밥상을 가족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안심먹거리 제작소 텃밭은 그녀에게는 ‘사랑’이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도시의 아이들은 흙을 만져볼 기회가 부족하다. 이런 현실을 인지한 최창수(39·회사원·송천동)씨는 책에서만 보던 채소·곤충·과일 등을 아이들이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소양에 지인의 터를 빌려 올해 첫 농사를 시작하였다. 
“수확 할 때 기분도 좋지만 수박, 참외, 토마토 등을 아이들과 맛있게 먹을 때가 더 좋습니다. 아이가 토마토를 먹지 못했는데 아빠랑 함께 키운 토마토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참 행복하더군요.”
최씨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친해질 계기를 마련해주려고 시작한 텃밭 가꾸기가 아이 하나 기르는 것만큼 힘들었다”고 말한다. 가물어서 밭 한쪽에 웅덩이도 파 빗물도 받아 보고, 남의 논에서 물도 길어 날라보다 그것도 힘들어 결국 회사에서 물을 받아 직접 뿌려주는 등 가물면 가물어서 걱정, 비라도 내리면 마냥 안절부절 했다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열매보다 그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던 젊은 아빠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으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쉽다. 농사란 아기 키우 듯 매일매일 쳐다보고 찾아가 사랑을 쏟아야 한다는 게 그가 생애 첫 농사로 얻은 교훈이다. 




제2의 또 다른 인생


정년퇴임 후 시작한 것이 벌써 논농사는 4년차, 밭농사는 5년차를 맞았다는 육익수(66·상담사·효자동)씨는 이젠 제법 어엿한 농사꾼이다.
육씨는 1년 동안 먹을 쌀은 물론 약 40평 되는 규모의 밭에서 식탁에 올릴 야채 정도는 거뜬히 수확 할 수 있을 정도로 ‘배테랑’이다.
젊었을 때 지어보지 못한 농사지만 본디 아버지가 농부였고 기본적으로 흙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올 겨울 김장에 쓸 배추와 무를 곧 심을 예정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지요. 주위의 도움도 받고 인터넷을 이용해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어요. 정년퇴직을 하고 허한 마음을 농사에 모두 쏟아 부었더니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집사람이 싫어하더군요. 그래도 집사람이 상위에 오른 반찬을 보며 평은 아주 잘해줍니다. 흙은 절대 거짓말을 못합니다. 정성을 들이면 분명 그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 뿌려서 거두는 기쁨을 느껴보세요.”   
“어떤 이는 멍청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는데 멍청하면 결코 농사를 잘 지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50주 심은 고추가 병해충으로 다 죽고 1주만 살아도 농약 한 방울도 뿌리지 않고 친환경을 고집한다.
육익수씨는 “조금 부족하고 못난 것들이지만 이웃들과 나눠먹는 재미가 쏠쏠하며 할 일 없는 노인네 취급받지 않고 부지런을 떨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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