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 작천정(酌川亭) 계곡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니 낙원이 따로 없네~

지역내일 2011-08-19 (수정 2011-08-19 오전 10:18:37)

갑작스럽게 모인 자리에서 느닷없이 당일치기 여행 일정을 잡았다. 저녁 8시에 의논을 시작해 밤 10시 30분에 헤어져 11시에 장을 보고 다시 모인 건 다음날 아침 7시. 7명 모임에 전원이 참석해 웃자고 짠 계획이 바로 추진됐다며 우리끼리도 놀라워했다. 원래 목적지는 내원사 계곡이었으나 취사가 전혀 안 된다는 정보에 급하게 변경한 장소는 ‘숯불취사’만 금지한다는 ‘언양 작천정’ 계곡.


작천정 계곡은 수심이 얕고 매끈한 바위가 많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좋다


바위 중간중간 움푹 파인 자리가 술잔 같아 작천정

간월산에서 흘러 등억리를 지나면서 작천정 앞을 흐르는 시내는 작괘천이다. 작천정은 작괘천의 너럭바위 위에 있는 정자로 크고 작은 바위가 청정 기이해 마치 술잔을 주렁주렁 걸어 놓은듯하다고 해서 ‘술 부을 작(酌)’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부산에서 1시간 거리라 여유를 가지고 출발해 8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건만 아뿔싸, 텐트를 치기 좋은 장소는 이미 점령당한 상태였다. 가장 명당이라는 정자 아래는 텐트로 빼곡했다. 계곡물이 차갑지도 않은지 아침부터 튜브 타고 물놀이에 여념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 일행 중에는 다행히 야생에 단련된 선배가 있어 좁은 터를 고르게 갈고 엎어 없던 자리를 새로 만들어내는 신공을 발휘했다. 텐트를 치고 그늘막을 설치해 준비 완료. 우리가 택한 장소는 적당히 그늘도 지고 물 높이가 어른 허리까지 오는 깊이라서 물놀이에도 적합했다.
작천정은 바위가 매끈해서 미끄럼타기에 좋다. 튜브를 가지고 온 아이들은 경사져있는 바위에서 물살을 타고 내려오며 즐거워했다. 개인적으로 튜브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침 식사는 삼계탕 파우치였다. 마늘 몇 알 넣고 끓이니 꽤 훌륭했다. 남은 국물에 라면 말아 푸짐하게 차려 먹은 뒤 쉴 사람은 편한 자세를 잡고 몇몇은 물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했다.


바위 중간에 움푹 파인 자리가 술잔처럼 보인다


계곡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은 꿀맛

점심이 되자 계곡 곳곳은 고기 굽는 냄새로 진동했다. 야외에서 구워먹는 고기로는 삼겹살만한 것이 없다. 우리는 아침을 거나하게 먹은 터라 서두르지 말자고 했지만 참기 힘든 구수한 냄새에 불판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삼겹살과 소시지를 노릇하게 굽고 밥도 볶아 먹으면서 다들 오기 정말 잘했다며 신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텐트는 늘어만 갔고 제대로 된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서성거렸다. 나름 일찍 서둘러 온 우리는 괜스레 뿌듯했다. 계곡에서 물놀이가 몇 년 만이지 기억도 안 난다는 친구는 다시 와야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충분히 즐긴 우리 일행이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하자마자 돗자리 펼칠 곳을 찾던 물놀이객들에게 자리를 내줘야했다. 열심히 개척(?)했던 장소라 비켜주기 살짝 아쉬웠다. 계곡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작천정 일대는 여전히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돌아오는 길도 수월했기에 아주 흡족한 당일치기 여행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을 가기 전 충분한 시간을 가진 상태에서는 장소를 정하고 준비물을 챙기면서 설렘과 기대를 만끽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후다닥 떠나는 여행이 주는 색다른 묘미도 꽤 괜찮다. 느닷없는 행사였지만 시원하고 물 맑은 계곡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하루는 내내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겠다.




tip
작천정은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바위로 만들어진 천연 미끄럼틀을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튜브를 가지고 갈 것. 숯불을 피우는 것만 아니면 취사도 가능하다. 여름철 시원한 계곡으로도 유명하지만 봄철에는 벚꽃 나들이 인파로 붐비는 장소다.
부산에서는 도시고속도로 구서 IC에서 내려 국도로 가도 되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산 IC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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